[현대미술의 이해⑳] 컬렉터 첫발은 ‘에디션 있는 작품’으로

최초입력 2018.01.10 15:48:35
지난해 9월 <김중만 아트 슈퍼마켓 2> 전시가 서울 압구정동 캐논플렉스 지하 1층 갤러리에서 개최되었다. 백혈병 환자를 위한 자선 행사였던 이 전시에서 각 작품별로 에디션(edition)이 25점인 유명 사진작가 김중만의 작품을 한 점당 5만 원에 살 수 있었다.

사진작가 김중만의 <아트 슈퍼마켓 2> 전시 전경. / ⓒMK스타일


많은 이들이 현대미술 작품을 어렵고 멀게 생각한다. 그리고 이런 작품을 소유한다는 것은 더더욱 멀게만 느껴진다. 미술에 관심을 가지고, 미술관이나 갤러리 관람을 즐기는 이들에게도 직접 작품을 구입하는 일은 자신과 거리가 있다고 생각한다.

‘이 작품을 우리 집에 걸어 놓으면 좋겠다’는 생각이 들다가도, 이내 ‘비싸겠지’ 하는 생각에 단념해 버리기 십상이다. 그러나 관심이 있다면 현대미술 작품을 소유하는 것은 생각보다 어렵지 않다. 만일 소자본으로 작품을 구매해 보고자 한다면 에디션이 있는 작품에 관심을 가져볼 필요가 있다.

에디션이란 인쇄물의 ‘판(版)’을 의미하는 영어 단어로, 미술에서는 다수로 제작된 작품을 뜻한다. 판화나 사진, 조각 등을 만들 때 같은 작품을 여러 점 제작하는 경우 ‘에디션이 있는 작품’이라고 한다. 예를 들어 똑같은 작품이 10점 만들어진 작품이라면 ‘에디션이 10점 있는 작품’이라고 말한다.

현대미술 작품 중에는 비교적 적은 비용으로 쉽게 구입이 가능한 경우도 있다. / Pixabay


에디션 있는 작품을 만들 때, 미술가는 제작하고자 하는 작품의 총 수량을 정하고 그 수량만큼 제작한다. 그리고 개별 작품에 총 제작 수량과 제작 순서를 표기한다. 한정한 수량만큼 제작했다면 그 이상은 제작하지 않는다.

회화 작품의 경우, 캔버스에 그린 원화 이미지를 판화 등의 인쇄기법으로 다량 제작할 수 있다. 사진의 경우에도 사진작가가 제작하고자 하는 수량만큼 제작할 수 있으며, 조각 역시 형상 틀을 이용해 같은 작품을 여러 점 제작할 수 있다.

에디션이 있는 작품은 여러 점 제작되었으므로 같은 작가가 한 점만 만든 작품에 비해 상대적으로 가격이 낮다. 예를 들어 300만 원에 판매되고 있는 A라는 작가의 작품을 30점의 에디션이 있는 판화로 제작해 30만 원에 판매하기도 한다.

다만 에디션이 있다고 해서 모든 작품 가격이 다 낮은 것은 아니다. 원본이 따로 없이 모든 에디션이 원본인 사진이나 판화의 경우에는 에디션 수량이나 작가의 명성에 따라 다양한 가격대가 형성된다. 제작된 총 수량이 적을수록 작품은 비싸고, 반대로 많으면 가격이 낮아지게 된다. 앤디 워홀의 판화 작품 중에 에디션이 20점인 작품과 200점인 작품의 가격은 많은 차이가 난다.

에디션 있는 작품도 역시 작품으로 인정되기 때문에 나중에 가격이 상승하거나 재판매를 할 수도 있다. 앤디 워홀, 야요이 쿠사마, 로버트 인디애나 같은 세계적인 작가의 판화는 현재도 꾸준한 가격 상승과 활발한 거래가 이루어지고 있다. 에디션 있는 작품 역시 화랑, 아트 페어, 옥션 등에서 구입할 수 있다.

에디션이 있는 작품을 구입할 때는 작품으로 인정되지 않는 아트상품과 구분해야 한다. 에디션이 있는 작품은 미술가가 작품으로 제작한 것이고, 작품 하단이나 후면에 총 제작 수량, 해당 작품의 제작 순서, 작가 서명을 표기한다. 그리고 작품 보증서도 발급 가능하다.

그러나 작품 이미지를 액자 등의 상품으로 만든 아트상품은 말 그대로 작품이 아니라 상품이다. 미술관 기념품점에서 파는 아트포스터가 가장 대표적인 아트상품의 예다. 따라서 에디션 있는 작품을 구입할 때는 그것이 아트상품인지 아닌지 판매자에게 먼저 확인해야 한다.

에디션이 있는 작품을 구입할 때는 아트상품과 구분해야 한다. / ⓒMK스타일


그리고 이왕이면 여러 장 제작된 것 중에서 먼저 제작된 작품을 구매하는 것도 한 가지 팁이다. 이것은 작품 하단이나 후면에 에디션 번호로 확인할 수 있다. 모든 경우에 앞 번호 작품이 다 좋은 것은 아니지만, 판화의 경우에는 여러 장 찍어낼수록 원판이 조금씩 닳기 때문에 먼저 찍은 작품을 선호하는 경향이 있다. 그리고 종이 재질로 만들어진 작품이 많으므로, 장기간 보관을 위해서는 구입 후 바로 액자나 케이스를 하는 것이 좋다.

작품을 소유한다는 것은 의복이나 필수품을 구입하는 것과는 달리, 예술적 가치를 가까이 두는 것이다. 누군가의 예술혼이 담긴 소중한 작품을 소유한다는 것은 이제까지 겪어보지 못한 기쁨을 얻을 수 있다. 이와 동시에 예술작품이 가진 아우라가 공간을 아름답게 할 수도 있다. 관심이 있다면 현대미술을 무조건 어렵고 비싸고 멀게만 느끼기보다, 한 걸음 더 가까이 다가가 보는 노력도 필요하다.

[MK스타일] 글・사진 / 임민영 (아트컨설턴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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