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야기 책세상] 사물인터넷 시대엔 ‘소유’의 개념도 달라질까

최초입력 2018.01.11 15:54:12
신라 말기 헌강왕 때 경주의 민가가 모두 기와로 뒤덮였다. 왕족과 귀족들은 밥을 지을 때 비싼 숯을 사용하고 금수레를 타고 다녔다. 하지만 일반 백성의 삶은 갈수록 궁핍해졌다. 지배 계층의 소유욕이 도를 넘은 때였다. 결국 그 후 50년 후 신라는 천년 역사의 막을 내렸다.
고려의 전시과(田柴科)는 국가의 관리들에게 일정하게 토지를 나눠주던 제도다. 그러나 무인정권 이후 전시과가 붕괴하면서 권문세가들이 대규모 농장을 거느리고 토지 수탈에 나섰다. 백성의 삶이 나날이 어려워지면서, 고려 말기 개혁 군주인 공민왕이 상황 개선에 나섰으나 끝내 실패하고 말았다. 소유욕에 불탄 몇몇 가문에 의해 나라는 병들었고 끝내 고려는 역사 속으로 사라졌다.

소유에 대한 집착은 인간의 본성일지도 모른다. / pixabay


조선 중기에 접어들면서 수조권(토지로부터 세금을 거둘 수 있는 권리)이 소멸하고, 사적 소유권 개념이 점차 자리 잡기 시작했다. 대규모 토지를 보유한 소수의 지배 계급은 자신의 이익 수호를 최고의 과제로 삼았으므로 국가의 기강은 빠르게 무너져갔다. 신라와 고려, 조선 모두의 예에서 보듯이 지나친 소유욕은 국가 붕괴를 부추겼다.

경제학자 제러미 리프킨은 소유의 시대가 가고 접속의 시대가 온다고 예견한다. 이른바 사물인터넷(IoT: Internet of Things)의 미래다. 사물인터넷과 소유욕은 어떤 관계가 있을까. IT 매체 기가옴에 따르면, 스마트 기기의 소유권은 세 단계로 나뉜다고 한다. 물리적 소유, 법적 소유, 마지막으로 기기에 명령을 내릴 수 있는 권한이다.

뉴욕타임스는 얼마 전 자신의 스마트카에 시동을 걸 수조차 없는 어느 사람의 이야기를 다뤘다. 자동차 할부금 미납이 은행의 제재로 이어지고, 무선 인터넷에 의해 시동을 걸 수 있는 권한이 박탈된 경우였다. 이런 사례가 일반화하면 소유욕은 줄어들 수 있다. ‘내 것’이라는 개념에도 변화가 생긴다. 오히려 소유가 불편하다고 느낄 수도 있다.

사물인터넷 시대에는 직접 소유가 더 번거롭고 불편할 수 있다. / pixabay


사물인터넷 환경에서는 한 가지 기기에 집착했을 때 사생활 노출의 위험도 커진다. 인터넷 기반의 스마트카에는 자신의 동선이 고스란히 담긴다. 하지만 공유 방식의 자동차를 이용하는 경우, 개인 정보는 제한된다. 초연결 시대에는 가급적 위험을 분산할 필요가 있다. 가까운 미래에는 여러 기기나 서비스를 이용하면서 정보 분산을 유도할 가능성이 높다.

흔히 소유의 집념은 인간의 본성이라고 한다. 기업들이 집요하게 인간의 소유를 부추긴 측면도 있다. 그러나 이제 굳이 자동차 소유 없이도 불편함을 느끼지 않을 수 있다. 공유 모델 중심의 이용법이 속속 등장하고 있다. 자율주행 자동차 시대가 열리면 자동차는 소유가 아닌 접속의 대상이 될 확률이 높다. 기술의 발달이 소유의 집착을 약화시키는 요인이 되고 있다. 그때가 되면 인간의 소유는 확실히 지금과는 다른 패턴으로 규정될 게 분명하다.

[MK스타일 김석일 기자 / 도움말 : 고평석 (‘제4의 물결, 답은 역사에 있다’ 저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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