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바로티’ 김호중의 위기관리

최초입력 2020.10.12 09:11:28
최종수정 2020.10.13 09:35:34
'내일은 미스터트롯‘ 출신 스타 중 유난히 구설수에 많이 오르고 있는 이가 김호중이다. 이번 국회 국방위 국정감사에서도 김호중의 이름이 또 다시 거론됐다. 김호중과 사적으로 만난 정 모 강원지방병무청장이 병무청 자체감사에서 ‘경고’ 처분을 받았다는 사실이 알려지면서 그의 이름이 또 한 번 거명된 것이다. 병무청 감사결과보고서에 따르면 정 청장은 지난 4월 중순 김호중과 함께 들르겠다는 친구의 전화를 받았다. 하지만 약속한 날에 친구는 나타나지 않고, 김호중과 기획사 관계자 2명만 강원병무청을 방문했다.
김호중은 이날 약 10분 동안 정 청장과 차담회를 가졌고 노래 한 소절을 불렀다. 강원지방병무청 직원들에게 사인을 해줬고 기념사진 촬영도 했다. 이후 구내식당에서 정 청장과 점심식사를 한 뒤 헤어졌다.

당시 김호중은 군 입대를 미루고 재검을 신청한 상태였다. 이 방문이 국민권익위원회에 민원으로 접수돼 병무청에서 자체감사를 했다. 감사결과 김호중이 사회복무요원 판정을 받는 과정에 정 청장이 관여한 바가 없어 청탁금지법 위반에는 해당이 되지 않으나 병무청 이미지를 실추시켰고 소속기관장으로 신중하지 못한 행동으로 물의를 일으켰다는 이유로 경고 처분을 받은 것이다. 김호중은 이후 7월에 서울병무청에서 재검을 받아 4급 판정을 받았고, 지난달 10일 입대해 현재 서초구청에서 사회복무요원으로 복무중이다. 사실관계만 놓고 보면 두 사람 모두 억울하고 해명할 말들이 많겠지만 당시 김호중이 처한 상황을 놓고 보면 충분히 오해를 불러일으킬만했다고 하지 않을 수 없다.

병역 특혜 의혹은 김호중과 관련된 구설수 중 하나일 뿐이다. 그간 그를 둘러싸고 제기된 논란은 한 둘이 아니다. 2016년 김호중과 전 소속사에서 함께 일한 매니저가 폭로를 하면서 시작된 구설수는 언론에 보도된 것만 보더라도 스폰서 의혹, 친모의 굿 강요 의혹, 불법 도박 의혹 등이 줄줄이 터졌다. 불법 도박 의혹의 경우 김호중은 지인의 아이디로 불법 스포츠 도박을 한 사실을 인정하면서 "제가 한 잘못에 대해 인정하고 추후 같은 실수를 반복하지 않을 것"이라고 사과했다. 하지만 각종 논란이 제기될 때마다 그는 법적 대응을 예고하며 정면 돌파를 시도했다.

그 결과, 한국 사회에서 가장 뜨거운 이슈 중 하나라고 할 수 있는 병역특혜 논란과 관련해 김호중측은 해당 언론사로 부터 정정보도를 받아냈다. 지난 6월 한 언론사는 김호중의 군 입대 연기 의혹을 제기했다. 이에 대해 김호중은 입영 연기 기한 내에 건강상의 이유 때문에 합법적으로 병역을 연기, 재검을 받았다고 주장하며 관련 증거 자료 등을 공개했다. 해당 언론사는 김호중 측의 반론에도 불구하고 불법적으로 군 입대를 미루고 있다는 의혹을 꾸준히 제기했다. 결국 김호중 측은 해당 언론사에 대해 명예훼손으로 2억 원의 손해배상청구 소송을 제기했고, 2개월여의 법적 다툼 끝에 기사를 작성한 기자와 언론사로부터 잘못된 내용을 정정 보도해주는 합의를 받아내고 민, 형사 소송을 취하했다.

대중의 사랑으로 먹고사는 직업을 갖는다는 것은 아무나 누릴 수 없는, 특별히 감사한 일이지만 동시에 수많은 책임과 부담을 감내해야하는 일임을 김호중 사례는 극명하게 보여준다. 김호중의 인생 자체가 드라마틱해서 ‘미스터 트롯’으로 뜨기 전에도 이미 그의 이름 석자가 어느 정도 알려졌지만 그가 과거 정도의 수준에 머물렀다면 지금의 의혹은 제기되지 않았을지 모를 일이다. 하지만 과거와 판이하게 달라진 그의 대중적 영향력이 그로 하여금 불미스러운 의혹에 대해 더 큰 사회적 책임감을 요구받게 하고 있는 것이다. 김호중이 처한 위기와 이에 대처하는 그의 방식이 주는 시사점을 살펴보기로 한다.

첫째, 유명인(celebrity)이 되기 전(pre)과 후(post)간에 처신이 달라야한다는 점이다. 일반적으로 장차 유명인이 될 것을 알고 사전에 미리미리 준비하고 관리하는 사람은 거의 없을 것이다. 하지만 일단 유명인이 되고나면 대중 연예인이 ‘공인’이 아니면서 마치 ‘공인’처럼 처신할 것을 요구받는 것이 한국사회다. 대중의 사랑을 받는데 따른 대가로 여겨야할 것이다. 김호중이 지금 그나마 버틸수 있는 것은 여러 구설수가 유명인이 되기 이전에 벌어진 일이라는 것이다. 앞으로 지금과 비슷한 구설수를 또 다시 일으킨다면 스타 가수로서의 그의 명성과 존재감이 하루아침에 물거품처럼 사라질 수 있음을 명심할 일이다.

둘째, 김호중은 사실과 다른 의혹 제기에 대해서는 물증에 입각한 단호한 대응이 유효함을 보여주었다. 병역 특혜 의혹을 잠재운 핵심은 적법한 절차에 입각했다는 것을 객관적인 물증으로 제시한 것, 그리고 이를 신속히 법적 대응으로 가져간 것이라고 할 수 있다. 대중 연예인은 미디어와 도움을 주고받으면서 성장하는 관계로 미디어를 대상으로 법적 대응을 한다는 것이 결코 쉬운 일은 아닐 것이다. 만일 병역특혜 논란에 김호중 측이 침묵하거나 어정쩡하게 대처 했다면 의혹은 꼬리에 꼬리를 물고 확산됐을 것이다. 정정보도 정도로 끝낸 것이 다소 아쉽기는 하지만 김호중 측이 법적 대응 조치를 취할 때는 피해에 따른 경제적 보상이나 인신구속 보다 훼손된 명예를 회복하기 위한 뜻이 더 컸을 것이라는 점을 감안할 때 평가할 만하다고 하겠다. 더욱이 김호중 측이 반론을 소개하는 ‘반론보도’가 아니라 해당 언론사가 잘못된 기사를 바로잡는 ‘정정보도’를 끌어냈다는 점에도 주목할 필요가 있다. 그러나 김호중측이 제기된 각종 의혹에 대해 주로 법적 대응을 시사하는 방식으로 대처하는 것은 신중을 기해야할 것이다. 병역 특혜 의혹처럼 증거에 입각해 승산이 명확한 것이면 몰라도 만일 상대를 입막음하기 위한 방편으로 법적 대응 전략을 구사하는 것이라면 자칫 더 큰 화를 불러일으킬 수 있다. 상대의 의혹제기가 사실이면 사과를 하거나 보상을 하는 전략이 타당하지 이를 법적 대응으로 끌고갔다가 추후 패소를 하게 되면 신뢰의 위기까지 가중될 것이기 때문이다.

셋째, 김호중에 관한 의혹 제기의 원천을 살펴보면 주로 매니저 등 그의 측근이나 지인에게서 비롯된 경우가 많다. 개인의 위기는 이처럼 대상자의 일거수일투족을 소상히 잘 아는 주변에서 비롯된 경우가 많다. 상대가 어떤 이유와 의도에서 의혹을 제기하는지는 별건으로 하고, 이를 방지하는 최선의 방법은 스스로에 대한 철저한 자기관리이다. 어떤 이유에서이든 김호중이 빌미를 제공했기 때문에 상대가 이를 역이용하는 것이기 때문이다. 천길 물깊이는 알아도 사람은 알 수 없다는 말이 여기에도 적용된다. 위기의 원점 관리, 근원 관리 문제이다.

넷째, 그럼에도 불구하고 김호중이 감사할 일은 수많은 의혹 제기가 있음에도 변함없이 그를 아끼고 사랑해 주는 열성 팬, 즉 충성고객을 갖고 있다는 사실이다. 그의 1차 스테이크홀더(primary stakeholder)라고 할 수 있는 이들에 대한 각별한 배려가 필요하다. 김호중은 잇단 구설수로 그를 좋아하는 팬 못지않게 안티팬도 상당수다. 이러한 상황에서 최근 발매된 그의 첫 번째 정규앨범 ‘우리家’ 판매량이 52만장을 넘어서며 ‘하프 밀리언셀러’에 등극됐다. 김호중을 응원한다는 이유만으로 온갖 비난을 받으면서 변함이 그를 지지해주는 팬들의 덕분이라고 하지 않을 수 없다. 위기에 처한 그를 지금 건져내주고 있는 이들이 바로 이들 충성고객이다. 이들에 대한 김호중의 가장 큰 보답은 더 좋은 음악 뿐만 아니라 자중자애하면서 과거와 확연하게 달라진 ‘거듭난’ 인간 김호중을 행동으로 보여주는 것이다. 미스터 트롯으로 뜬 스타들이 많지만 남다른 인생역정을 겪어온 김호중 만이 할 수 있고 해야 할 몫이다.

유재웅. 을지대학교 의료홍보디자인학과 교수. 신문방송학박사
[ⓒ 매일경제 & mk.co.kr,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