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보의 비대칭성 문제를 통한 노인장기요양보험 제도 허위판정 문제 고찰

최초입력 2016.03.21 17:47:01
최종수정 2016.03.21 17:47:28
현대 정보경제학의 개척자로 평가받는 조지 A. 애컬로프는 1970년 자신을 세계적으로 유명한 경제학자의 반열에 오르게 만든 논문 “레몬시장이론(The Market for Lemons)”을 발표한다. 해당 논문에서 그는 중고차 시장에서 상품의 품질에 관한 정보를 공급자가 거의 독점하기 때문에 수요자와 공급자 간 정보의 비대칭성(Information Asymmetry)이 발생함을 지적한다. 이로 인해 공급자는 자신의 차가 품질이 나쁘다면 시장 중고차 가격이 만족스러울 것이고, 반대로 좋은 품질의 차를 보유하고 있는 공급자는 시장가격에 만족하지 못해 시장에 참여하지 않게 된다. 따라서 시장에는 질이 나쁜 차만이 남게 되는데, 이 때 중고차 시장은 겉모습은 맛있어 보이지만 실제로 먹어보면 신맛 때문에 얼굴을 찡그리게 만드는 레몬에서 이름을 딴 레몬시장(Lemon Market)이 된다. 애컬로프의 이론은 시장에서의 교환을 전제로 한 이론이지만 그가 지적한 정보의 비대칭성 상황과 이로 인해 야기될 수 있는 문제점에 대한 인식은 경제학 외에 다른 제반 분야에서도 널리 활용되고 있다.
특히 참여자들의 ‘유인 구조’가 중시되는 보험 제도의 효과를 분석하는 데 유용한 도구로 사용될 수 있다.

한국에서는 핵가족화와 고령화에 따른 사회적 변화 추세를 감안해 국민기초생활보장 수급자 위주로 대상이 한정적인 기존 노인복지서비스 체계를 확대하기 위한 시도로서 2008년 7월부터 장기요양이 필요한 65세 이상의 노인 및 노인성질병을 가진 65세 미만에게 적용 가능한 노인장기요양보험을 운영하기 시작했다. 노인 장기요양 보험법 제 14조에 따르면 국민건강보험 직원 또는 간호사·복지사가 5개 영역(신체기능·인지기능·행동변화·간호처치·재활) 52개 항목에 대해 직접 조사하고 기능자립도를 기준으로 점수를 부과하게 돼 있으며 이에 따른 총 점수를 기준으로 등급을 부여한다. 총점이 60점 이상(1·2·3등급에 해당)인 경우 장기요양보험의 수혜자가 될 수 있다. 국민건강보험이 발표한 ‘2014 노인장기요양보험 통계연보’에 따르면 노인인구대비 장기요양보험의 인정비율은 2010년 5.8%에서 2014년 6.8%로 증가했고, 급여이용 수급자 1인당 월평균 급여비는 2013년보다 2.8%가 늘었고, 공단부담금 합계 및 요양보호사 근무비중 등 요양보험제도와 관련된 각종 지표가 과거보다 개선돼 제도의 대상과 혜택이 크게 확대됐다는 사실을 알 수 있다.

그러나 이러한 제도성과의 이면에는 잘 부각되지 않는 문제점이 있다. 바로 장기요양보험 제도의 대상을 선정하는 조사자와 제도 이용 신청자 사이에 존재하는 정보의 비대칭성이 그것이다. 국민건강보험에서 공시하고 있는 등급판정 및 절차를 보면 인정신청을 하게 되면 공단 소속 장기요양 직원이 직접 방문해 기준 항목들에 대한 상태를 조사하고 점수를 부과한다. 이 때 항목들의 내용은 ‘옷 벗고 입기’, ‘세수하기’, ‘목욕하기’, ‘망상’, ‘환청’ 등으로 구성돼 있는데 신청자 본인이 아닌 이상 신청자가 이러한 정보를 허위 진술하고 행동할 경우 타인의 관찰만으로 이를 진단하기 어렵다. 특히 장기요양보험 제도 장기요양보험 제도 수혜자가 되면 장기요양보험료와 국가 및 지방자치단체 부담금의 혜택을 받게 되기 때문에 신청자 입장에서는 본인의 상태가 3등급에 미치지 않을지라도 허위진술을 통해 장기요양인정점수를 극대화시킬 유인을 강하게 갖는다. 한국보건사회연구원이 작성한 ‘노인장기요양보험 등급판정 현황 및 문제점’에서 제시한 자료를 보면 장기요양보험 도입 이후 등급인정자(1-3등급)의 비율은 2008년 7월 2.9%에서 2014년 6.8%까지 급증했고 특히 초기에는 1-2등급의 비율이 높았지만 갈수록 2-3등급의 규모가 빠른 속도로 증가하고 있음을 알 수 있다. 또 제도 도입 이후 3년 간 등급 유지 비율이 3등급에서 가장 높게 나타났는데 이러한 결과들은 등급 판정의 경계선상에 있는 3등급의 특성을 생각해볼 때 허위판정과 관련된 유인 구조의 존재를 강하게 의심하게 한다. 이러한 현상은 애컬로프가 지적한 정보의 비대칭성의 원리가 제도에 적용되는 경우로 해석할 수 있다. 이렇게 허위판정이 급증한다면 결국 제한된 자원 내에서 혜택이 제공되는 복지 제도의 특성상 장기요양보험의 취지에 부합하는 수혜자들에게 돌아갈 서비스의 양과 질이 하락하면서 자원이 비효율적으로 배분되고 제도의 목적이 침해될 수 있다.

경제학에서는 정보의 비대칭성 하의 문제점을 해결하기 위한 노력들을 제시하고 있고 이 때 문제의 근본적인 원인인 유인 구조를 개선하는 방법이 효과적인 해결책임 될 수 있음을 지적한다. 구체적으로는 비대칭적으로 많은 정보를 갖고 있는 정보 소유자의 유인 구조를 분석한 다음 이를 바탕으로 정보 소유자 스스로 ‘거짓’이 아닌 ‘진실’을 말하는 것이 유리하도록 계약 구조를 설계하는 방식이나, 정보 소유자의 종류에 따라 합리적으로 어떻게 행동할지를 분석해 정보 소유자가 진실을 말하고 있는지 가려낼 수 있다. 현재 정부에서는 허위판정 문제에 대한 우려의 목소리에도 허위판정문제가 실제로 빈번하게 발생하는지 구체적으로 조사하고 있지 않고, 해결책에 대해서도 ‘등급 판정 절차의 공정성 강화’라는 추상적인 용어만을 제시하고 있다. 이러한 접근방식에는 근본적인 원인이 되는 ‘정보의 비대칭성’과 ‘왜곡된 유인 구조’라는 관점에서 문제를 해결하려는 시도가 보이지 않는다. 문제의 본질을 보지 못하면 해결책 또한 단편적이고 제한적일 수밖에 없다. 장기요양보험의 신청자들이 ‘진실’을 말하는 것이 스스로에게 더 유리한 구조가 될 수 있도록 제도를 개선하는 것이 근본적인 해결책이 될 것이고, 이를 위한 정책 당국의 노력이 필요하다.

[구본승 서울대학교 사회과학대학 경제학부 4학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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