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학적 관점에서 분석한 의약품 리베이트 문제

최초입력 2016.05.17 16:22:58
최종수정 2016.05.20 14:28:59

[사진출처= gettyimagesbank]

연초 제약회사인 유영제약, 신풍제약, 노바티스가 리베이트 조사를 받고, 다른 회사들에 대한 리베이트 관련 추가조사도 이뤄질 것이라는 예측이 제기되면서 제약 및 의료 업계의 관심이 여기에 집중됐다.

재무이론에서 리베이트는 지불대금이나 이자의 일부를 지불자에게 되돌려주는 일이나 그 돈을 의미한다. 제약 및 의료계에서는 통상 제약회사가 의료인에게 판매 약품을 처방해주는 대가로 돈을 지불하는 행위를 가리킨다.

리베이트 행위가 이뤄질 경우 약품 판매 가격은 실제 판매가격보다 더 높은 수준으로 형성되며, 이에 따라 약품가격(이하 약가)의 일부를 국민건강보험공단에서 지불하는 현행 제도의 특성상 건강보험 지출액 규모가 증가하게 된다. 계속되는 심각한 재정적자와 부실운영 논란에 휩싸이고 있고 국민건강보험공단의 상황을 고려할 때, 이러한 리베이트 문제는 심각한 사회적, 도덕적 질타의 대상이 되고 있다.


이러한 점을 감안해 정부에서는 2010년 11월부터 리베이트 행위가 적발될 경우 제약사 및 의사를 모두 처벌하는 리베이트 쌍벌제를 도입하는 등 처벌의 수위를 높여 리베이트 문제를 해결하고자 노력하고 있다.

그러나 일각에서는 단순히 처벌의 수위를 높이는 것은 문제에 대한 근본적인 해결책이 될 수 없으며, 리베이트 행위가 발생하는 원인을 본질적으로 이해하고 이를 근절할 수 있는 대책이 마련돼야 한다며 정부의 대응방향을 비판하고 있다.

필자는 3월 첫 칼럼을 통해 정보경제학의 개념을 소개하고, 이를 바탕으로 유인구조의 왜곡과 개선을 중심으로 노인장기요양보험을 분석했다. 필자는 그 중요성과 화제성이 높은 리베이트 문제의 근본적인 원인을 분석하는 데 있어서도 이러한 정보 경제학적 시각이 유용하게 활용될 수 있다고 판단했다.

제약 및 의료산업은 소비자가 ‘공급자가 판매하는 상품에 대한 정보’를 완전하게 알지 못해 정보의 비대칭성이 강하게 나타나는 분야다. 정부가 가격을 통제하는 규제 산업으로서의 성격을 갖고 있기 때문에 참여자들의 유인 구조와 반응을 분석하는 작업이 문제를 분석하는 데 유용하게 활용될 것으로 기대된다.

정보 경제학의 관점에서 의약품 리베이트 문제의 원인을 접근할 때 선행돼야하는 것은 리베이트 행위를 하도록 유인을 제공하는 현행 제도에 대한 분석이다. 우선 개별 실거래가 상환제도를 언급할 수 있다.

1999년 11월부터 실시된 개별 실거래가 상환제도 하에서는 요양기관에 대한 약제비 상환은 상한금액 범위 안에서 요양기관이 실제로 구입한 가격으로 지급되는데, 이러한 제도 하에서는 약가마진이 더 이상 요양기관의 합법적 수입원이 되지 못한다.

현행 제도에 따르면 대부분의 요양기관들이 실거래가의 높낮음에 상관없이 보상을 받게 되기 때문에 가격을 낮출 유인이 부족한 것이다. 이러한 실거래가 제도가 시장 참여자들의 유인구조에 어떠한 영향을 미치게 됐을까?

우선 더 이상 약가 이윤을 추구할 수 없게 된 요양기관들은 음성적 경로를 통해 약가마진을 통한 이윤을 지키고자 할 것이다. 또한 제약회사 입장에서는 실거래가 상환제도에서는 정상적인 가격경쟁을 통해 실제로 판매한 약품 가격이 정부에서 제시한 상한금액보다 낮아질 경우 정부 고시 약품 상한 가격이 내려갈 수 있기 때문에 높은 거래가격을 유지할 유인이 생긴다.

이때 공식적인 약품 거래가격은 정부 상한 가격으로 유지한 상태에서 음성적으로 제약회사가 요양기관에게 리베이트를 제공한다면 제약회사는 다른 제약업체와의 경쟁에서 유리한 고지를 점할 수 있을 뿐 아니라 높은 거래가격을 유지할 수 있고, 요양기관은 정상적인 제도 하에서는 얻을 수 없는 약가 이윤을 취할 수 있게 된다. 즉, 실거래가 제도 도입으로 인해 약품 리베이트를 제공하고 수취할 강력한 유인이 존재하는 것이다.

다음으로 제네릭 약가(복제약 가격) 결정제도를 확인해볼 필요가 있다. 보험약가제도에서 복제약에 대한 가격 설정방식을 살펴보면 복제약의 가격을 신약과 큰 차이가 나지 않는 비율로 설정한다. 특히 시장에 일찍 출시된 복제약의 가격을 우대하고 있다.

신약의 경우 개발과정에서 엄청난 비용이 소요되기 때문에 이러한 제도는 제약회사들로 하여금 신약개발에 착수하기보다는 최대한 빨리 복제약을 만들려고 한다. 이때 제약회사는 신약에 비해 상대적으로 적은 비용으로 복제약을 개발해 신약과 유사한 가격으로 팔 수 있게 돼 발생하는 이윤의 일부를 리베이트 형태로 요양기관에 제공할 수 있다. 자신들이 제공하는 복제약을 요양기관이 구입하게 만들어 제약회사와 요양기관 모두 더 큰 이윤을 얻을 수 있는 것이다. 종합하면, 현행 제네릭 약가 결정제도는 신약개발을 억제하고 복제약의 개발 및 의약품 리베이트의 유인을 증가시키고 있다고 평가할 수 있다.

이러한 점들을 고려하면, 의약업계에 만연한 의약품 리베이트 행위의 발생원인은 시장 참여자들의 왜곡된 행동을 부추기는 유인구조와 이러한 유인구조의 원인이 되는 현행 약가 제도에 있다. 문제의 원인이 시장 참여자들의 왜곡된 유인구조에 있다면, 문제를 근본적으로 해결하기 위해 약가 제도가 더 이상 이러한 왜곡을 일으키지 않도록 제도를 개선해야 한다.

하지만 현재 정부는 리베이트 문제를 해결하는 데 있어 주로 징벌적 태도로 임하고 있다. 부도덕한 행위에 참여한 개인을 처벌함으로써 리베이트 문제를 해결하겠다는 것이다. 리베이트 행위가 적발될 경우 제약회사와 의료인 쌍방을 엄벌하겠다는 리베이트 쌍벌제는 이러한 정부의 태도를 단적으로 보여준다.

물론 제도와 법을 어겨 사회적 비효율성을 일으키는 개인을 처벌하는 것은 개인들로 하여금 처벌에 대한 두려움으로 잘못된 행동을 하지 않게 할 유인을 제공하며 반드시 필요한 일이다. 그러나 문제를 완전히 해결하기 위해서는 이러한 도덕적 차원에서의 징벌만으로는 부족하다. 문제의 원인이 되는 왜곡된 유인구조와 현행 제도의 모순을 바로 잡는다면 참여자들에 대한 징벌 없이도 불법적 행동을 근절할 수 있다.

따라서 앞으로 의약품 리베이트 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논의의 초점은, 제약회사 및 요양기관들의 유인구조를 조정할 수 있도록 리베이트 문제의 기저에 존재하는 약가 제도 자체를 어떻게 변경할 수 있는가에 맞춰져야 한다. 이는 저번 달 칼럼에서 노인장기요양보험 제도를 분석하는 데 있어서도 비슷하게 적용됐던 논리로, 유인구조를 중시하는 경제학적 관점이 도덕적, 윤리적 영역에 속한 것으로만 간주됐던 의료 및 보건 분야에서도 유용하게 활용될 수 있음을 보여준다.

[구본승 서울대학교 사회과학대학 경제학부 4학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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