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데뷔 이후 첫 풀타임 시즌` 허경민은 진화하고 있다

최초입력 2016.12.13 18:05:22
최종수정 2016.12.14 17:54:38
올시즌 모든 경기에 출장한 선수는 단 여섯 명에 불과하다. 나성범(NC), 김하성(넥센), 정의윤(SK), 김태균(한화), 손아섭(롯데) 그리고 허경민(두산)이 그 주인공이다. 이 가운데 허경민은 겉으로 드러나는 기록에 있어선 최정(SK), 황재균(롯데), 이범호(KIA) 등에 비해 빛을 보지 못했지만 두산의 살림꾼 역할을 톡톡히 했다.

체력적인 부담도 분명 있었다. 특히 9월 이후엔 타율이 급격하게 떨어졌다.
한때 3할 초반이었던 타율이 2할9푼대로 떨어졌고, 2할8푼6리로 정규시즌을 마감하면서 아쉬움이 남지 않을 순 없었다. 허경민의 표정도 밝을 수만은 없었다. 그럼에도 팀이 통합 우승을 달성하는 데 큰 공헌을 하며 조금이나마 마음의 짐을 덜어냈다.

한국시리즈 3차전 당시 쐐기 타점을 쏘아올린 뒤 환호했던 허경민. [사진 = MK스포츠 DB]

사실 가장 고무적이었던 것은 건강하게 한 시즌을 보냈다는 것이다. 경찰청에서 돌아온 이후 두각을 드러내기 시작한 허경민은 2012년부터 입지를 다졌다. 그는 2012년 92경기, 2013년 75경기, 2014년 105경기, 2015년 117경기에 출장하며 두산의 핫코너를 책임졌지만 전 경기에 나선 것은 올해가 처음이었다.

첫 해엔 붙박이 3루수로 나서진 않았다. 주로 오재원과 함께 2루수로 활약하며 조금씩 발전해가는 모습을 보였다. 그러던 중 2014년 주전 3루수였던 이원석이 부진하면서 그 자리를 허경민이 꿰찼고, 100경기 이상을 소화해 제 몫을 다했다. 팀 성적이 좋진 않았지만 두산이 얻은 몇 안 되는 수확 중 하나가 허경민의 성장이었다.

그리고 김태형 감독이 부임한 2015년, 허경민은 조금 더 완전체에 가까워졌다. 117경기 404타수 128안타 1홈런 41타점 타율 .317(3할1푼7리)로 프로 데뷔 이후 최고의 시즌이었다. 잔부상이 있었다는 게 흠이지만 안정감 있는 수비와 정확한 컨택트 능력으로 성공적인 시즌을 보냈다.

게다가 '가을 사나이'라는 별명이 붙을 정도로 포스트시즌에서 모두를 깜짝 놀라게 했다. 준플레이오프부터 한국시리즈까지 54타수 23안타 10타점 타율 .426(4할2푼6리)을 기록, 역대 단일 시즌 포스트시즌 최다 안타 신기록을 수립했다. 매 경기 고른 활약으로 미라클 두산의 기적에 앞장섰다.

어느새 1군에서 네 번째 시즌을 맞이한 올해, 3루 자리는 역시 허경민이 차지했다. 허경민뿐만 아니라 류지혁, 서예일, 최주환 등 백업 야수들의 성장세가 돋보이면서 긴장을 늦출 수 없었다. 그래서 책임감이라는 이름 아래에 전 경기 출장이라는 뜻 깊은 기록도 달성할 수 있었다. 백업 야수들의 성장이 허경민에겐 좋은 자극제가 되었다.

WBC 엔트리에도 승선한 허경민은 아직 완성형이 아니다. 계속 진화하고 있다. [사진 = MK스포츠 DB]

그는 9월 이후를 제외하면 시즌 내내 꾸준함의 정석을 보여줬다. '타고투저' 현상이 극심했고 3할 이상의 타율을 기록한 타자만 무려 40명에 달했던 시즌이기에 2할8푼6리라는 타율만 놓고 보면 잘했다고 할 순 없다. 그러나 잔부상 없이 꾸준하게 시즌을 치렀다는 점에 있어선 칭찬받아 마땅하다.

또 올시즌 내내 특정 타순에 배치되기보단 1, 2, 7, 8번을 오가면서 상황마다 필요한 타격을 해줬다. 득점권 타율 .321(3할2푼1리)로 클러치 능력은 물론이고 총 8번의 희생번트를 시도해서 6번을 성공시켰다. 도루는 6개로 생각보다 많이 뛰진 못했지만 루상에 출루하면 상대 투수를 흔들 수 있는 센스를 보여주기도 했다.

정규시즌 풀타임 소화에 이어 올해에도 허경민은 '가을 사나이'로서의 면모를 드러냈다. 한국시리즈에서 만난 NC를 상대로 17타수 6안타 5타점 타율 .353(3할5푼3리)을 기록, 특히 결정적인 순간에 터진 5타점은 3차전과 4차전 승부의 흐름에 있어 큰 영향을 끼쳤다. 지난해와 마찬가지로 올해 역시 데일리 MVP와 MVP의 부상으로 수여되는 타이어를 받지 못했지만 팀 우승만을 생각했던 허경민에겐 후회 없는 가을야구였다.

무사히 한 시즌을 치른 것이 큰 도움이 됐던 것일까. 지난해 프리미어12에 이어 내년 3월에 열리는 WBC(월드베이스볼클래식) 대표팀 명단에도 당당히 이름을 올렸다. 때에 따라 유격수와 2루수로도 나설 수 있어 허경민을 활용할 수 있는 방안은 매우 다양하다. 단 한 명의 자원이지만 대회 기간 동안 내야진에 숨통을 트여줄 수도 있을 것으로 보인다.

2016년 허경민은 화려하진 않았어도 누구보다도 최선을 다했고, 열심히 땀을 흘렸다. 전 경기 출장을 통해 본인의 가치를 입증하기도 했다. 이제 그는 두 번째 태극마크와 팀의 한국시리즈 3연패라는 목표가 공존하는 2017년을 바라보고 있다.

[유준상의 뚝심마니Basebal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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