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전력 시장 법·제도에 대한 경제학적 고찰

최초입력 2017.09.01 00:20:50
최종수정 2017.09.01 00:23:39
1980년대 이후 국가에 의한 공공서비스의 독점적 공급방식이 정부실패를 발생시킴에 따라 신 공공관리론 관점에서 공공서비스의 민영화가 개혁정책의 주요한 수단으로 부각되었다. 공공선택론, 거래비용이론 등에 이론적 배경을 둔 신 공공관리론은 경쟁으로 인한 효율성의 증가가 공공서비스의 생산비용 하락 및 품질 개선을 가져와 궁극적으로 사회 전체의 공익을 극대화시킬 것이라고 말한다.

이러한 시각 하에서 우리나라 역시 대표적인 공공서비스인 전기 부문의 민영화가 진행되고 있다. 현행 전기사업법 제7조는 ‘전기사업을 하려는 자는 전기사업의 종류별로 산업통상자원부장관의 허가를 받아야 한다.’고 되어있고, 동 법 시행령 및 시행규칙에서는 이와 관련된 세부 사항을 규정하고 있다.
이러한 허가는 강학 상 특허에 해당하는 행정행위로 민간 사업자에 대해서도 전기사업에 관해 권리능력 또는 법적지위를 부여하는 근거로 기능한다.

다만 공공성 훼손 우려 등으로 인해 현재 전기 부문의 민영화는 전기산업 중 발전사업, 즉 생산한 전기를 전력시장을 통해 전기판매사업자에게 공급하는 사업(전기사업법 제2조 3호)에만 부분적으로 이루어진 상황이다.

그렇다면 민간의 창의성과 활력이 정말로 우리나라 전기 부문의 효율성을 가져왔는가? 이에 대해서는 상반된 시각이 존재한다. 혹자는 전력대란으로 사상 최대의 흑자를 내 성과급 잔치를 벌인 한국전력의 방만한 경영을 비판하며 민간 중심의 전력시장 개편을 촉구하지만, 일각에서는 전력수요가 급증할 때마다 높은 가격에 전기를 판매해 고수익을 올리는 민간발전사들이 전력난 심화의 주범이라는 목소리도 높다.

양 시각은 모두 자신들의 견해가 전기의 안정적인 공급을 통한 국민 생활의 향상이라는 목표를 달성하기 위해 더 적합한 수단이라고 주장한다. 이는 결국 공공선택이론의 전통적인 논쟁, 즉 공공서비스의 민영화가 공익 극대화를 위해 효율적인지의 문제로 귀결된다. 그 개선 및 규제 방안은 각각 국가에 의한 공공서비스의 독점적 공급을 지지하는 입장, 시장으로의 공공서비스 이전을 지향하는 입장, 민관협력(PPP, public private partnership)에 근거한 부분적 민영화 하에서의 제도적 개선을 추진하는 입장에 기반을 두고 있기 때문이다.

이러한 문제에 대해 적절한 답을 도출하는 데 경제학적 원리와 실증적 연구결과를 이용할 수 있다. 첫째, 공공정책 및 제도 수립 방안에 따라 ‘경쟁의 증가가 효율성을 증가 시킨다’는 자명한 원칙이 달리 나타날 수 있다는 점에 유의해야 한다. 현재 한국 전력시장의 근간을 이루고 있는 풀 제도 하 민간발전사의 행태에 해서는 각종 실증분석이 진행되고 있는데, 민영화에 따라 민간발전사의 가격 상승을 위한 용량철회(전력가격 상승을 위해 전력시장 입찰시 고의로 발전량을 줄여서 입찰하는 행태를 일컫는다.) 행위가 빈번해짐에 따라 오히려 민영화 이후 전력 가격이 상승해왔음을 입증한 연구들이 적지 않다. 둘째, 경제적 논리에 대한 이해가 결여된 공공정책은 그 목적을 달성할 수 없다는 사실을 인지해야 한다. 경제적 논리와 법적 논리가 일치하지 않을 경우 합리적이고 이기적인 개인은 경제적 논리에 따를 것이기 때문에 법규가 명하는 것과는 다른 행동으로 나아가게 된다. 현행 전기사업법은 제1조에서 ‘이 법은 전기사업의 경쟁을 촉진함으로써 전기사업의 건전한 발전을 도모하고 국민경제의 발전에 이바지함’을 목적으로 규정하고 있다. 그러나 의도와는 달리 제31조 이하에 규정된 풀 제도에 따른 전력시장 구조는 민간발전사가 왜곡된 이윤추구를 하도록 만들어 본래 법의 목적을 달성하지 못하고 있다는 목소리가 높다.

결국 향후 우리나라 전력산업에 관한 정책 및 규제는 공공부문의 비효율성을 개선함과 동시에 민간발전사의 이기적 행태가 사회적 효용의 감소로 이어지지 않는 방향으로 개선되어야 할 것이다. 그 해결 방안으로는 전력산업의 재국유화 또는 완전민영화, 그리고 민간발전사의 허위입찰을 줄이기 위한 인센티브 설계에 초점을 맞춘 정부승인차액계약제도(VC)를 통한 현행 제도 하에서의 민간발전사 유인 구조 변화 등이 언급되고 있다. 검토하건대 전력산업의 재국유화나 완전민영화에는 여러 난점이 존재하므로, 현행 제도 하에서 민간발전사의 유인 구조에 대한 추가적 연구 및 그에 근거한 공공정책의 수립이 필요하다 여겨진다. 다만 이는 전력산업에 대한 깊은 이해 및 이와 관련된 정치, 경제, 사회적 논의를 모두 고려해야 하는 방대한 과제이며, 국가의 기간산업이자 국민생활의 필수재인 전력산업을 더 효과적이고 효율적으로 운영할 수 있기 위한 방법을 마련하는 데 규범적 논의와 실증적 연구를 아우르는 접근이 요구된다.

[구본승 서울대학교 사회과학대학 경제학부 4학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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