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르가 닳도록 스페인어] 오늘밤, 우리 타파스 먹으러 갈까? - 이야기로 보는 스페인 음식 ①타파스(tapas)

최초입력 2017.12.04 10:18:42
최종수정 2017.12.04 13:43:38

사진:픽사베이



스페인 문학 전공자로서 어디서든 스페인과 관련된 것들을 귀신같이 찾아내는 나는 ‘스페인어’와 조금이라도 닿아있는 것들을 일상생활 속에서 발견하면 너무나도 즐겁다. 그동안 스페인어가 비주류 제2외국어로 여겨져 왔고 그와 관련한 문화적 요소들 역시 국내에서 만나 볼 수 있는 기회가 영어, 중국어 등 소위 말하는 주류 언어에 비해 적은데서 기인한 자연스러운 기쁨이었을 것이다. 그리고 그런 발견의 즐거움을 가장 많이 가져다 준 영역이 바로 스페인 음식 분야가 아닐까 싶다.

몇 년 전까지만 해도 이태원과 홍대를 중심으로 손에 꼽을 정도로만 있었던 스페인 음식점이 최근 들어 전국적으로 눈에 띄게 증가했다. 전문 스페인요리 음식점이 아니더라도 이탈리안 레스토랑이나 자칭 젊은이들 사이에서 ‘핫’하다는 주점에서 주류와 함께 그들만의 시그니처 메뉴로 스페인 요리를 선보이는 경우를 심심치 않게 볼 수 있다.
그리고 그 중 대표적인 것이 ‘타파스(tapas)’이다.

타파스는 스페인의 식당(restaurante)이나 바(bar)에서 마실 것을 주문하면 관행상 무료로 주는 안주를 말한다. 타파스로 제공되는 것으로는 바게트 빵 위에 소스를 곁들인 소량의 음식, 올리브열매, 감자튀김, 하몬 조금, 토르티야, 각 지역의 전통음식 등 다양한 종류의 음식 약간이 일반적이다. 안주 값이 술 값 보다 비싼 한국에 사는 우리로서는 스페인의 타파스 문화가 굉장히 정감 있고 인심 넘치게 느껴질 수 있다. 그러나 항상 돈을 지불하지 않아도 되는 것은 아니니 너무 좋아하지 말자! 바르셀로나나 마드리드 같은 대도시의 식당이나 바에서는 타파스를 따로 주문해야 한다. 내 경우에는 바르셀로나 유학 시절 단 한 번도 공짜 타파스를 먹어 본 적이 없었는데, 남부 지방을 여행할 때, 1유로짜리 맥주를 시키자 함께 준 타파스의 맛을 아직도 잊을 수 없다. 공짜여서 그런지 더 맛있었다.

사진:픽사베이



사실 타파스(tapas)의 기원에 대해서는 여러 가지 이야기가 있다. 먼저 단어 자체의 기원은 ‘덮다’, ‘가리다’라는 스페인어 동사 'tapar(타파르)'에서 온 것으로 먼지나 벌레가 마실 것에 들어가지 못하도록 컵이나 잔의 윗부분을 덮는 오랜 관습에서 비롯된 말이다. 스페인 사람들의 주류 사랑을 엿볼 수 있는 대목이기도 하다. 스페인의 세종대왕 쯤으로 생각하면 되는 알폰소 10세 왕(1252~1284)은 주치의가 건강상 먹는 양을 줄이며 기력을 회복해야 한다고 하자, 맛있는 음식들을 소량으로 와인과 함께 먹었다고 한다. 이후 왕은 스페인의 주점에서 안주 없이 술을 판매하는 것을 금지하는 법을 만들었고 여기서 타파스가 기원한다고 보기도 한다. 이로 인해 스페인 국민들은 안주 없이 술만 마셔 건강이 상하거나, 금세 취하는 것을 예방할 수 있었다고 하니 타파스는 서민 지향적 성격을 가졌다고도 볼 수 있겠다.

이제는 일반적인 타파스를 벗어나 타파스만을 전문적으로 연구하고 만들어 파는 식당들이 있으며, 이 식당들만을 투어하기 위해 스페인을 찾는 관광객들도 있으니 타파스가 스페인의 하나의 문화로 자리 잡았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스페인어에 ‘타파스를 맛보러 다니다’라는 동사 tapear(타페아르)가 있을 정도이니 타파스를 먹는 행위는 단지 음식을 먹는 행위를 넘어서 가족, 친구, 연인들과 함께 일상을 공유하고 기분전환 하는 기회로, 스페인 사람들의 삶의 일부가 된 것이다.

사진:픽사베이



타파스는 그 종류의 다양성이 보여주듯이 정해진 요리법이 있는 획일화된 메뉴가 아니라 ‘어떠한 음식’이라도 타파스가 될 수 있다는 정의가 더 정확한 것 같다. 함께 잔을 부딪치고 깔깔거릴 누군가와 함께라면 타파스를 100배 더 즐길 수 있다. 집에서 바게트 빵에 소시지를 올리고, 치즈를 썰어 예쁘게 접시에 담은 뒤 오늘 밤 친구들과 타파스 파티를 해보는 것은 어떨까? 아니면 가까운 스페인 타파스 집을 찾아 ¿Salimos hoy a tapear? (오늘 타파스 먹으러 갈까?)

[곽은미/마르가 스페인어 강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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