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학 정시 지원할 때에 고려할 사항

최초입력 2017.12.14 12:31:08
최종수정 2017.12.14 20:03:04

사진:픽사베이



이제 2018학년도 대입 수학능력 시험 성적이 발표되었다. 학생들이 체감하는 난이도와는 다르게 난이도가 높지 않았다는 평가가 나오고 있다. 특히 상위권으로 갈수록 변별하기 힘든 점수 분포를 보이기에, 원하는 대학에 합격하기 위하여서나 원하는 진로를 선택하기 위해서는 학생들의 세심한 전략이 필요하다. 정시 지원전략에는 성적으로 짤 수 있는 전략이 가장 일반적이다. 하지만, 수능성적을 가지고 유불리만 가려서 지원하는 것 이상으로 자신의 미래와 진로에 연관된 전략도 중요한 전략이라 하겠다.
이러한 전략에는 다음과 같은 것들이 고려의 대상이 될 수 있을 것이다.

첫째, 앞으로의 시대는 어떻게 흘러가는가

대학에 진학하는 것은 한층 성숙된 인간으로 발돋움을 하는 기회이다. 또한 앞으로 평생을 살아가는데 필요한 일정한 능력을 배양할 수 있는 기회이자 사회로 가는 길목의 여정이다. 또한 비용이 만만찮게 소모되는 장기간의 과정이므로 미래에 적합한 능력을 키울 수 있어야 한다. 그런 의미에서 앞으로 자신이 사회에 발을 내딛는 10여년 안팎의 상황을 예측하여 대학 진학을 고려해야 한다.

실제로 어떤 직업이 미래에 살아남을지 예측하기도 힘들지만 어떤 기술이 5~10년 뒤에서 살아남을지 예측하기도 힘든 세상이 되었다. 어떤 미래학자들은 2025년에는 현재 직업의 80%가 사라지고, 2030년에는 대학의 절반이 사라지며, 2045년에는 인공지능이 인간을 능가한다고 예측하고 있기도 하다.

대학에 원서를 넣기 전에 시대의 흐름을 읽어보자. 책도 좋고 다큐멘터리도 좋다. 단순하게 대학에 가면 다 준비할 수 있을 것이라고 생각한다면 오산이다. 내가 준비해야만 하는 것이 현실이다. 시대가 어디로 흐르는지도 모르고 있다가는 자신이 어디에 처박힐지도 모른다. 대학에 진학하는 것이 어떤 이에게는 기회이지만, 어떤 이에게는 위기가 될 수도 있다. 위기는 사람들이 생각하는 것보다 빨리 오지 않지만, 사람들이 생각하는 것보다 훨씬 빨리 진행된다고 한다. 대학의 합격에만 초점을 둘 것이 아니라, 시대의 흐름에서 대학의 위치를 생각해보면 좋겠다.

둘째, 전공이 우선인가, 학교명과 지역이 우선인가

우리나라 대학입학은 서울지역과 비 서울 지역으로 나뉜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대학교간의 서열은 매우 유혹하는 힘이 강하여 대학 진학에서 가장 큰 힘을 발휘하고 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그러나 대학에 입학할 때에 전공을 정해야 하는 학생들에게는 전공을 우선적으로 고려할 것인지, 대학이름이나 지역을 우선적으로 고려할 것인가를 결정해야 한다. 이런 결정에는 여러 가지 요소가 있겠지만, 시대의 흐름과 개인의 소망과 꿈이 가장 큰 요소로 작용해야 좋은 결과를 가져올 수 있을 것이다.

내가 아는 A양이 있다. 이 A양은 강북의 한 평범한 일반고 출신으로 최선을 다해서 공부를 하였다. 이 A양은 고등학교 입학부터 논술에 능력을 보여 논술을 잘 준비하였으며, 서울의 명문 K대에 논술전형으로 당당히 합격을 하였다. 그러나 A양은 입학 후부터 많은 갈등을 겪기 시작했다. A양의 전공은 한문교육이었는데, 고등학교 때에 전혀 생각하지도 않았던 것이고 성적과 합격 가능성만을 염두에 두고 진학한 것이라 적응하기 힘들었다. 그래서 학업을 제대로 하지도 못하여 성적은 바닥을 쳤고, 갈등 속에 빠진 A양은 휴학을 하기도 하였다. A양이 K대에 합격하였을 때는 자랑스러웠고 축하를 많이 받았다. 그러나 일상생활로 돌아온 그녀에게 현실은 명문대 학생이라는 것보다는 자신이 선택한 것이 과연 옳았는가 하는 의구심이었다.

명문대에 가야만 인생이 잘될 것이라는 생각을 고쳐야 한다. 기회가 되고 능력이 충분하면 명문대에 가는 것이 맞다. 그러나 자신이 원하지 않는데도 명문대에만 가고자 한다면, 그리고 지방에서 서울에 있는 대학에만 진학하기를 고집한다면 자신의 젊은 시절이 피 끓는 청춘의 아름다운 시절이 아니라, 애끓는 청년의 고통스런 시기가 될 수 있다.

셋째, 대학은 목표인가, 과정인가

우리나라 교육에서 잘못된 관습이 하나 있는데, 좋은 대학만 가면 모든 것이 잘 될 것이라고 말하는 것이다. 그러면서 청소년과 부모들에게 대학이 목표인 것처럼 호도하고 있다. 이는 공교육이나 사교육이나 공통적이며, 아마도 어른들이 청소년들에게 하고 있는 가장 큰 거짓말 중의 하나일 것이다. 대학은 분명 아이들의 인생의 모든 것을 잘 해결하게 해 줄 수 있는 곳이 아니라, 큰 짐을 더 지워질 수도 있는 값비싼 과정이다. 결코 목표가 아니다. 이 점을 수험생들은 반드시 기억해야 할 것이다.

대학에서 소요되는 비용은 비싸다. 연 평균 등록금액수가 700만원이 넘는다. 여기에 교통비, 전화료, 식대, 사교비, 책값, 문화비, 사교비 등을 포함하면 천문학적인 돈이 소요된다. 부모님의 경제력이 어느 정도 되면 괜찮겠지만, 대부분의 가정은 한 자녀 대학을 보내는 데에도 은행에 융자를 받아야 한다. 아니면 학생 자신이 학자금을 융자 받아서 공부하고 사회에 진출하면서 융자금을 갚아야 한다. 그러나 앞으로의 시대는 고용 없는 성장의 시대가 될 것이므로, 대학을 졸업했다 하더라도 쉽게 취업하기가 힘든 경제구조를 갖게 될 것이다.

이런 상황에서 비싼 등록금과 기회비용을 들여서 대학을 진학해야만 하는가에 대해서 깊이 고민해야 할 것이다. 내가 고3학생들을 진학지도 하면서 대략 통계를 잡아보았을 때, 부모님 집을 떠나서 대학교에 진학할 경우에 졸업할 때까지의 비용은 적게 잡아도 5,000 만원 이상 소요되는 것으로 나타났다. 부모의 지원이 없는 학생은 스스로 학비를 벌어야 하므로 학업에 집중할 수 없게 되어 성적은 더 나빠지면서 새로운 기회가 멀어지는 결과까지 올 수 있다.

이런 상황을 알기에 내가 진학지도를 할 때에는 대학의 간판도 중요하지만, 내 자신에게 투자를 많이 하는 대학으로 진학하기를 권한다. 명분보다 실리를 챙기라는 것이다. 물론 자신의 능력보다 훨씬 못한 대학에 가라는 것이 아니라, 비슷한 대학이라면 내게 경제적인 이득을 주고 미래의 기회를 위해 준비할 수 있도록 도와주는 대학을 찾으라는 것이다. 앞으로의 시대는 어느 대학을 졸업했는가보다 무엇을 할 수 있는 능력이 있는가가 중요한 평가 잣대가 될 것이다. 대규모의 신입사원 채용 관행이 점차 사라지고 경력직 위주의 소규모 고용이 증가하면서는 더욱 개인의 능력이 중요한 선발 평가의 기준이 될 것이다. 이미 정부 주도로 기업에서 신입사원을 채용할 때에는 학벌과 성적 등을 모두 가린 채 블라인트 테스트를 하고 있는 것을 보면 앞으로 더욱 확대될 것임을 알 수 있다. 선진국처럼 되는 것이다.

우리 인생의 목적은 행복의 추구이다. 대학은 우리 인생의 궁극적인 목표가 아니다. 대학은 우리 인생의 여정과 과정에 놓인, 지하철역이나 버스 정류장과 같은 경유지의 한 목표점이다. 이 목표에서 성공해야 하겠지만, 심리적으로, 경제적으로 상대적인 고비용으로 이 과정을 거쳐야 할 이유는 전혀 없다. 얼마든지 저렴하면서도 효율적으로 행복한 과정일 수 있다.

[배상기 서울 청원고등학교 교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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