학생부종합전형, 꿈을 위한 기회는 지금 이 순간이다

최초입력 2017.12.22 10:51:25
최종수정 2017.12.22 20:14:19

사진 : Unsplash



지난주에 인천의 S고에서 초청을 받아, 1,2학년 학생과 학부모들을 상대로 하여 학생부종합전형 준비전략에 대한 특강을 하였다. 내가 강연을 하면서 주안점을 두었던 것은 미래의 변화에 대한 느낌을 전달하면서 자신이 원하는 대학을 잘 준비할 수 있는 전략에 대한 제언을 해 주는 것이었다. 특히 일반고 학생들은 마음속에 공부에 대한 상처가 깊이 있는 경우가 많기 때문에, 그 상처를 어루만져주고 새로운 희망과 도전욕구를 불러일으켜 주어야 한다. 그렇기에 나는 학생들에게 두려움과 마음의 상처를 치유하고 극복하면서 자신의 미래를 준비할 수 있도록 강의를 구성한다.

● 미래의 불안한 H군

강연이 모두 끝난 후에 학생들에게 개인적으로 질문을 할 기회를 주었다.
많은 학생들이 내 주위로 모였다. 기특하게도 그들은 서로 먼저 온 사람에게 순서를 양보하며 끝까지 질서를 잘 지켜 주었다. 그리고 스스럼없이 질문하고 경청을 하고 나와 함께 사진도 찍었다. 내가 질문을 받고 설명을 한 시간이 1시간이 넘었다. 아이들의 열정이 가슴을 울렸다.

이 중에 H군이 특히 눈에 띄었다. 이 학생은 몹시 불안해 보였다. 성적은 매우 좋아서 할 수 있다면 최상위 대학의 어느 학과에 진학하고 싶어 했다. 나는 여러 일반고의 최상위권 학생들을 많이 만나본 경험으로 H군의 상태를 금방 알 수 있었다. 열심히 노력하는데도 생각보다 성적이 만족스럽지 않다는 것이 고민이었다. 그리고 자신은 장래 국가의 고위 공무원이 되고 싶은데 현재의 시대 흐름에 비추어 봐서 H군이 사회에 나갈 때에 그런 기회가 주어질 수 있을까 하는 것이었다. 그런 두 가지 고민으로 H군은 불안하고 초조한 기색이 역력하였다. 하지만 그의 가장 큰 고민은 다른 것이란 생각이었다.

우선 공부를 열심히 하는데 성적이 오르지 않는 이유에 대해서 이야기를 하였다. 그 이유는 자존감이 부족한 데서 찾을 수 있었다. H군은 현재 다니고 있는 학교에는 오고 싶지 않았다. 그러나 자신이 선택한 학교에서 실패를 하였기 때문에 할 수없이 현재의 학교에 다니고 있는 것이었다. 그런데 와서 보니 생각보다 성적이 우수하지 않았다. 다른 학생들보다 우수했지만 자신이 원하는 성적에는 미치지 못하였다. 그렇기 때문에 자신이 가고 싶었던 대학에 도전하기를 포기하고 차선의 대학을 목표로 하고 있었다. 그런데도 불안한 마음이 가시질 않는다. 과연 나는 잘할 수 있을까? 라고 하면서 슬픈 목소리로 애타게 가능성을 알고 싶어 했다.

H군은 다른 학생들의 질문이 모두 끝난 뒤에도 남아서 다시 질문하였다. 그것은 자신이 아까 질문한 내용을 반복하는 것이었고, 나로부터 위안의 대답을 또다시 듣고 싶은 것이란 생각이 들었다.

H군과 같이 미래의 걱정 때문에 현재에 충실하지 못하는 학생들이 많다. ’과연 내가 10년 후에 내가 원하는 일을 할 수 있을까?‘ 하는 걱정으로 현재 해야 할 일이 손에 잡히지 않거나 집중하지 못한다. 그러면서 현재 하는 모든 일에서 불안감을 온전히 떨쳐버릴 수가 없고 꼭 실패를 할 것 같은 불안감이 가시지 않는 것이다. 나는 당연히 H군이 할 수 있다고 격려를 하였다. 그리고 그 증거를 여러 가지 사례를 들어서 설명하였다. H군은 긍정하면서도 내심의 불안감을 떨쳐버리지 못하였다. 한 번 자신의 능력에 불신을 갖게 된 학생들은, 쉽게 그 불안감을 떨쳐버리지 못하고 자기 자신을 생각보다 과소평가하고 그 속에 안주하려는 경향이 있다.

● 10년 후를 위한 현재는 활용할 기회이다

그 학교는 인천의 게양산에 가까워서, 나는 게양산에 오르는 여정을 예로 들어 다시 설명하였다. 우리는 산에 오를 때 정상을 보고는 정상에 오를지, 중간지점까지 갈지를 생각한다. 그런 후에 그에 맞는 차비를 하고 나선다. 물론 정상에 올라본 사람들은 무슨 장비를 어떻게 구비해야 하는지를 잘 알고 있기 때문에 어려움이 없다. 그러나 처음 가는 사람은 여러 가지로 알아본 후에 장비를 갖추고 최소한의 사고가 나지 않도록 준비하여서 출발한다.

그리고는 정상을 향해서 걷기 시작한다. 속도를 조절하고, 체력을 안배하면서 꾸준히 발걸음을 옮긴다. 힘들면 쉬어가고 어려우면 앉았다 간다. 힘이 부족하면 간식을 먹으면서 간다. 그런데 정상에 오르기 위한 사람들이라도 늘 정상만을 처다 보고 가는 것은 아니다. 그들은 자신이 발걸음을 떼어 놓을 곳을 바라보고 걷는다. 즉 발걸음 앞의 지형을 살펴가면서 발을 옮긴다. 앞으로 내딛을 발 앞의 지형을 감지하고 내가 발을 어디에 딛고 갈 것인지를 결정한다. 때로는 폴짝 뛰어야 하고 때로는 나뭇가지를 잡고 가야 하는 것이다.

대학입시나 인생도 마찬가지이다. 자신이 원하는 곳에 이르기 위해서는 매일 그곳만을 바라보고 생활할 수는 없다. 바로 발 앞의 지형을 살피듯이, 바로 하루하루 해야 할 일을 살피고 수행해야 하는 것이다. 사람이 산에 오르다가 넘어지는 것은 산꼭대기 때문이 아니라, 바로 발 앞의 돌과 나무뿌리, 절벽 등 때문이다. 즉 사람은 자신이 목표로 하는 정상 때문에 넘어지는 것이 아닌데도 자신의 목표가 높아서 자신이 넘어지는 것이란 착각을 한다.

나는 H군에게 말했다. 학생이 힘들어 하는 것은 마음에 원하는 목표가 있어 노력하는데 그 노력이 제대로 되지 않고 있다고 느끼기 때문이라고. 그리고 지금 하고 있는 노력이 그 목표를 도달하는데 적합한가를 알지 못하기 때문이라고 말이다. 우리가 어떤 상황에 있더라도 목표점은 변하지 않고 늘 그곳에 있다. 다만 우리의 마음이 변하고 있고, 도전하고 있는 자신에 대한 자신의 신뢰가 변하고 있다. 그렇기에 미래를 걱정하는 시간에 현재 해야 할 일을 끝까지 마무리하는 습관이 필요하고, 마음속에 잡은 목표는 결코 흔들리지 말라고 조언했다. 다만 시간이 걸리므로 스스로를 격려할 수 있는 배짱도 필요하다면서 그가 자신을 어떻게 격려할 것인가도 조언했다.

우리는 무엇을 이루고 싶은 일이 있을 때, 시작하기도 전에 결과를 알고 싶어 한다. 그리고 그 목표를 이룰 수 있다는 확신을 갖고 싶어한다. 그렇기 때문에 더욱 불안한 것이다. 봄에 씨를 심는 농부는 가을을 기다릴 줄 안다. 그러나 H군과 같은 학생들은 그럴 수 있는 마음의 여유가 없는 것 같다. 그러나 기다려야 한다. 다만 그 기다리는 동안에 자신이 할 수 있는 것을 최선을 다해서 해야 한다. 농부가 씨만 뿌려놓고 시간만 보내는 것이 아니라, 자신의 농사기술을 총 동원하여 좋을 결실을 맺도록 노력하는 것처럼 말이다. 시간이 많이 필요한 것이다.

누군가는 이렇게 말했다. “과거의 후회와 미래의 희망 속에 현재라는 기회가 있다.”

H군에게 과거는 후회였고 미래는 희망보다 불안이고 현재는 갈등이다. 그런데 나는 과거의 후회와 미래의 불안과 현재의 갈등을 기회라고 위로하였다. 자신이 어떻게 하느냐에 따라 갈등이 될 수도 있고 기회가 될 수도 있는 것이다. 결코 목표를 낮출 필요가 없이 하루하루 발걸음을 내딛는 곳의 상태를 살펴야 한다. 목표만을 바라보다가 발을 헛디디면 낭떠러지로 떨어질 수도 있고, 돌부리에 넘어져 다칠 수도 있다.

10년 후에 자기가 원하는 일에 종사할 수 있을까도 걱정스럽겠지만, 현재 하루하루의 삶에서 장래 원하는 일을 하기 위한 능력을 키우고 있는가를 걱정해야 한다. 즉 자신의 꿈을 위해 하루를 기회로 볼 수 있는가를 걱정해야 한다. 산에 오로는 사람의 한 걸음씩이 모여서 그 사람을 정상에 올려놓듯이, 미래의 목표를 원하는 사람의 하루하루의 노력과 충실함이 그 사람을 원하는 자리에 올려놓을 수 있는 것이다.

[배상기 서울 청원고등학교 교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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