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신을 발전시킬 수 있는 과목을 선택하라

최초입력 2018.03.19 13:45:20
최종수정 2018.03.19 20:38:47
서울대는 학교의 교육과정에서 학생이 어떤 선택을 하는가를 굉장히 중요하게 여긴다. 선택의 기회가 주어졌을 때 어떠한 선택을 하였으며, 그 이유는 무엇일까? 하는 의문을 가지고 학생의 서류를 검토한다. 그 학생이 어떤 과목을 선택한 것이 개인의 발전을 위해서인지, 내신 성적과 같은 점수를 얻기 위해서인지 금방 알 수 있다고 한다.

서울대가 좋아하는 학생은, 내신 성적이나 수능성적의 불리함에도 불구하고 진로와 개인의 발전을 위해 과목을 선택하는 도전적인 학생이다. 또한 교육과정에 없는 과목이라 해도, 자신의 진로를 위한 공부를 한 학생도 좋은 평가를 받는다.

사진출처 : 픽사베이



학생들에게 과목 선택은 또 하나의 도전이다. 어떤 것을 선택할 것인가를 결정하는 것도 어렵고, 왜 그런 선택을 했는지에 대한 이유를 찾기가 어려울 때가 있다. 특히 그 선택이 학생의 지적 호기심을 충족하거나 희망하는 장래의 진로와 연관될 때는 매우 중요하다.

다른 선택의 기회가 있었음에도 불구하고 그 선택을 하였다는 것은, 그 선택으로 말미암아 발생할 수 있는 손해를 감수하겠다는 의지를 나타내는 것이고, 자신의 선택에 대한 큰 열정을 보이는 것이기 때문이다.

예를 들어 화학을 공부하고 싶은 학생이 있다고 하자. 그런데 화학Ⅱ가 개설되지만 선택한 학생이 적다.

과목을 공부하기가 어렵기 때문에 많은 시간이 필요하고, 그렇다 보니 수능시험 준비하는 데 방해가 될 수 있다. 또한 선택한 학생이 적다는 것은 화학Ⅱ를 아주 잘하는 학생들만이 수강한다는 것을 의미하므로 좋은 내신등급을 받기 힘들다. 그렇기 때문에 많은 학생들은 화학Ⅱ 과목을 수강하고 싶어도 선택한 학생들이 많은 다른 과목을 선택한다.

그럼에도 화학Ⅱ를 선택한다면 도전적인 학생이라는 평가를 받을 수 있다. 특별히 학생이 지원하는 전공이 화학을 꼭 필요로 하는 전공이라면 더욱 그렇다. 물리Ⅱ도 그렇다. 공과대학의 기계나 전자계통을 전공하고 싶은 학생이면 물리Ⅱ를 선택할 기회에서 물리Ⅱ를 선택해야 한다.

그럴 경우에 내신 성적은 손해를 볼지라도, 학업에 대한 열정이나 적극성, 학업태도 및 학업 외 소양 등에서는 서울대가 원하는 인재라는 평가를 받을 수 있다. 물리Ⅱ가 개설되지 않은 학교라면, 스스로 물리Ⅱ를 공부할 수 있는 기회를 만드는 것도 중요하다. 대학에 입학해서 대학 수업을 충분히 이해할 정도의 능력을 갖추어야 하기 때문에, 이렇게 공부한 학생들은 좋은 평가를 받지 않을 수 없다.

《2018학년도 서울대학교 학생부종합전형안내》에서 서울대는 이렇게 설명하고 있다.

“선택이 때로는 하나의 도전이 되기도 합니다.”

“나는 화학이 좋은데…. 화학Ⅱ를 듣고 싶은데 우리학교에서 화학Ⅱ 희망자가 겨우 30명뿐이다. 생물Ⅱ는 150명이 듣는데.”

이럴 때 어떤 선택을 해야 할까요?

서울대학교 지원자라면 이런 상황에서 등급의 불리함을 걱정하지 않아도 됩니다. 서류 평가의 이해 부분에서 언급했듯이 이수하는 과목에 비하여 등급 수치가 우수하게 나오기 힘들다는 것을 서울대학교 입학사정관은 잘 알고 있습니다. 내가 원하는 과목, 나의 현재 모습에 안주하지 않고 실력을 올릴 수 있는 과목에 도전하는 자세는 우수한 학업능력을 갖추게 되는 토대가 됩니다. 현재의 나보다 발전할 수 있는 배움의 기회라면 어려운 과목, 소수 인원 수강 과목에도 망설이지 말고 도전하여 노력하기 바랍니다.”

언젠가 〇〇고등학교에서 교과 내신 성적이 아주 좋은 2명의 학생이 서울대 공과대를 지원하였는데, 전교 1등인 학생이 1단계에서 불합격했다. 그 학생의 내신 성적과 그 학교의 합격추이를 본 사람들은 당연히 합격할 것이라고 생각하였는데 예상 밖이었다. 확인해 본 결과 그는 3학년에서 배울 수 있는 과학 과목 중 물리Ⅱ를 선택하지 않았다.

물리Ⅱ보다 선택자가 많은 다른 과목을 선택하였다. 물리Ⅱ를 선택하면 내신 성적이 떨어지게 될까 염려한 선택이었다. 이 학생은 지역균형 전형으로 서울대를 지원하고자 하는 목표를 가지고 있었는데, 내신 성적이 낮아지면 지역균형 전형 대상자로 추천받지 못할까봐 두려워서 점수 따기에 유리한 다른 과목을 선택한 것이다. 그런데 이 학생보다 내신 성적이 좋지 않은 다른 학생은 서울대 공과대학에 합격하였다. 이 학생은 물리Ⅱ를 선택하였다.

몇 년 전에 〇〇여고에서는 자연계 학생 중에 성적이 그다지 뛰어나지 않은 학생 몇 명이 서울대 1단계에 합격했다. 그녀들은 물리Ⅱ를 선택하여 그 과목에서 아주 우수한 내신 등급을 받지 못했다. 그 때 물리Ⅱ를 선택한 학생들의 수는 10여명 남짓하였지만 20명이 채 되지 않았다. 그러므로 그 학생들은 서울대 지원을 생각지도 않고 그냥 좋아서 공부를 하였다. 그러다 어느 교사의 권유로 무심결에 서울대를 지원하였는데 1단계에서 합격한 것이다.

본인은 합격할 것이라는 기대를 전혀 하지 않았기에 면접 준비를 하지 않아서 최종 합격을 하지는 못했다. 그러나 내신 성적을 생각지도 않고 자신이 좋아하는 과목을 더 공부하기로 선택한 결과가 1단계의 합격을 가져온 것으로 분석할 수 있을 것이다.

서울대는 학생이 어떤 과목을 선택하더라도 하등의 문제가 없다고 한다. 그러나 선택의 기회에서 내신 성적 향상과 수능점수를 위한 선택보다는, 여러 가지 불리함에도 불구하고 자기의 꿈에 도전하는 선택을 한 학생에게 호의적이다.

그러므로 서울대를 가려고 한다면, 점수만을 위해 과목을 선택하는 인재가 아니라, 자신의 지적 호기심을 해결하기 위해 여러 가지 불리한 여건임에도 불구하고 자신의 진로에 필요한 과목을 선택하는 도전적인 인재가 되도록 노력해야 한다.

[배상기 서울 청원고등학교 교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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