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대냐, 경찰대냐

최초입력 2018.03.28 13:00:15
최종수정 2018.03.28 20:48:39
자신의 자녀가 서울대와 경찰대에 동시에 합격을 하였다면, 부모는 어떤 대학에 가라고 권하게 될까? 여러 가지를 고려하겠지만, 어떤 가정에서는 부모의 의견에 따라 결정을 할 것이고, 어떤 가정에서는 당사자의 결정에 따를 것이다. 부모는 인생을 먼저 살았기에 지혜가 많을 것이고, 학생 당사자는 미래의 꿈이 있어 그 꿈을 실현하는 과정으로 대학을 선택할 것이다.

사진출처: 픽사베이



벌써 몇 년 전에 어느 지인으로부터 들은 이야기다. 십 년도 넘은 이전의 한 시골에 사는 A 학생이 서울대와 경찰대에 동시에 합격을 하였다. 시골에서 경찰대와 서울대에 동시에 합격한 것은 마을의 경사요 가문의 영광이었다. 그런 이유로 A 학생이 어느 학교를 선택할 것인가는 개인의 일이 아닌 마을과 가문의 중차대한 사안으로 확대되었다.

A 학생의 가문에 있는 어르신들은 학생이 어느 대학을 선택하는 것이 가문에 영광이 될 것인가를 논의하기 위해 모였다. 합격 소식을 듣고 기쁜 나머지 각자의 의견을 개진하면서 모이게 된 것이었다. 그 분들은 두 대학을 놓고 갑론을박을 하였다. 과거의 경험에서 경찰대가 좋다고 하시는 분이 있었는가 하면, 우리나라 최고의 대학인 서울대가 좋다고 하신 분들도 있었다. 그 분들은 당사자가 아님에도 불구하고 자신의 일처럼 열띤 토론을 한 끝에 가문을 위해서 경찰대로 진학하라는 결정을 내렸다. A 학생의 부모님도 어르신들의 의견을 따라 경찰대에 가도록 권유하였다. A 학생도 그것이 좋을 것이란 생각으로 경찰대 학생이 되었다.

A 학생은 대학을 졸업하고 경찰로 아주 충실히 복무하였다. 진급도 잘 했고, 훌륭한 경찰의 모습을 보여주었다. 그러나 경찰로 근무하고 10여 년 후 ○○의 한 지역의 책임자로 근무를 하다가 돌연 사표를 던졌다. 집안에서는 난리가 났다. 안정되고 미래가 보장된 길을 버렸다는 비난이 돌아왔다. 집안을 위해서는 더 훌륭한 경찰이 되어야 하는데 그러지 못했다고 걱정들이었다.

A는 자신이 하고 싶은 일을 하고 싶어서 경찰을 그만 두었다고 하였다. 애초에 경찰대와 서울대를 합격한 후에 대학을 결정할 때에 본인이 뜻이 아닌 가문의 결정이었기에 그 길은 자신이 원하는 길이 아니었다는 것이다. 다른 사람보다 많이 늦었지만 지금이라도 자신이 하고 싶은 일을 찾아서 인생을 살고 싶다는 것이었다.

작년에 몸이 불편한 지인의 아들 B를 상담한 적이 있었다. B는 ○○ 특목고에 다니는 학생으로 성적이 매우 좋았다. 지인은 아들이 서울대를 갔으면 하고 바라고 있었다. 영어를 전공하고 있으므로, 영어 영문학과에 진학하여 외교관으로 나라 일을 하는 것이 지인의 소망이었다. 필자가 B를 만나보니 그만한 잠재력이 충분하였다. 그래서 필자도 B에게 지인과 같은 조언을 하였다.

그러나 B는 그럴 마음이 추호도 없었다. 자신은 경찰대에 진학하여 평생을 경찰로 살겠다고 하였다. 자신이 초등학교 6학년 때에 아버지가 사람들에게 억울한 일을 당한 모습을 보면서 결심했다고 하였다. 몸이 불편한 아버지의 억울함도 풀어드리고, 아버지와 같이 억울한 일을 당하는 사람에게 보탬이 되고 싶다고 하였다. 그 꿈을 이루기 위해서 자신은 정말로 열심히 공부하고 있다고 하였다.

이제 지인은 아들에 대한 자신의 기대를 접고 아들의 꿈이 이루어지기를 바라고 있다. 그 아들이 경찰대에 합격할 수 있을지 걱정이 되어 필자에게 질문을 하는 경우는 있어도 자신의 소망을 강요하지는 않는다고 하였다. 필자는 그에게 잘하고 있다고 칭찬하였다. 필자 역시 B를 만났을 때에, 경찰대를 가기 위해서 해야 할 것을 조언했고, 그 외에 자신이 원하는 제2, 제3의 대학에도 진학할 수 있는 여지를 두고 선택의 폭을 넓혀 보는 것도 나쁘지 않을 것이라고 권고하는 선에서 상담을 마쳤었다.

부모나 자녀 모두 미래를 모르면서 기대를 갖고 준비한다. 부모는 살아온 경험으로 비추어 자녀의 장래를 말하고, 자녀는 장래 하고 싶은 일을 생각하여 장래를 말한다. 두 경우에서 목표점이 같거나 비슷하지 않으면 충돌할 수 있다. 이 경우는 어떻게 할 것인가?

부모의 뜻을 강조하다 보면, 부모의 가치관이나 경험에서 오는 지혜의 덕을 볼 수 있지만, A학생의 경우처럼 자녀가 인생의 주인이 아닌 희생자가 될 수 있다. 반면에 B와 같이 자녀의 뜻을 전적으로 존중하다 보면, 자녀는 인생의 주인이 될 수 있지만 부모의 경험에서 나오는 지혜의 덕을 입지 못할 수도 있다.

서울대와 경찰대를 모두 합격한 것은 매우 행복한 고민이다. 그 기회를 잘 살려 삶을 살아갈 당사자의 의견을 존중하는 가운데 선택하는 것은 행복을 앞당길 것이다. 그러나 그 기회에서 앞으로 인생을 살아갈 당사자의 의견보다 어른들의 경험과 지혜를 주장하면, 자녀의 행복은 좀 더 오랜 시간을 돌아 찾아올 수도 있다.

최종 선택은 자녀의 몫이고, 부모의 선택은 자녀의 뜻을 존중하고 품어주는 것이리라.

[배상기 서울 청원고등학교 교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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