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르가 닳도록 스페인어] 추로스가 스페인음식 이라고? - 이야기로 보는 스페인 음식 ② 추로스(churros)

최초입력 2018.01.11 10:46:27
최종수정 2018.01.11 20:47:18
놀이동산이나 영화관, 휴게소에 가면 흔히 볼 수 있는 대표적인 주전부리 중에 추로스가 있다. 밀가루 반죽을 기름에 튀겨 설탕가루를 솔솔 뿌린 달콤한 추로스는 남녀노소를 불문하고 모두가 좋아할 수 밖에 없는 대중적인 맛의 간식이다. 몇해 전부터는 아예 ‘추로스 만드는 오빠’와 같은 이름을 가진 추로스 전문 카페나 가게들이 많이 생겨났고 우리는 보다 가까운 거리에서 쉽게 추로스를 접할 수 있게 되었다. 조금 예민하게 관찰한 사람들이라면 추로스 가게들에 ‘스페인 전통 추로스’라는 문구나 스페인 국기가 걸려 있는 것을 본 기억이 있을 것이다. 그렇다.
추로스는 스페인 음식이다. 추로스를 아는 사람들은 많아졌는데 이것이 스페인 음식이라는 것을 아는 사람들은 여전히 많지 않은 것 같다.

추로스(churros)는 스페인 사람들이 아침식사(desayuno)나 간식(merienda)으로 먹는 음식이다. 보통 어린 아이들은 아침에 핫초코를 곁들여 먹기도 하고, 오후에 카페에서 친구들과 만나 꾸덕하게 녹인 초콜렛에 추로스를 푹 찍어먹기도 하며, 시장에서 꽈베기를 사듯이 추로스를 파는 가게인 ‘추레리아(churrería)’에서 갓 튀겨낸 추로스를 포장해 가기도 한다. 그 종류도 모양에 따라 길쭉한 것, 동그랗게 말려 있는 것, 초콜렛을 입힌 것, 두꺼운 추로스의 일종인 뽀라스(porras) 등 매우 다양하다.

사진:픽사베이

사진:픽사베이



추로스의 기원에 대해서는 크게 두가지 이야기가 있다. 하나는 스페인의 목동들이 산에서 간단히 만들어 먹기 위해 고안해낸 음식이라는 것이다. 산에서 대부분의 시간을 보내는 목동들은 마을에 사는 사람들처럼 빵집에 자주 갈 수 없고, 한번 산으로 일을 하러 가면 오랜 시간 머물러야 하므로 본인들이 직접 음식을 만들어 먹어야 했다. 이 때 간단한 재료만을 가지고 불을 피워, 대충대충 예쁜 모양을 내지 않은채 만들어 먹었던 빵에서 추로스가 기원한다고 본다. 또 다른이들은 추로스가 중국의 요우티아오(youtiao)라는 빵에서 왔다고 말한다. 요우티아오는 중국 사람들이 아침 식사로 먹는 꽈베기의 일종인데, 아침 시간 길거리 곳곳에서 이것을 만들어 파는 것을 본 포르투갈인들이 요우티아오를 유럽으로 들여왔고 이 빵이 조금씩 변화하여 추로스가 되었다는 것이다. 이 기원이 유력하다면, 아시아에서 유럽으로 넘어가 다시 아시아에서 인기 있는 음식으로 자리매김 하게 된 추로스의 역사가 재미있다.

내 경우, 스페인에 있을 때 일주일에 한번 씩은 꼭 추로스를 사먹었던 것 같다. 초콜릿에 찍어먹는 추로스 꼰 초콜라떼(Churros con chocolate)는 보통 카페에서 파는데 가난한 유학생에게는 자주먹기에 약간 부담스러운 가격이었다. 지금 생각해보면 그리 비싸지도 않았지만 어쩐지 사치를 부리는 것 같았기 때문이다. 그런데 1유로만 있으면 맛있는 추로스를 6~7개 정도 먹을 수 있는 자비로운 추레리아가 있었다. 바르셀로나 카탈루냐 광장에서 콜론 동상을 바라보고 람블라스 거리를 따라 쭉 내려오다 좌측의 골목길로 들어가면 미로처럼 펼쳐진 거리들이 펼쳐진다. 머리로 또 다리로 기억하는 그 길목 한 곳에 즉석에서 추로스를 튀겨 파는 나의 단골 추로스집이 있다. 종이를 돌돌말아 고깔컵 모양을 한 곳에 갓 구워낸 추로스를 담아 설탕(azúcar)까지 후하게 뿌려주는데 정말 꿀맛이었다. 이 추레리아는 인터넷 여행 블로그 등을 통해 한국 관광객들 사이에서 바르셀로나에 가면 꼭 성지순례 해야 하는 추로스집으로 알려져 이제는 주인 아주머니, 아저씨께서 한국어로 ‘감사합니다’를 할 정도라고 한다.

기름에 튀겨 따뜻하게 먹어야 맛이 있는 음식이다 보니 추로스는 여름을 지나 날씨가 쌀쌀해지면 더 인기가 많다. 겨울이 되면 우리나라에서도 거리에 호떡이나 붕어빵을 파는 노점들이 하나 둘 눈에 보이는 것처럼 스페인에서도 추로스를 파는 노점상들이 있다. 마을 축제가 열리면 포장마차처럼 천막을 치고 추로스를 튀겨 파는 노점들이 등장하기도하고, 파티가 끝나고 새벽에 집으로 돌아가는 길목 어귀에서 이 노점들을 만날 수도 있다. 나 역시 스페인 친구들과 밤 늦게까지 클럽(discoteca)에서 파티를 하고 집으로 돌아가는 길에 다같이 노점에서 파는 핫초코와 추로스를 사먹은 기억이 난다. 새벽 찬 공기에 추위와 허기도 달래고, 숙취 예방을 위해 먹는 것이라고 친구들이 설명해주었는데 신기하게도 다음날 숙취(resaca)가 없었다. 한국의 젊은이들 사이에서 기름진 피자, 햄버거, 자장면으로 해장하는 문화가 있다는 기사를 본적이 있는데, 기름에 튀긴 추로스로도 가능하다.

일상생활에서 자주 만나는 음식인 추로스. 이제는 가족, 친구, 연인들과 함께 놀이동산에서, 영화관에서, 혹은 해장국 대용으로 추로스를 나눠 먹으며 스페인 음식이라는 것을 기억하고 기원과 관련된 이야기들도 함께 나누어 보자.

[곽은미/마르가 스페인어 강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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