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르가 닳도록 스페인어] 착한 어린이에게는 선물을, 나쁜 어린이에게는 석탄을! - 스페인의 동방박사의 날을 아십니까?

최초입력 2018.01.04 12:28:32
최종수정 2018.01.19 12:34:08
“호세, 올 한 해 동안 착하게 지내야 네가 갖고 싶어하는 로봇을 선물 받을 수 있을 거야. 자꾸 동생이랑 싸우고 엄마 아빠한테 거짓말하면 선물 못 받아요. 나쁜 어린이들한테는 선물이 아니라 석탄을 가져다 주실 거란다!”

사진:픽사베이



우리는 ‘착한 어린이로 지내야 선물을 받을 수 있다’는 명제를 들으면 습관적으로 ‘크리스마스’, ‘산타클로스’를 떠올린다. 그런데 어쩐지 스페인의 호세(José)가 엄마로부터 들은 저 말이 우리에게는 낯설다. 착하게 굴어야 선물을 받을 수 있다는 것까지는 한국의 민수도 아빠로부터 동일하게 들은 내용인데, 나쁜 어린이가 석탄을 받는다는 것은 들어본 적이 없는 말일 테니 말이다. 루돌프가 끄는 썰매를 타고 집집마다 아이들에게 선물을 나눠주는 산타 할아버지가 석탄도 싣고 온다는 것인가?

사진:픽사베이



이전 칼럼에서 스페인의 크리스마스에는 아이들이 산타할아버지에게 선물을 달라고 하지 않는다고 잠시 언급한 적이 있다. 그렇다, 스페인의 호세 엄마가 했을 저 말은 크리스마스를 겨냥한 말이 아니라 1월 6일 ‘동방박사의 날(El día de los Reyes Magos)’을 염두에 둔 회유이다. 동방박사들은 예루살렘 동쪽 이방에서 각각 황금, 유향, 몰약을 가지고 예수님의 탄생을 축하하기 위해 온 현인, 당시 별을 연구하였던 점성가 혹은 동방의 왕들로 알려져 있다. 가톨릭이 국교인 스페인과 일부 유럽 지역에서는 예수님이 세상 사람들로부터 처음으로 섬김 받은 날인 이날을 탄생하신 날만큼 중요하게 여겨 기념한다. 그래서 스페인의 크리스마스 휴가는 크리스마스 이브날부터 가톨릭력으로 주현절에 해당하는 동방박사의 날까지다.

선물을 가지고 오는 동방박사들의 이미지 때문인지 스페인의 어린아이들은 산타클로스가 아니라 동방박사들에게 자신이 얼마나 한 해 동안 착하게 살았는지를 피력하며 갖고 싶은 선물을 가져다 달라고 편지를 쓴다. 그리고 창문가 옆에 편지와 함께 신발, 먼 길을 온 동방박사들과 하인, 낙타를 위한 음식을 놓아 둔다. 이 때, 재미있게도 나쁜 어린이는 선물을 못 받는 것을 넘어서 석탄을 받게 된다는 말이 있다. 물론 실제로 석탄을 받는 스페인 어린이는 없지만, 선물을 못 받는 것도 억울한데 시커먼 석탄을 받아든 아이들의 표정은 어떨지, 잔뜩 성난 표정을 짓고 있을 아이들의 귀여운 얼굴이 상상된다.

동방박사의 날 전야제에는 각 지역의 주요 광장과 길을 중심으로 큰 퍼레이드(Cabalgata)가 열린다. 동방박사, 하인 복장을 한 행렬대가 행사에 참여한 아이들과 사람들을 향해 엄청난 양의 사탕을 나눠준다. 나눠주는 수준이 아니라 여기저기 사탕을 흩뿌리고 던진다는 표현이 맞을 텐데, 그 사탕의 양이 엄청나서 무방비상태로 있다가 맞을 수도 있고, 또 이날 주머니에 사탕을 하나도 챙겨가지 못하는 사람은 ‘바보’소리를 들을 정도다. 아이가 있는 가족들은 퍼레이드에 참여해서 사탕도 챙기고 동방박사로 분한 사람들과 사진도 찍으며 이를 기념한다.

사진:플리커



그래서 스페인의 1월 첫 주는 분주하다. 아이가 있는 가정에서는 자녀들의 선물을 준비하는 부모님과 원하는 선물을 받고 싶은 열망에 찬 아이들로, 이 대목을 놓치지 않으려는 상점의 주인들로, 또 큰 퍼레이드를 준비하는 여러 손길들로 말이다. 그리고 이 기간에 특별히 먹는 음식이 있다. 우리나라 새해에 떡국이 있듯이 스페인 사람들은 로스꼰 데 레예스(Roscón de Reyes), 줄여 ‘로스꼰’이라 불리는 커다란 빵을 먹는 관습이 있다. 이 빵은 여러 과일, 생크림과 함께 빵 속에 왕관, 반지, 동방박사 인형 등이 들어 있어서 이 부분을 먹는 사람은 한 해 동안 행운이 따른다고 믿는다. 혹시 지금 스페인을 여행 중이라면, 일행들과 이 빵을 나눠 먹으며 2018년의 운을 점쳐보는 기회를 놓치지 말자!

[곽은미/마르가 스페인어 강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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