휘발유 1리터 300원도 안 되는 에너지부국 알제리

최초입력 2017.08.29 18:12:51
최종수정 2017.08.29 18:16:23
북아프리카 북부에 위치하고 있는 알제리는 한반도 면적의 10배나 된다. 아프리카 2위, 세계 10위의 광활한 면적을 보유하고 있다. 국토의 대부분이 사하라 사막으로 이루어져 있어 실제 거주 인구는 지중해를 끼고 있으면서 날씨도 좋고 비옥한 북부 연안에 집중되어 있다. 그러나 이 황량한 사막에는 원유, 천연가스, 망간, 아연, 납, 코발트 등 천연자원이 무궁무진하게 매장되어 있다. 알제리는 석유매장량이 세계 14위, 천연가스는 세계 9위를 차지할 정도로 자원부국이다.


덕분에 고유가 시대에는 국가 전체 수출의 98% 가량을 원유와 천연가스에 의존할 정도로 수출이 이들 품목에 극단적으로 편중되어 있었다. 그러다 보니 2014년 상반기까지 10여년 지속되었던 고유가 시대 동안, 알제리 대외 부채는 중동 및 아프리카 국가 중에서 가장 적은 수준을 유지할 수 있었다. 그러나 그 후 저유가 기조가 지속됨에 따라 외환보유고 급감, 무역수지 악화로 알제리는 극심한 경제 불황을 겪고 있지만 여전히 에너지 가격은 우리나라와 비교가 안 될 만큼 저렴하다.

금년 초, 알제리 정부는 재정적자 감축을 위해 휘발유 가격을 다소 올렸지만 여전히 리터당 300원도 안 되는 수준으로 매우 저렴하다. 유가가 낮다보니 대중교통요금과 전기요금도 쌀 수밖에 없다. 알제리 수도 알제 시내에서는 5000원 정도면 택시를 타고 어디든 갈 수 있으며 총 23Km 밖에 안 되는 지하철이지만 전체 구간 요금이 편도 400원도 안되며 약 3000원짜리 티켓 한 장이면 5일간 무제한 이용할 수 있다. 이와 같이 유가와 교통요금이 저렴한 이유는 풍부한 원유 매장량 덕분이기도 하지만 사회주의 색채가 강한 알제리 정부는 휘발유, 전기요금, 대중교통요금 등에 정부보조금을 투입하고 있기 때문이다. 저렴한 에너지는 외국인 투자유치면에서도 매력적인 요인으로 작용하고 있다.

금년 여름, 한국은 전례 없이 더웠다고 들었다. 우리나라는 에너지 절약을 위해 아무리 더워도 공공기관은 여름 실내온도를 28도 이상으로 유지해야 할 뿐만 아니라 업무용 건물의 복도 조명은 50% 이상 꺼져야하고, 옥외광고물도 심야시간에는 소등토록 관리하고 있다. 그러나 에너지 부국인 알제리에서는 이와 같은 에너지 절약 조치가 남의 나라 이야기인 것 같다. 필자도 한국 체류 시에는 전기요금이 무서워서 에어컨도 자주 못 틀었던 기억이 난다. 그러나 알제리에서는 밤새 내내 2-3개의 에어컨을 켜두어도 한 달 전기요금이 3만원이 채 안 나온다. 알제리도 이번 여름이 예년에 비해 무척 더웠지만 전기요금 걱정 없이 에어컨은 맘껏 틀 수 있었다.

그러다 보니 알제리인들은 에너지 절약 정신이 그리 큰 것 같지 않다. 낮에도 실내등을 켜두기도 하고 유가가 저렴하다 보니 소득에 비해 많은 사람들이 승용차를 보유하고 있어 교통체증과 주차난이 점점 더 심각해져가고 있다. 또한 전력생산량에 비해 여름철에는 소비량이 점점 많아져 정전사태가 자주 발생한다.

이런 점을 알제리 정부도 심각하게 인식하고 언젠가 원유와 천연가스가 고갈될 경우를 고려하여 신재생에너지 개발과 에너지 절약 대책을 마련하기 시작하였다. 그 일환으로 금년부터 가전제품에 대해 에너지세를 도입하여 에너지 효율 등급에 따라 차등 부과하고 있다. 이는 국민들에게 에너지 절약 마인드를 갖도록 하며 새로운 세수 확보라는 두 가지 효과를 동시에 누리기 위함으로 해석된다.

알제리와는 달리 거의 모든 에너지를 해외 수입에 의존할 수밖에 없는 우리나라로서는 에너지 절약을 더욱 엄격히 실시하면서 선선한 가을이 어서 오기를 기다릴 수밖에 없을 것 같다.

알제리 천연가스 생산 시설



[조기창 KOTRA 알제무역관 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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