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여름 활주로 체감 온도 50도, 전투기와 함께하는 사람들

최초입력 2016.08.24 14:41:50
최종수정 2016.08.29 09:28:22
올해 여름은 전국적으로 예년에 볼 수 없는 찜통 더위가 이어지고 있다. 말복이 지났지만 계속되는 한여름 무더위로 몸과 마음이 지친 오늘 이 시간에도 우리 공군의 전투기들은 영공방위 임무는 멈추지 않고 있다.

35도가 넘어가는 폭염 속에도 아랑곳하지 않고 임무 수행이 한창인 넓고 긴 공군 기지 내 활주로는 비행의 시작점이자, 종착점으로 많은 사람들이 맡은 바 임무를 수행하는 현장이다.

최첨단을 넘나드는 공군의 이미지와는 다르게 더운 여름과 추운 겨울, 활주로의 근무환경은 그 어떤 곳보다 가혹하다.

더운 여름에는 내리쬐는 태양열이 활주로를 달구고 겨울에는 살을 에는 듯한 찬바람이 불어온다. 하지만 이런 활주로에의 환경에도 굴하지 않고 최선을 다해 임무를 완수하는 사람들이 있다.

항공기 이착륙시 안전을 책임지는 일명 배트반으로 불리는 조류퇴치반 요원들은 비행 시작 전 장전을 시작한다. 이착륙 시 가장 위협적인 위험요소인 조류와 야생 동물들을 퇴치하기 위해서이다.

활주로에 설치된 폭음방사기나 새가 싫어하는 소리를 내는 기계를 통해, 또는 공포탄을 쏴 새를 쫓는다.

광활한 활주로에서 오랜 시간 근무해야 하는 배트반에게 가장 힘든 일은 더위를 견디는 일이다. 비행 시작 전부터 비행이 끝날 때까지 조를 이루어 근무를 진행하지만 가만히 있기만 해도 흐르는 땀은 어쩔 수가 없다.

19전투비행단 운항관제대 소속 조류/FOD 처리병 김진서 병장은 "새를 쫓는 것보다 힘이 드는 건 더운 열기를 견디는 일이라고 하며, 조류 퇴치를 위해 활주로 가까이에서 근무할 때가 많다 보니 활주로의 지열로 인해 가만히 있어도 땀이 온몸에서 흐른다."라고 말한다.

아무리 견디기 힘든 폭염도 출격을 막을 수는 없다, 불철주야 하늘을 지키기 위해 출격해야 하는 조종사들에게 더위와 추위는 문제가 되지 않는다.

하지만 늘 최상의 컨디션을 유지 해야 하는 조종사들에게 더위는 경계해야 할 대상이다. 뜨겁게 달궈진 활주로에서 조종복 위에 G-슈트와 하네스까지 착용한 채로 서 있는 것만으로도 임무 조종사는 흐르는 땀으로 흥건해진다.

특히 항공기 이륙 전 점검하는 중에는 항공기의 에어컨을 작동하지 않는 경우도 있어서 조종석은 그야말로 한증막이 된다.

19전투비행단 155비행대대 KF-16 조종사 안주영 대위는 "더운 날씨는 조종사들의 컨디션에 영향을 줄 수 있기에 그만큼 자기관리를 더 철저히 한다고 하며, 여름에는 활주로의 표면 온도가 올라가 혹시라도 기체에 영향을 미칠 가능성이 높아지기에 비행 전 예상되는 긴급상황에 대해 조치사항을 미리 연구하고 늘 집중력을 잃지 않고 비행에 집중할 수 있도록 노력한다."고 전한다.

활주로의 열기를 견디며 최상의 정비상태를 유지하는 임무를 맡은 항공기 정비/무기정비사들은 라인이라고 표현하는 활주로에서 가장 오래 임무를 수행하는 사람들이다.

한 여름 땡볕 아래 활주로의 체감온도는 50도에 가깝다. 이런 환경에서 항공기 정비작업이나 무장 장착 작업을 하다 보면 온몸이 땀에 흠뻑 젖는다. 특히 항공기 엔진에서 뿜어져 나오는 열까지 더해지면 활활 타는 장작 속에 있는 것과 다를 바 없다. 그 속에서도 집중력을 잃지 않고 완벽하게 정비를 완수해야 하는 게 정비사의 본분이다.

19전투비행단 155정비중대 무기정비사인 이승현 중사는 "뜨거운 활주로에서 작업 하는 일이 쉽지 않지만 내가 지원한 항공기가 무사히 임무를 마치고 돌아오는 모습을 볼 때마다 느껴지는 성취감은 무엇과도 바꿀 수 없다."고 한다.

내리쬐는 태양 아래 이륙 전 마지막 정비와 점검은 2차례 이루어진다. 격납고인 이글루에서 이루어지는 일선 정비와 최종점검단계(LCI, Last Chance Inspection)에서 이루어지는 최종기회점검이 그것이다.

최종기회점검반 인원들은 항공기가 이륙 전 마지막으로 점검을 하는 역할로서 활주로 끝 쪽에 있는 최종기회점검 구역에서 점검을 진행한다. 이글루는 그나마 실내여서 그늘이 있는 반면, 최종기회 점검반은 말 그대로 태양 아래 노천으로 내리쬐는 햇볕을 그대로 받으며 점검을 하다 보면 땀 범벅이 되고 피부가 검게 타기 일쑤다.

19전투비행단 최종기회점검반 박세민 중사는 "활주로 끝은 그늘이 없기 때문에 햇빛으로부터 보호해주는 선글라스와 선크림은 한여름 정비사에겐 없어선 안 될 필수품으로 뜨거운 열기를 견디는 건 힘이 드는 일이지만 내가 없으면 안 된다, 내가 고생하는 만큼 내가 사랑하는 이들 모두가 편안하게 지낼 수 있다는 생각으로 항상 근무에 임하고 있다."고 말한다.

풀 밭 위에 전투로 불리는 제초 작업은 활주로 주변에 초목을 제거하는 일로 단순한 환경미화가 아니다. 풀숲에서 조류가 서식하는 것을 예방함으로써 이착륙하는 항공기의 안전을 보장하기 위한 필수적인 작업으로 활주로는 워낙 넓기 때문에 휴대용 제초기로는 어림도 없기 때문에 트랙터 같은 장비를 이용한다.



19전투비행단 시설대대 기지공병중대 민원선 일병은 "여름철에는 일조량이 긴 만큼 풀이 쑥쑥 자라기에 더운 날씨 속에서의 풀과의 사투가 힘이 들기도 하지만 말끔히 정리된 풀밭을 보면 뿌듯한 마음이 앞선다."고 하며 무더위 속에서도 자신의 역할에 최선을 다하고 있는 이들의 땀과 노력으로 오늘도 공군 전투기들은 힘차게 날아오르고 있다.

한편, 임무를 수행하고 기지에 돌아온 항공기들은 린스 작업이라고 불리는 샤워를 주기적으로 받는다. 린스는 마치 항공기의 뜨거운 열을 식히는 작업 같아 보이지만, 사실은 항공기에 묻은 염분을 제거하기 위한 작업이다.

강철의 날개도 부식시킬 수 있는 무시무시한 힘을 가진 염분 제거는 안전을 위해 필수적인 작업이기도 하지만, 항공기에게는 한여름 뜨거운 활주로에서 한줄기 소나기처럼 반가운 존재이다.

[글: 기어박스 강 헌 기자 / 사진 및 자료: 공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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