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료도 AI 전성시대?

최초입력 2017.03.31 20:02:31
최종수정 2017.03.31 20:05:42
얼마 전 대구의 계명대학교 병원과 대구 카톨릭대 병원이 IBM 왓슨 온콜로지를 도입하기로 했다고 발표했다. 필자가 작년 9월말 분당 혁신파크에서 한국바이오협회와 공동으로 스마트의료 심포지엄을 개최하였을 당시 국내에서 IBM 왓슨을 도입한 병원은 가천대 인천 길병원 한 곳 뿐이었다. 이후 부산대병원과 건양대병원이 도입을 하더니 이제 국내에 모두 5곳의 병원이 AI 닥터를 보유하게 되었다. 여기저기서 들리는 소문엔 기타 다른 대학들도 준비중이라고 한다.

작년 3월인가 국내에서 알파고가 충격을 준 이후 의료계도 역시 최근의 IT 흐름에서 벗어나 있지 못한 단적인 예다.
소위 빅5 병원들이 많은 환자수와 상대적으로 넉넉한 병원운영비용으로 앞서나가고 있고 상대적으로 열악한 지방대학병원들이 다양한 자구책을 모색하는 가운데 왓슨 같은 인공지능 닥터는 매력있는 자원이기도 하다. 실제 얼마 전 보도된 길병원의 뉴스를 보면 100명의 암환자 가운데 의료진과 왓슨이 이견을 보이는 4 case의 경우에서 환자나 보호자에게 누구의 의견을 따를 것인가를 물었을 때 4명 모두 왓슨의 의견을 따르겠다고 한 것은 다소 충격적이다. 물론 병원의 홍보차원에서 그 부분을 강조한 측면도 가능성이 있지만 이제는 의료소비자의 욕구가 기존의 의료의 틀을 벗어나 보다 정확하다고 알려진 인공지능에 더 의존하는 것이 아닌가하는 우려도 있다.

IBM 의 설명만 보면 왓슨은 상당히 매력적이다. 왓슨 포 온콜로지는 300개 이상의 의학저널, 200개 이상의 의학교과서, 1500만 페이지에 달하는 의료정보, 치료 가이드라인을 분석해 환자별 최선의 치료법을 제안하는 솔루션이다. 더구나 한국어도 마스터했다. 최초 도입한 길병원의 경우 왓슨을 이용한 환자가 200명을 넘어섰다고 한다. 이런 길병원의 성공에 힘입어 앞다투어 여러 병원들이 왓슨을 도입하는 것은 일면 충분히 수긍할 만한 부분이 있다.

현재까지 알려진 바로는 왓슨은 무슨 덩치가 큰 장비가 아니라 웹베이스의 ID를 할당해서 사용한 만큼 비용을 지불하는 시스템이고 메인서버는 미국본사와 판교에 두고 축적된 데이터베이스를 그곳에 저장하며 막강한 IBM의 보안 때문에 개인정보 유출 등 우려할만한 사고는 발생한 소지가 없다고 알려진다. 정확한 사용비용이나 병원별 계약조건은 비밀에 붙여져 있어 알 수 없지만 도입 병원 측의 이야기는 기존의 수십 억 원 짜리 의료장비들에 비해서는 저가이며 소위 가성비 측면에서도 기존장비에 뒤질 이유가 없다고 설명하고 있다. 또한 환자입장에서는 멀리 서울의 대학병원에 가서 2차 소견을 들을 이유가 적어지거나 사라지니 여러 면에서 유익하다는 점을 강조하고 있다.

그럼에도 정작 서울의 빅5병원은 왓슨에 대해 시큰둥하다. 이들 중 일부는 하루 외래환자가 1만 명을 넘고 있고 많은 암환자가 차고 넘치기 때문에 굳이 왓슨을 도입하는 것에 대해 별 관심이 없다는 견해가 중론이다. 더구나 왓슨의 진료는 아직 보험수가가 책정되지 않아 이에 대한 논의도 더 충분히 이루어져야하고 굳이 왓슨을 들여와서 얻는 실익이 무엇인지데 대해서도 회의적인 듯하다. 빅5병원들은 그 대신 한국 내 업체들과 컨소시엄 형태로 한국형 AI닥터를 개발하거나 아니면 자체적으로 개발하려는 시도나 노력이 전해지고 있다. 이는 자체 내의 축적된 환자나 질병 데이터베이스가 상당할뿐더러 그동안 여러 준비로 소위 4차 산업혁명에 대한 인프라를 갖추었거나 충분히 갖출 수 있다는 자신감의 발로이기도 하며 국내환자들의 질병관련데이터를 굳이 외국에 넘겨줄 이유가 없다는 이유도 있다.

또 하나의 시각은 아직 왓슨의 진료관련 데이터가 충분히 검증이 안되어 있다는 의구심도 한몫을 한다. 초기의 IBM의 설명과는 달리 일부 외국의 자료에는 왓슨의 진단 정확도가 다소 떨어진다는 보도도 있고 한국의 경우 아직 의료기기로 허가를 받지 못해 환자로부터 비용을 청구할 수도 없는 점이 병원입장에서는 신중하게 접근해야 한다는 의견도 많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필자의 생각으로는 앞으로도 여러 병원들이 왓슨이나 기타 AI 닥터들을 도입할 가능성이 높을 것으로 보는데 그 이유는 의료를 제외하고라도 현재 다양한 업종에서 이미 AI가 일상화되는 조짐이 충분히 있고 왓슨을 위시한 AI닥터가 도입되었을 때 그를 이용한 방대한 자료의 분석을 통해 질병진단이나 치료에 있어 여러 가지 측면에서 얻는 장점도 있기 때문이다. 사실 암은 NCCN 가이드라인에 따라 암의 진단이나 치료가 순서도처럼 알고리즘화되어 있어서 굳이 왓슨의 의견을 묻지 않아도 어느 정도 만족할만한 결과를 얻을 수 있는데 다만 암의 특성상 수술이나 방사선치료 항암제의 치료를 각각 언제, 어떤 순서로 적용할 것인지에 대해 이견이 존재하는 경우가 적지 않고, 또 병원마다 의사마다 치료에 대해 다른 의견을 가진 경우도 있어서 그러한 측면에서 본다면 왓슨이 분명히 가지는 역할이 있는 것만은 사실이다. 따라서 무분별한 도입은 지양해야겠지만 분명 큰 흐름은 인공지능이나 스마트의료가 점점 대세로 자리잡아갈 것이라는 점을 간과할 수도 없다. 보다 많은 병원과 의료진들이 이에 대핸 좀 더 합리적이고 생산적인 의견교환과 논의가 필요해 보인다.

[최상규 단국대학교 의과대학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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