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 몸의 신비로운 생체시계

최초입력 2017.08.28 17:22:10
최종수정 2017.08.28 17:25:11

사진출처: 픽사베이

살아있는 생물은 선천적으로 하루 길이에 대한 감각을 갖고 있다. 지구 상에서 살아온 생명의 긴 역사 동안 태양이 주도적 역할을 해왔다. 식물은 햇빛에서 광합성 에너지를 얻고, 동물은 깨어서 활동하기에 최적이라고 셋팅한 시간 간격을 바탕으로 각자의 생태적 위치를 만들었다.

그 결과 살아있는 생물에게는 대부분 아주 정확한 24시간 시계에 해당하는 생체시계가 있다. 일주기(日週期) 라고 부르는 생체시계는 중요한 활동을 할 시간이 언제이고 잠자야 할 시간이 언제인지 알려준다.


이 리듬을 최초로 알아낸 사람은 18세기 프랑스 천문학자 장-자크 도르투 드 메랑(Jean-Jacques d’Ortous de Mairan)이다. 드 메랑은 1729년 자신의 정원에서 식물들이 낮에는 잎을 활짝 펼쳤다가 밤에는 거둬들인다는 평범한 사실을 발견한다. 그는 햇빛의 때문에 그럴 것이라고 짐작하고는 이 가설을 검증하기 위해 간단한 실험에 들어간다.

사진출처: 픽사베이

다수의 식물을 지하 와인 저장실로 옮긴 뒤, 밤이나 낮이나 빛과 온도 변화가 전혀 없는 그 곳에서 잎의 움직임을 관찰하면서 기록하기 시작했다. 신기한 현상을 목격했다. 자극을 주는 햇빛이 전혀 없는데도 불구하고 식물들은 여전히 아침에는 잎을 활짝 펼치고 저녁에는 거둬들이는 것이었다.

드 메랑은 식물들이 햇빛에 반응을 하는 것이 아니라, 햇빛이 비치는 시간을 예상하고 그런 행동을 한다는 신비한 사실을 깨닫게 되었다. 식물들은 낮이 언제 시작하는지에 대한 시간 감각이 몸 속에 각인되어 있기 때문에 햇빛의 자극이 없더라도 세팅된 생체시계가 자동으로 작동되었던 것이다.

인체의 일주기 리듬은 아침과 낮 동안에 체온이 올라가면서 전반적인 각성 수준을 변화시킨다. 우리가 와인 저장실 같은 깜깜한 곳에 갇혀있더라도 태양의 일정에 맞춰 반응이 일어난다. 대부분의 사람들은 오전 9시경에 기운이 나며, 오후 2시경까지 그 상태를 유지하다가 점심을 먹고 나서 낮잠이 몰려와 잘까 말까 고민하게 만든다.

오후 6시쯤 몸에 다시 활기가 돌면서 밤 10시경까지 활동을 계속할 수 있는 힘이 생긴다. 그 다음 체온이 급속히 떨어지기 시작한다. 강렬한 빛과 소리가 있는 나이트 클럽에서 춤을 추고 있거나 커피나 카페인 음료, 각성제 등을 섭취하지 않는 한 잠이 온다.

필자가 직장 생활을 할 때 이상하게 느꼈던 현상이 있다. 낮에 피곤한 몸이 퇴근 시간 무렵 오후 6시가 되면 오히려 눈이 말똥 말똥 해지는 것이다. 하루 일과를 마치고 얼른 들어가 쉬고 싶을 텐데 퇴근 시간만 되면 정신이 또렷해 지며 회식, 데이트, 야근 등 뭔가 건수를 만들려는 의도가 나타났다. 번개로 약속을 잡는 등 어떻게든 건 수를 만들기 위해 동분서주하며 그냥 보내지 않으려 했다.

그 궁금증을 풀게 된 것은 수면사업을 하면서 수면분야에 앞서서 연구한 외국의 사례 등을 접하게 되면서 풀렸다. 학자들은 왜 우리 몸이 초저녁에 기운이 솟아오르는 리듬이 작동하는지 정확한 이유를 모르지만, 아마도 식량을 구하느라 긴 하루를 보낸 뒤에 불을 피우거나 집으로 돌아가는 길을 찾는데 에너지가 필요했던 초기 인류의 행동 습관이 나타나는 것이 아닐까 추측한다.

[황병일 미라클수면연구소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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