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라진 두 번째의 잠

최초입력 2017.08.30 21:19:11
최종수정 2017.08.30 21:25:29
온갖 생물에 빛의 에너지를 준 해가 넘어가면 어둠이 찾아온다. 그 후 12시간 위한 새 무대가 나타나는 잠자는 것은 삶에서 단절된 시간이 아니다. 하지만, 인생이란 전체 퍼즐에서 제외시켜버린 3분 1이었다.

사진출처: 픽사베이

옛날에는 잠이 오늘날처럼 처음부터 아침에 일어날 때까지 이어지지 않았다. 해가 지고 나서 얼마 지나지 않아 잠을 잤고, 어느 시점까지 그 상태로 잠을 잤다. 이것은 첫 번째 잠이다. 그리고 나서 잠이 깨면 한 시간 정도 깨어 있다가 다시 아침까지 잠을 잤는데 이것이 두 번째 잠이다.

분할수면으로 두 가지 잠 사이에 깨어있는 시간은 자연스러운 밤의 일부로서 기도나 소변을 보는 등 생리적 증상을 해결하고 생각을 하거나 섹스를 하는데 썼다.

16세기 프랑스의 한 의사는 노동자가 여럿 아이를 낳을 수 있었던 이유로 첫 번째 잠에서 깨고 나서 재충전한 기운으로 사랑을 나누었기 때문이라고 짐작했다. 아내들은 그것을 좋아했고 남자들에게 첫 번째 잠에서 낮에 사용한 에너지를 회복했다.

아이를 많이 낳는 다산의 기록은 굳이 외국의 사례를 들지 않아도 우리나라도 마찬가지였다. 가난한 집안인데 아이들은 정말 줄줄이 있었다. 4남매는 기본이고 8남매도 심심치 않게 볼 수 있었다. 성교육 및 피임 등에 대한 인식이 낮은 이유도 있었겠지만, 남녀가 그냥 맹숭맹숭하게 보내기에는 밤이 길어도 너무 길었을 것 같다.

인간이 분할수면을 했다는 사실이 밝혀졌는데, 미국 버지니아대학 로저 이커치 Roger Ekirch 교수는 실험 참가자에게 하루에 최대 14시간 동안 인공 조명을 경험하지 못하게 하는 실험을 통해서였다. 옛날 사람처럼 전구나 TV, 가로등 등이 전혀 없는 상태에서 이루어졌다.

사진출처: 픽사베이

처음에는 잠자는 것 빼고는 아무것도 하지 않았지만, 시간이 흐르면서 밤 늦게까지 자지 않거나 아침에 출근하기 위해 잠자리에 들고, 그 동안 밀린 잠을 자기 위해 잠을 보충하는 것처럼 보였다. 그렇게 몇 주일이 지나자 피로가 완전히 풀린 실험 참가자들은 어느 때 보다 생기가 넘쳐 보였다.

얼마 지나지 않아 실험 참가자들은 밤 12시가 지난 시간에 몸을 뒤척이고 침대에서 일어나 한 시간 정도 앉아 있다가 다시 잠자리에 드는 것이었다. 역사 기록에서와 같은 두 종류의 잠, 분할수면 현상을 발견하게 된 것이다.

실험 참가자들은 지금까지 몸에 있는 줄도 몰랐던 기능을 찾은 것 같은 기분이 들었다. 이런 결과는 신체를 인공 조명으로 가득 찬 현대 생활에서 격리시키며 나타났다. 메릴랜드 주 베데스다의 국립정신건강연구소 토머스 웨르 Thomas Wehr 연구원은 첫 번째 잠과 두 번째 잠 사이에 혈액을 채취하여 한 밤중에 깨어나 보낸 시간이 건강에 미치는 영향을 밝혀낸다.

분할수면 사이의 시간 동안 실험 참가자의 뇌는 프로락틴 호르몬을 다량 분비했는데, 프로락틴 호르몬은 스트레스를 줄이고 오르가즘 이후에 찾아오는 편안한 느낌과 관계가 있다고 한다. 한 밤중에 깨어나 보낸 시간이 삶에서 가장 편안한 시간이었음 유추해 본다.

위 연구는 현대인의 수면 습관이 자연적인 설계와 멀어진 것을 보여준다. 하지만, 많은 의사나 수면관련자들은 인공조명으로 빼앗긴 분할수면을 아는지 모르는지 알 수 없다. 안타까운 사실은 불면증을 호소하는 환자들에게 많은 의사들은 깊게 생각하지 않고 수면제를 처방한다는 것이다.

수천 년 동안 몸에 체화되어 내려온 잠자는 도중에 깨는 것은 정상이다. 스스로 중간에 잠이 깨는 것을 뭔가 잘 못 되었다는 심각한 신호로 인지하는 것이 더 큰 문제다. 결국 수면의 질을 떨어뜨리기 때문이다. 단순하게 생각하자, 잠자는 도중에 깰 수 있다. 빛이 수면에 미치는 영향이 얼마나 대단한가? 수면의 질이 낮다면 밤 늦게까지 인공 조명에 노출되고 있는 건 아닌지 곰곰이 생각해 볼 일이다.

[황병일 미라클수면연구소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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