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면박탈의 시작, 전구발명

최초입력 2017.09.06 13:57:34
최종수정 2017.09.06 13:57:59
1994년 로스엔젤레스에서 일어난 대지진으로 정전이 발생했다. 온 사방이 깜깜한 암흑으로 빠졌을 때 사람들은 하늘에 ‘거대한 은빛 구름’이 나타났다고 경찰에 신고를 했다. 그것은 바로 은하수였다. 밤이 되면 수많은 가로등, 광고판, 경관조명, 자동차, 경기장, 상가 등에서 나오는 불빛으로 도시를 뒤덮기 때문에 볼 수 없었던 것이다.

10여 년 전 필자가 있었던 공장은 경기도 안성으로 충청도와 경계선 외곽에 있었다.
야근을 하다 옥상에 올라가 잠시 눈을 감고 나서 하늘을 보면 정말 수많은 별들이 빼곡히 차 있는 것을 볼 수 있었다. 주변에 민가도 없어서 불빛이 없어서 그런지 더욱 선명하게 보였다. 머리가 복잡하면 가끔씩 별 헤는 밤을 떠올리며 옥상에 올라갔던 기억이 새롭다. 지금은 주변에 공장과 건물들 차량이 늘면서 총총히 하늘에 매달려있던 맨눈으로 별을 보기가 불가능해졌다.

전구를 발명한 에디슨은 ‘잠은 4시간이면 충분하다. 그 이상은 게으름뱅이거나 사치다.’ 라고 말했다. 잠의 자연적인 리듬을 깨버리는 것의 심각성에 대해 전혀 고려하지 않았다. 오히려 ‘건강하지 않고 비효율적으로’으로 만든다고 믿었다.

전구가 발명되면서 밝은 전구 조명 아래에서 야간 교대근무가 시작됐다. 조립라인 천장에 주렁주렁 달린 현장에서 졸음을 쫓아가며 일하는 작업환경이 만들어진 것이다. 해가지면 작업을 멈추고 시설을 놀릴 필요가 사라진 것이다.

문명의 발달은 동전의 양면과 같다. 혜택이 있으면 그 반대는 박탈이 있다. 생산성 향상과 밤 문화가 생겼지만, 이면에는 인간 본연이 갖고 있는 수면의 선순환 구조가 깨진 것이다. 밤이 낮같이 환한 주변환경에서 착각을 일으킨다. 지나친 빛으로 각성되어 밤에 잠이 오지 않게 만든 것이다. 스마트폰이 나오면서 침대까지 점령한 상태다.

에디슨은 잠을 덜 잤던 게 아니었음이 밝혀졌다. 밤낮을 가리지 않고 잠깐씩 잠을 잤고 심지어 연구소 작업대에서 잠을 잤으면서도 밤 새도록 일했다고 주장했다고 한다. 그의 연구소에는 그가 썼던 침대와 베개가 한쪽 구석에 놓여있다. 잠을 자지 않고는 정상적인 생활을 할 수 없는 게 인간이다.

인공조명이 밤에 사물을 알아보는데 쓰기 위한 것이라면 별 문제가 아닐 것이다. 어두워야 할 시간에 갑자기 밝은 빛이 도입되자, 생체시계가 교란을 일으키며 혼란에 빠진 것이다. 미국 전역에서 매일 환하게 밝힌 건물에 충돌하는 새가 1억 마리 이상이나 된다고 하니 빛 피해가 실감난다.

이스라엘에서 흥미로운 연구를 했는데, 인공위성에서 147개 지역 사회의 야간 조명 수준을 지도 위에 표시했다. 이를 유방암 발병 분포 지도 위에 겹쳐보았다. 밤에 인공조명 노출되는 정도와 유방암 발병률 사이에 상관관계가 있음이 밝혀졌다. 밤에 밝은 곳에서 사는 여성이 해가 진 후 어두운 곳에서 사는 여성에 비해 유방암에 걸릴 확률이 73%나 더 높게 나타났다.

연구결과에 의하면 우리 몸에서 에스트로겐 생산에 영향을 주는 멜라토닌 분비가 낮아진 결과라고 밝히고 있다. 빛 공해로 우리가 건강하게 살기 위해 수렵생활을 할 수는 없는 노릇이다. 그걸 우리가 원치도 안는다. 산속이나 강가에서 몇 일하는 캠핑은 몰라도 곤충과 뱀 등이 득실거리는 곳에서 메일 살고 싶지 않기 때문이다. 가끔씩 기인 생활하는 분들의 방송을 보면 다들 만족하고 행복하다고 말하지만 말이다.

대부분의 사람들은 문명의 조건하에서 살아 갈 수 밖에 없을 것이다. 창조적 파괴로 세상을 획기적으로 바꾼 전구의 발명은 수면박탈을 야기시켰다. 이로 인해 쉼 없이 깨어있게 시간이 늘어나면서 생체시계는 교란되었다. 무너진 밸런스를 맞춰가며 잠의 혜택을 누리며 살 수 있을까? 곰곰이 생각해 볼 일이다.

[황병일 미라클수면연구소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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