몸과 마음의 정체를 해소하는 시간

최초입력 2017.09.06 21:05:37
최종수정 2017.09.06 21:07:06
매일 밤 12시 넘어 새벽 1~2시에 잠을 자는 분이 계셨다. 그렇게 늦게 자면 힘들지 않냐는 필자의 질문에 그 분은 학생 때부터 놀고, 즐기고 라디오 방송 듣기 위해서는 잠자는 시간이 아깝다는 생각에 늦게 자는 게 습관이 되어 버렸다고 한다.

눈을 뜨고 있어야만 살아있는 시간이라고 알고 있었던 것이다. 잠자는 동안에 몸과 마음이 정화되고 회복된다는 사실을 몰랐었기 때문일 것이다. 잠을 줄여서 공부하고 노력하는 것만이 대학에 갈 수 있고 성공의 길로 간다는 얘기를 어른들로부터 귀에 딱지가 붙도록 듣고 자랐을 것이다.


필자도 ‘4당 5락’, 즉 4시간 자면 붙고 5시간 자면 떨어진다는 어이없는 소리를 듣고 학창시절을 보냈다. 이 말을 신봉하고 고등학교 2학년 말부터 고3 여름방학 때까지 약 10개월 간 4시간 수면법을 실천하며 열심히 공부한 적이 있었다. 그 덕에 단기적으로 학업성적이 중하위권에서 상위권으로 올랐다.

잠을 쫓아가며 공부하는 것이 단기적으로 성적이 오르기도 했지만, 건강이 나빠질 수 있다는 중요한 사실을 간과했다. 잠을 줄여가며 무식하게 공부한 결과 몸이 쇠약해졌다. 대학시절 중요한 유학시험을 1주일 앞두고 정신적 스트레스와 컨디션 난조가 한꺼번에 몰려오면서 1년간 준비했던 시험을 망쳐버렸다. 체력이 뒷받침되지 않았던 것이다.

어느 누구 하나 신비로운 잠의 역할을 알려주지 않았다. 잠을 많이 자는 사람을 보면 게으르고 나태하다고 말했다. 물론, 그런 경우가 있긴 했다. 아마도 그런 말이 회자되는 이유는 술과 노름에 빠져 낮에 잠만 자는 어른들을 보고 한 말일 것이다.

인생은 장기 레이스이다. 100미터 달리기도 42.195km 마라톤도 아니다. 사는 동안 수많은 경기가 열리는 긴 여정이다. 잠자는 시간을 줄여서 목표를 달성하겠다는 그릇된 생각에서 벗어나 보자, 7~9시간 충분히 수면을 취하고 몰입해서 하는 편이 훨씬 생산적이고 창의적이다.

걱정으로 밤새 고민하며 뜬 눈으로 세어봤지만, 해결책은 떠오르지 않았다. 오히려 피곤만 더하고 고민만 깊어졌다. 이는 일단 자고 보자는 식으로 마음을 바꾸게 된 계기가 되었다. 일어나 창문을 통해 들어오는 빛은 눈을 통과하며 두뇌는 활성화된다. 어느 땐가 부터 뭔가 풀릴 것 같은 기분이 들었던 것이다.

우리가 꿈을 꾸기 시작한 아주 먼 옛날부터 잠자는 동안에 만들어지는 이야기는 통찰의 단초를 제공해 왔다. 잠자는 동안 활동 중에 쌓여 정체를 일으키고 있는 것을 장기 저장해 둘 내용과 잊어버려야 할 것으로 구분하는 정리과정을 거친다. 기억을 쌓아 놓기만 한다면 새로운 기억이 들어갈 틈이 생기지 않을 것이다.

인체는 창의력을 키우기 위해 과거의 기억을 잊도록 메커니즘이 작동하도록 되어있으니 참 신비롭다. 어떤 문제를 해결하는 돌파구가 밤에 자리에 누워 잠을 잘 때, 뇌에서는 학습과 기억, 창의성에 중요한 과정이 일어난다는 것, 우리가 의식적인 노력을 하지 않더라도 신경세포들의 불가사의한 결합으로 마음이 알아서 문제를 풀거나 새로운 생각으로 발전시키는 것이다.

비틀즈의 폴 매카트니(Paul McCartney)는 침대에서 일어나는 순간 어떤 멜로디가 떠올랐다. 그는 곧장 가까이에 있던 피아노로 달려갔다. 곧바로 떠오른 선율을 연주하기 시작했는데 이 곡이 그 유명한 ‘예스터데이(Yesterday)’ 였다고 한다. 매카트니는 훗날 전기 작가에게 “그것은 그냥 그대로 떠올랐어요. 완벽하게요. 나도 믿을 수 없었어요.” 라고 말했다.

필자가 수면사업을 하면서 수많은 난제를 풀어온 원동력은 “일단 자고 보자.” 잠을 충분히 잔 것에서 비롯됐다고 감히 말씀 드리고 싶다.

[황병일 미라클수면연구소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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