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말, 한 침대를 사용하면 부부관계가 좋다는 증거일까?

최초입력 2017.09.11 19:47:03
최종수정 2017.09.11 19:49:10
결혼식 주례사를 할 때 빼먹지 않았던 내용이 있다. 부부싸움을 하더라도 각방은 절대 쓰지 마라! 서로 살을 붙이며 살아야 미운 정 고운 정이 든다. 스킨십을 멀리하면 부부 사이도 멀어진다는 고리타분한 주례사를 했었다. 그런데 어느 때인가 부터 부부가 붙어서 자야 한다는 의무 같은 말에 의구심이 들기 시작했다.

행복해 보이고 전혀 문제가 없어 보이는데 부부가 잠은 따로 자고 거실이나 각방을 쓰는 경우가 생각보다 많았다.
자나 깨나 같이 붙어 살아야 금실이 좋다는 오래 전부터 들어왔던 익숙해진 말은 그냥 전해오는 전설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만나면 너무 재미있게 사는데 잠은 따로 자는 부부를 찾아보면 얼마든지 있었다.

묻는 필자를 무색하게 만드는 경우도 있었다. "아직도 같이 자? 가족이 그러면 안된다"며 웃음 섞인 말도 있다. 연예할 때는 서로 같이 있는 시간이 짧고, 만난 지 얼마 지나지 않은 것 같은데 각자의 집으로 가야 하는 애틋한 헤어짐이 무척이나 아쉽게 느껴졌었다. 하룻밤이 정말 귀하고 소중했던 시절이었다.

결혼하고 나서 남편의 코골이도 자장가처럼 들릴 때가 있다. 같이 있기면 해도 좋았으니까 말이다. 세월이 지나고 아기를 갖게 되면서 예민해진 부인의 신경을 건드리지 않기 위해 남편은 무진 애를 쓴다. 이때 기분을 잘못 맞추거나 조금이라도 서운하게 한다면 부인은 이 약점을 남편에게 평생 써 먹는다는 무시 무시한 얘기를 종종 들어왔기에 긴장한다.

아이가 태어나면서 부부는 각방을 써야 하는지 같이 잠을 자야 하는지 선택의 기로에 서게 된다. 병원에서 퇴원하고 집에서 갓난 아이와 같이 자는 것은 정말 힘이 들었다. 밤새 수시로 배고프다 울어대고, 기저귀 갈아야 하고… 며칠 그렇게 보내고 피곤한 상태로 출근하니까, 정신이 몽롱하기까지 했다. 자기 자식임에도 불구하고 갓난 아이 키운다는 것은 보통이 아니었다.

남편은 아침에 출근해서 돈 벌기 위해 일해야 한다는 명분으로 각방을 쓰는 경우가 생긴다. 부인은 육아를 맡아 너무 힘든 나머지 산후 우울증을 겪기도 한다. 결혼 후 임신과 출산과 같이 자연스런 원인으로 부부가 따로 자는 경우가 생기지만, 배우자의 수면습관, 지나친 음주 등으로 숙면을 방해하기 때문에 같은 잠자리를 피하는 일도 있다.

여름에는 혼자서 자기에도 덥다. 곁에 오는 것만으로도 체온이 전달되어 더 덥다. 더욱이 열대야라면 같이 잔다는 것은 끔찍한 일이다. 부부 사이의 잠, 지혜로운 잠의 선택을 하는 게 좋을 것 같다. 수면의 질을 높이고 부부의 사랑을 돈독히 하는 잠의 레시피를 만들어 보면 어떨까?

수면을 방해할 정도의 소음이나 뒤척이는 증상이 아니라면, 한 침대를 사용하는 게 좋다는 의견이다. 하지만, 그 정도의 차이가 있을 수 있기에 부부가 대화로 나름의 방식으로 사랑을 나누는 것이 현명하고 건강한 수면 방법이라고 생각한다.

다시금, 생각해 보자. 부부가 꼭 같이 붙어서 자야 금실이 좋은 것인가? 현실과 맞지 않는 전설적 잣대를 가지고 강요할 것도 아니고 이상하게 볼 것도 아니다. 부부 각자의 생활 방식과 배우자의 습관, 사랑의 방식에 따라 좌우되는 것이기에 각자 만족하고 행복하면 그만일 일이다.

[황병일 미라클수면연구소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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