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토니 에드만’, 능청스러운 코미디로 풀이된 부성애

최초입력 2017.03.24 21:15:58
최종수정 2017.03.24 21:16:32


우리는 사회생활에 시간과 열정을 희생하느라, 정작 자신과 가족을 돌볼 겨를이 없다. ‘토니 에드만’의 '이네스'가 그렇다. 그녀는 오랜만에 집에 들르지만, 바쁘다는 핑계를 대며 가족과의 소통을 멀리한다. 씁쓸하지만, 꽤 공감되는 장면들이다.

이네스의 아버지 '토니'는 웬만한 이들이 당해낼 수 없을 만큼의 베테랑 괴짜다.
영화의 시작에서부터 그의 취미이자 특기가 드러난다. 남들은 다 알아채지만, 스스로 역할극을 하며 흐뭇해하는 그. 이해 불가하지만, 어찌됐든 특색 있는 인물이다.

이네스는 커리어우먼이다. 비즈니스를 위해 전세계를 누비는 그녀는, 프로젝트를 위해 궂은 일(?)까지 자처한다. 그렇게 숨 쉴 틈 없이 바쁜 그녀의 생일을 맞아, 토니는 갑작스러운 방문을 결심한다. 심지어 장기 휴가를 낸 토니는 이네스의 주변을 맴돌며 딸과의 추억을 남기기 위해 고군분투한다. 그는 끊임없이 1인 역할극은 행한다. 이네스의 지인들에게 자신을 코칭 전문가, 독일 대사라며 소개하기에 이른다. 능청스럽고 괴짜스러운 토니의 역할극은 아무리 반복해도 좀처럼 익숙해지지 않는 묘한 매력이 있다.

그렇다면 토니는 왜 이상한 역할극을 행하는 것일까. 바로 성공에만 집착하는 딸에게 웃음을 선사하기 위해서다. 물론 이네스의 입장에서 보면 토니는 분명 훼방꾼임에 틀림 없다. 하지만 토니는 온갖 하대와 무시를 당하면서도 딸 주변을 떠나지 못한다.

타지에 떨어져 사는 자식에 대한 부모의 걱정은 어느 누구라도 같은 심정일 것이다. 토니는 이 세상 모든 부모를 대변하는 인물이다. 그는 우스갯거리가 되기를 자처하면서까지 딸의 곁을 지키며 그녀에게 웃음을 전하기 위해 힘썼다. 하지만 궁극적으로 토니는 인생 선배이자 아버지로서의 교훈과 감동을 선사한다.

‘토니 에드만’은, 너무나 현실적이어서 씁쓸하고 고통스럽기까지 한 비극에 토니라는 인물이 전하는 희극을 뒤섞은 가족드라마다. 이네스가 비즈니스와 그 외 사회적 관계를 맺는 풍경이 스트레스로 점철된 비극이라면, 토니의 괴짜 역할극은 관객들에게 희극적 요소로 작용한다.

늘 굳거나 찌푸린 인상을 짓고, 틈틈이 모자란 잠을 채우는 이네스의 일상은 안타깝기 그지없다. 결국 그녀는 파격적인 생일 파티 콘셉트를 설정한다. 바로 '누드 파티'다. 그녀는 왜 그런 결정을 했을까. 꽉 막힌, 불편했던 사회생활에서 벗어나고 싶었기 때문일 것이다. 사실 그녀는 옷을 벗어던지기 전, 예쁘지만 불편한 원피스를 입고 하이힐을 착용 중이었다. 하지만 초인종이 울리자 그 불편함들을 단번에 벗어던진다. 이 역시 능청과 괴짜스러운 황당한 상황이지만, 이전에 보여졌던 이네스의 꽉 막힌 일상들과는 달리, 자유롭고 홀가분했다.

토니 덕분에 이네스도 조금은 변했다. 늘 타박만 해대던 이네스도 토니의 사랑을 확인하고 그에게 안긴다. 모두가 헐벗은 상황임에도 불구하고 넉넉한 품과 따듯한 털을 지닌 존재. 그의 이름은 아버지다. ‘토니 에드만’은 신파가 아닌 잔잔한 코미디로 부성애를 보여주는 영화다. 여지껏 본 적 없는 새로운 가족드라마이기에, 다양성 영화를 즐기는 시네필에게 추천하는 작품이다.

[최다함(최따미) 광고대행사 과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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