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애틀 앞바다의 보석 락피쉬

최초입력 2017.03.28 21:09:42
최종수정 2017.03.28 21:16:51


미국 태평양 연안에는 크고 작은 수많은 항구도시들이 있다. 최남단의 San Diego 부터 해안도로 US 101을 타고 북쪽으로 여행하면 그 아름다운 도시들을 차례로 만날 수 있다.

그 도시들 중에 최북단에 위치한 시애틀은 아주 특별한 도시이다.

미국 서북 지역에서 가장 큰 도시인 시애틀은 도시 크기에 비해서 우리나라 사람들에게 많이 알려져 있다. 유명한 영화 덕분이기도 하지만 인천공항에서 가장 가까운 미국 본토이며 거대 IT기업들의 본사들이 자리를 잡고 있는 점도 유명세를 보탰다.


시애틀은 지적인 도시이다. 그 곳에 사는 주민들의 성향도 매우 진보적이며 지식수준이 상당히

높다고 한다. 미국에서 대선 등 정치 선거를 하면 80% 이상 몰표로 진보정당인 민주당에

투표하는 지역이기도 하다.

스타벅스 본고장답게, 커피 소비량도 미국에서 가장 높다. 심지어 주유소에서도 원두커피를 팔며, 매 골목마다 커피 집이 없는 곳이 없을 정도이다.
이 도시의 또 다른 특별한 점이 있다면, 미국 최대 어항이라는 점이다. 많은 사람들이 생각하는 시애틀의 이미지와 어부들이 전혀 어울리지 않지만 시애틀은 미국 서부 수산물 최대 집결항구이다.

알래스카 앞바다와 배링해로 진출하는 어선들의 전진기지 역할을 하며, 또한 그 어선들을 소유한 거대 수산 회사들의 본사도 전부 시애틀에 자리잡고 있다.

그래서 알래스카 조업 시즌 때에는 물고기를 잡으러 집을 떠나는 어부들이 많다. 그리고 시즌을 마치고 돈을 두둑하게 벌어 시애틀에 돌아와서, 몇 달 동안 술집, 카지노 등을 다니며 탕진을 하는 어부도 심심치 않게 볼 수 있다.
시애틀 앞바다는 퓨젯사운드라 불리는 내해이다. 태평양과 마주하지 않고 길고 복잡한 수로와 작은 해수 호수들이 연결된 퓨젯사운드는 그 물결이 항시 잔잔하고 뱃놀이 하기 딱 좋은 환경이다. 그래서인지 시애틀은 미국 도시 중 1인당 레저용 보트 수가 가장 높은 도시이기도 하다.

해안 곳곳마다 보트를 정박 할 수 있는 마리나가 있으며 그 요금도 저렴한 편이다.
시애틀 퓨젯사운드를 방문한다면, 낚시를 꼭 해보는 것이 좋다. 시애틀 앞바다에서 낚시는 크게 두 가지로 구분한다. 연어낚시와 연어 외 다른 물고기이다. 연어는 크게 봄하고 가을 두 번에 걸쳐 시즌이 있다.

연어시즌일 경우, 연어낚시를 하러 전 세계에서 관광객이 몰릴 만큼, 시애틀의 연어낚시는 유명하다. 알래스카나 태평양의 바다와 다르게 호수처럼 잔잔한 내해에서 편하게 1미터가 넘는 연어를 잡을 수 있기에 남녀노소, 체력적인 부담 없이 낚시를 할 수 있다.
하지만 시애틀 앞바다의 진짜 보석은 연어보다는 락피쉬 (Rock Fish)가 아닐까 한다. 우리나라 바다에서 나는 우럭이나 볼락을 생각하면 되는데, 그 종류가 시애틀에서 10가지가 넘는다.

락피쉬의 경우, 꼭 배를 타지 않아도 된다. 퓨젯사운드 곳곳에 위치한 어항, 마리나, 해안 공원에서도 쉽사리 만날 수 있는 것이 바로 이 어종이다. 그래서 값비싼 연어낚시를 못 가는 사람들이 많이 즐기는 낚시이기도 하다.

퓨젯사운드 같은 내해에서 연어낚시는 기본적으로 배를 타야지 낚시가 가능하다. 연어의 특성상 자신이 태어난 강의 하구에 도착할 때까지는 해안가 근처로 접근을 하지 않으며 어종 보호를 위해서 연어시즌 중 강 하구에서는 연어낚시가 불법이기 때문이다.

그렇다고 해서 락피쉬가 연어에 비해서 조금이라도 모자라거나 재미없는 생선은 절대 아니다. 시즌에 상관없이 일년 내내 잡을 수 있으며, 크기는 연어에 비해서 작을지언정 그 손맛은 대단하다. 그 손바닥만한 락피쉬를 잡는데, 워낙 힘이 좋아서 대물로 오해하다가 바다위로 올리고 실망한 적이 수 차례이다.
시애틀 앞바다 락피쉬의 맛은 정확하게 우리나라 서해에서 5시간 동안 배타고 나가서 잡는 신선한 자연산 우럭을 떠올리면 된다. 이 맛을 아는 사람들은 시애틀 생각만 하면 군침이 돈다고 할 정도이다.

락피쉬는 기본적으로 회로 먹는 것이 가장 맛있지만, 시애틀 앞바다는 내해라서 바닷물의 염도가 낮은 편이다. 그래서 시애틀 앞바다에서 잡은 모든 물고기는 안전하게 구이 또는 조림으로 먹는 게 좋다고 한다. 개인적으로는 숯과 그릴을 준비한 후 직화 소금구이를 추천한다. 비린내 없이 특유의 바다 향이 풍부한 락피쉬는 소금만으로 충분하기 때문이다.

좀 이른 편이지만, 올해 여름 휴가는 동남아의 시끄러운 해변보다는 그림 같은 퓨젯사운드의 경치를 보면서 소금간이 적절하게 배인 락피쉬에 시원한 맥주를 여유롭게 즐기는 계획을 잡아 보는 것도 좋지 않을까?



[정상익 바다 칼럼니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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