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야말로 ‘시(詩) 적인’ 영화 ‘일 포스티노’

최초입력 2017.04.10 20:13:33
최종수정 2017.04.10 20:14:29


원작 ‘네루다의 우편배달부’를 흥미롭게 읽은 필자는 영화 ‘일 포스티노’에 대한 기대감이 높았다. 그리고 영화는 만족스러웠다.

무려 20여년 만에 재개봉한 영화 ‘일 포스티노’는 이탈리아의 감성을 고스란히 품고 있다. 영화는 시인 파블루 네루다의 실화인 동시에 작가 안토니오 스타르메타의 소설을 기반으로 만들었다. 이탈리아의 작은 섬에 방문한 네루다와 그만의 우편배달부로 고용된 마리오의 우정을 다룬다.


마리오는 가난한 노부와 함께 고기잡이로 근근이 살아가고 있다. 하지만 그에게는 성공에 대한 열망이 있다. 돈, 명예, 사랑을 갈망하지만 그가 거머쥐기엔 너무나도 먼 것들이다. 마리오는 수많은 여자들의 팬레터와 소포들이 배달되는 네루다가 마냥 부럽다. 그래서 마리오는 적극적으로 네루다의 '인기 비결'을 터득하기 위해 노력한다.

마리오가 가장 갈망하던 것은 사랑이다. 유명 시인과의 친분을 토대로 여자들의 환심을 사기 위해 노력하는 마리오의 모습은 단순하기 그지 없다. 마리오는 '도약'을 시도한다. 네루다의 시집을 읽기 시작하면서 시의 세계에 점진적으로 빠져들게 되고, 급기야 매료되고 만다. 마리오는 네루다에게 끊임없이 질문하고 심지어 '시인이 되고 싶다'고까지 선포한다. 이에 대한 네루다의 반응은 냉담하다. 하지만 기적이란 어디에서 어떻게 일어날지 알 수 없는 법. 은유에서부터 시의 기법들을 하나 둘씩 익혀가던 마리오는 시로 사랑까지 쟁취하게 된다.

‘일 포스티노’는 낭만으로 가득하다. 이 영화는 순진무구한 마리오의 성장(인생)기이자 국적과 신분을 뛰어넘은 우정을 다룬 드라마다. 동시에, 관객들에게는 세상을 다른 시각으로 바라보는 법에 대해서도 일러준다. 문학을 소재로 다룬데다, 원작을 토대로 만들어진 탓에 명대사들도 가득하다.

앞선 감동의 요소를 더욱 빛나게 만들어주는 요소로는 이탈리아 해안의 아름다운 풍광과 그에 걸맞은 OST다. 드넓은 대자연 속을 거니는 마리오와 네루다의 모습을 담은 장면들은 여러 폭의 인상주의 미술을 보는 듯한 기분을 선사할 만큼 따듯하고 눈부시다.

이렇듯 ‘일 포스티노’는 시(詩)적인 작품이다. 원작 소설을 영화화한 작품들의 아쉬운 점은 원작의 탄탄한 스토리텔링을 압축하는 것에서 빚어지는 아쉬움과 영화만의 특색이 없다는 것에 있다. 하지만 ‘일 포스티노’는 원작의 스토리라인을 잘 살려냈음은 물론이거니와 영화만의 독보적인 특징이 있다. 소설의 아쉬움일 수 있는 시청각적 요소들이 풍성하게 드러났기 때문이다.

순수와 낭만, 문학성과 예술성을 동시에 갖춘 ‘일 포스티노’는 후세들이 봐도 아름다움을 느낄 만한 작품임에 틀림없다. 그리고 문학을 좋아하는 필자를 더 감동시킨 요소는 글의 힘을 재인식시켜준 점이다. 글은 강하다. 그래서 함부로 휘둘러서는 안 될 무기다. ‘네루다의 우편배달부’를 다시 꺼내 읽어야겠다. 그리고 수많은 사람들을 뒤흔든 네루다의 시집들도 음미해봐야겠다.



[최다함(최따미) 광고대행사 과장]
[ⓒ 매일경제 & mk.co.kr,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