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문학은 복면가왕

최초입력 2017.09.06 16:07:20
최종수정 2017.09.06 16:08:15

사진출처: 픽사베이

‘복면가왕’을 보면서 참 멋진 프로그램이란 생각을 했다. 개그맨 신봉선이 출연한 회를 보았다. 신봉선이 노래를 하고 나자 패널들은 모두 경력이 오래된 가수 같다고 했다. 노래를 잘하는 가수인거 같다고 칭송하며 노래에 푹 빠졌다. 얼굴이 보이지 않으니 정말 노래에만 몰입하도록 해준다.


신봉선은 말한다. 만약 내가 가면을 쓰지 않고 노래했다면 사람들은 개그맨 신봉선을 생각했을 것이다. 노래를 하면서도 뭔가 웃기는 행동을 할 거란 예상을 한다는 거였다. 맞는 말이다. 하지만 복면은 개그맨이 아닌 목소리만을 보여주는 역할을 했다. 가끔은 내 얼굴을 가리는 것이 인생에 도움 될 때가 있다. 복면을 벗은 순간 방청객과 패널들은 기절초풍했다. 항상 옆에서 패널로 만나던 신봉선이 복면가수로 나왔으니 말이다. 복면은 선입견과 편견을 가지지 않고 목소리에만 집중할 수 있도록 해줬다. 대부분의 출연진들은 말한다. 아무것도 신경 쓰지 않고 노래에만 집중할 수 있어서 좋았다. 복면을 쓰고 노래하는 동안 좀 답답하게 느껴지긴 했지만 내 열정을 가로막지는 못했다고 말이다.

처음에 이 프로그램을 기획할 당시 모든 사람이 말렸다고 한다. 얼굴에 가면을 씌워 노래를 한다는 것 자체를 탐탁치 않아했다는 거다. 윗사람들의 반대에 부딪혀 정말 우여곡절 끝에 시작했다고 한다. 하지만 반전. 이 프로그램은 대한민국에서 엄청난 인기를 끌었고 지금도 손에 꼽히는 프로그램이다. 활동하지 않아 사람들의 기억 속에서 멀어져간 이들의 제2의 데뷔무대를 만들어주기도 하고 다른 분야의 사람이 오직 노래에만 집중할 수 있는 독무대를 만들어주기도 했다.

사진출처: 픽사베이

복면가왕이 가져다 준 건 기회다. 정말 노래로만 승부할 수 있는 기회를 준다. 예전에 그 사람이 어떤 잘못을 저질렀건 연예계를 떠났든 오랫동안 얼굴을 보이지 않았든 그건 중요하지 않다. 5분간의 열창의 시간만이 주어지는 것이다. 오래도록 대중의 기억 속에서 멀어져 있다가 복면가왕을 통해 제 2의 인생을 살게 된 이들이 많다. 용기를 주는 프로그램이고 기회의 땅이다. 이 프로그램이 시작되고 비슷한 유의 프로가 많이 생긴 것도 또 하나의 변화다.

복면가왕은 목소리라는 본질을 보여주었다. 본질을 볼 수 있어야 한다. 얼굴 예쁜, 섹시한 몸매를 가진 가창력 없는 가수가 나와서 노래를 부르면 사람들은 예쁜 얼굴에만 집중한다. 그의 본업이 가수인데도 목소리는 뒷전이고 예쁘고 춤 잘 춘다고 얘기한다. 물론 시대가 바뀌었으니 춤 잘 추는 가수도 필요하지만 가수의 본질은 노래 잘하는 거다. 사람 얼굴에 복면을 씌우는 일은 옛날에 예쁜 여자를 봇짐해 갈 때나 필요했다. 산적이 얼굴을 가릴 때 필요했다. 자신의 얼굴을 남이 알지 못하도록 하는 데만 쓰였다. 하지만 복면가왕의 복면은 가수의 본질을 보여주는 매개체로 쓰였다. 대단한 발상이다.

정말 그 업에 맞는 그 사람의 자질만을 보는 세상이 왔으면 좋겠다. 끈이나 배경이나 경력이나 얼굴 모습이 아닌 그 사람의 진실 말이다. 대기업에서는 학력철회라는 카드를 갖고 나왔지만 그걸 지키는 기업은 별로 없는듯하다. 미모가 경쟁력인 사회에서는 그 사람의 능력보다는 외모에 치중에서 뽑는 경우가 많다. 자질을 보기 전에 1차적으로 얼굴의 생김새를 먼저 보게 된다. 그러니 성형외과는 사람들로 장사진이다. 외모가 경쟁력인 시대에 외모가 중요하긴 하지만 본질을 보지 못하고 너무 틀에 박힌 외모만을 찾는 것이 문제이다.

복면가왕의 출연진들은 모든 걸 내려놓고 노래에만 집중한다. 땀에 흠뻑 젖어 열창한다. 그 모습이 그렇게 아름다울 수가 없다. 모든 시청자들과 방청객들은 가면을 벗는 순간 아낌없는 박수를 보낸다. 다른 건 들어올 겨를이 없다. 몇 분간의 열창에 대한 보답인 박수만이 존재할 뿐이다. 선입견과 편견을 내려놓은 채 정말 그 사람의 본질만 바라볼 수 있는 이런 프로그램이 대한민국의 곳곳에 울려 퍼지길 간절히 바란다. TV 프로그램만으로 그칠 것이 아니라 대한민국 전체가 복면 없이도 사람의 진실함만을 볼 수 있는 사회가 됐으면 좋겠다.

인문학은 본질을 보게 도와준다. 예전에는 그 사람의 배경 직업 재산 학벌 등으로 판단했지만 지금은 그런 건 중요하지 않다. 그 사람의 됨됨이를 본다. 그 사람의 눈빛을 보고 행동을 본다. 인문학 읽기를 통해 제대로 사람을 볼 줄 아는 힘을 키워보는 건 어떨까?

[문현정 칼럼니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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