결혼하고 싶어도 못하는 남자 vs 할 수 있어도 안하는 여자

최초입력 2017.09.13 21:01:14
최종수정 2017.09.13 21:02:01
올해 초, 친오빠는 만나오던 여자와 헤어졌다. 구체적인 결혼 이야기까지 오고갔던 여자였기에 우리 집은 적잖은 충격을 받았다. 두 사람이 헤어진 이유는, 간단히 말해 여자가 친오빠보다 잘났기 때문이다. 친오빠는 미국유학을 다녀온 후 1년여 정도 시간강사 생활을 할 때까지만 해도 눈이 꽤 높았다. 그 때만 해도 맞선을 볼 여자를 고르는 기준이 있었다.
나이, 직업, 집안 그리고 외모까지도. 그런데 교수채용에서 번번이 실패하고 시간강사 생활이 길어지면서 결혼적령기는 지나갔고 자존감 역시 밑바닥을 쳤다. 결혼을 앞둔 시점에서 남자는 교수임용이 되지 못한 불안한 시간강사였고 여자는 전문의로 자리 잡은 능력 있는 의사였다. 친오빠는 여자와의 사회적, 경제적 격차를 피부로 절감하기 시작했고 결국 합의점을 찾지 못하고 헤어졌다.

사회적, 경제적 격차가 헤어진 표면적인 이유였지만, 자신보다 더 연봉 높고 능력 좋은 여자에게 초라하게 비치는 자신의 모습이 싫어 결혼하고 싶어도 못하는 남자가 되었다. 그런데 여자와 헤어지고 몇 달 뒤, 친오빠는 교수로 임용됐다. 만약 그 여자는 자신이 만나던 남자가 몇 달 뒤 교수임용이 될 줄 알았다면 헤어졌을까? 결혼의 기회를 놓았던 여자는 지금은 자기 기대치에 맞는 사람을 만났을까?

요즘은 결혼하고 싶어도 못하는 남자와 할 수 있어도 안 하는 여자가 많다. 한국보건사회연구원의 ‘2016년도 전국 출산력 조사’에 따르면 30-44세 미혼남녀 839명(남성 446명, 여성 393명)을 대상으로 지금까지 결혼하지 않은 이유를 물어봤더니 남성은 ‘소득이 낮아서’(10.9%), ‘집이 마련되지 않아서’(8.3%), ‘결혼 생활비용 부담이 커서’(7.9%) 등 경제적 이유로 분류되는 항목들이 모두 41.4%에 달했다. 우리 친오빠와 이유가 비슷하다.

반면 미혼 여성은 ‘본인의 기대치에 맞는 사람을 만나지 못해서’(32.5%)가 결혼하지 않은 가장 큰 이유였다. 이어 ‘결혼할 생각이 없어서’(11%), ‘결혼보다 내가 하는 일에 더 충실해지고 싶어서’(9.2%) 등의 순으로 나타났다.

남성은 경제적인 이유로, 여성은 본인의 기대치에 맞는 사람이 없기 때문에 결혼하지 않는 것이다. 지금은 결혼을 선택하는 게 쉽지 않은 현실임은 틀림없다. 특히 사회적 지위와 능력을 갖춘 여성이 기대에 맞는 남자를 만나는 게 어려운 사회가 되었다. 여성이 남성보다 경쟁에서 앞서나간다는 건 어제오늘의 뉴스가 아니다.

결혼은 그 사람의 현재를 받아들이는 게 아니다. 내가 알지 못하는 상대의 과거와 그리고 앞으로 일어나지 않았지만 함께 맞이하게 될 미래까지 모두 받아들이는 것이다. 지금 상대의 모습이 내 기대치에 맞지 않다고 해서(여성기준), 자신이 경제적 준비가 잘 되어있지 못하다고 해서(남성기준) 결혼을 선택하지 않는 것은 현재만 보는 좁은 시야이다. 상대를 보다 넓은 시야로 바라보아야 한다.

어떤 목표를 추구할 지 합의할 수 있는 사람인지를 우선 판단해라. 당신은 상대와 공유할 수 있는 의미 있는 이타적 목표가 있는가? 이것은 매우 중요하다. 왜냐하면 사람은 정신적-영적 존재이기 때문에 함께 선한 일을 해나갈 때 느끼는 기쁨은 강한 유대감과 결속력을 낳기 때문이다. 우리가 알고 있는 연예계 대표 잉꼬부부인 션과 정혜영 씨의 기부와 봉사활동도 두 사람이 공유하는 이타적 목표에서 시작되었을 것이다. 이것이 부부가 잘 살아갈 수 있는 이유다.

[장성미 가족행복연구소 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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