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딸영어(8) - 옥스포드 출신 영어 전문가의 조언

최초입력 2018.01.08 10:36:51
최종수정 2018.01.08 20:52:30

출처 : 픽사베이



옥스퍼드대학 출신 정영옥 박사(존칭 생략)에게 연락하였다.

정박사는 영국 명문 옥스포드대학에서 아동발달과 교육으로 석사학위를, 영국 명문 워릭대학에서 어린이영어 전공으로 박사학위를 받았다. 귀국 후 한국교육개발원(KEDI) 영재교육연구센터 부연구위원을 역임하였다. KEDI에서는 영재를 위한 융합인재교육 프로그램 교사용 지도서, 초·중등 영재학급 및 영재교육원의 융합인재교육적용방안 등을 연구했다.

정박사의 옥스퍼드 논문은 우수 논문으로 선정되어 옥스포드대학 도서관에 보관되어있다.
한편, 정박사는 2018년 1월부터 옥스포드 교육 협회 한국 챔피언(Oxford Education Society Korean Champion, http://www.oxes.org.uk/)을 맡고 있다.

나중에 이 글을 읽고 우리 딸이 삐질 수도 있지만, 고백건대 우리 딸은 분명 천재나 영재는 아닌 것 같다. 내가 보기에 그냥 뽀로로 좋아하고, 시큐릿 쥬쥬 보다가 혼자 신나면 거실에서 자기 방까지 다다닥~ 뛰어가거나, 거실에서 혼자 좋아서 방방 뛰다가 엄마한테 그렇게 뛰면 아랫집 아줌마 올라온다는 잔소리 듣는 평범한 말괄량이다.

나는 개인적으로 우리 딸이 그렇게 크면 좋겠다. 호기심이 많아서 이것저것 관심 두는 것까지는 좋다. 하지만, 역량이 안 되는데 천재나 영재들하고 치열하게 경쟁하며 공부하는 건 별로 추천하고 싶지 않다. 괜히 몸만 상한다.

정박사에게 개인적으로 영어를 어떻게 시작해서 발전시키는 게 좋겠냐는 질문을 던졌다. 그동안 다른 집 아이들만 연구하던 사람이 갑작스러운 질문에 뜨악했나 보다(사실 정박사는 우딸 고모다). 잠시 생각 좀 해보겠다고 한다.

“부모가 바이링구아이면 최상의 조건이다. 완전한 한국어, 완전한 영어, 한국어와 영어 혼합...”.

내가 질문을 잘못했다.

우리 딸 아빠와 엄마는 둘 다 완벽한 한국인이다. 아빠가 영국에서 10년 넘게 살았다지만, 영어보다 한국어가 훨씬 편하다. 엄마도 석사학위를 영국 런던대학에서 받았다지만, 엄마는 아빠보다도 훨씬 한국어가 편한 사람이다.

다시 질문했다. 아빠와 엄마가 바이링구아가 아닌 우리 딸에게 영어를 어떻게 가르치면 좋겠나?

질문을 달리하니 제대로 된 답이 나왔다.

우딸의 언어발달단계와 수준에 따라 “알아들을 수 있는 단어, 구, 문장 수위를 정하는 게 관건이다. 그림과 사진을 사방에 붙여놓고 질문과 답을 하는 역할극 놀이도 좋다. 유사질문을 하며 질문을 서서히 확장하는 순서로 시도해봐라.”

공공기관 지방 이전에 따라 다음 달이면 지방으로 이사한다. 새로 이사하면 우리 딸 방 벽을 책으로 채우기보다는 낙서할 수 있는 벽지로 방을 도배해도 될 것 같다. 생각해보니 단시일 내에 세계적 명성을 쌓은 영국 워릭대 수학과 게스트하우스에 갔을 때, 거실 벽이 모두 칠판이었다. 그때는 뭐 이런 사람들이 다 있나 싶었다.

정박사는 의외의 조언도 했다. “음성언어가 먼저이고, 문자언어가 나중이라고 주장하는 학자도 있지만, 개인적으로 그건 아닌 것 같다. 문자언어 어휘 노출을 굳이 늦출 이유가 없다. 결국, 긴 문장, 긴 지문의 출현이 언제이냐가 관건이다”.

여기서 헷갈렸다. 보통은 음성언어에 충분히 먼저 노출시킨 다음 문자언어로 넘어가는 것이 좋다고들 한다. 하지만 내가 생각해도 지금 우리 딸이 거실에서 태블릿으로 유튜브를 보며 따라 부르는 노래에는 자막이 실린다. 또한, 따지고 보면 음성언어 노출도 어떤 수준과 길이의 어휘를 단계별로 언제까지 할 것인지도 불분명하다.

한편, 정박사도 다른 영어 전문가들과 같이 자연스럽고, 재미있는 환경 조성이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내 경험으로는 윷놀이를 활용한 단어 찾기 같은 게임을 추천한다. 연상 단어로 그림을 그리거나 만들기를 하는 게 특히 유아에게 최고다.” 나중에 그 ‘윷놀이를 활용한 단어 찾기 게임’을 달라고 해야겠다.

그러고 보면 지금 영어 전문가들은 챈트, 노래, 율동까지 언급했지만, 그림은 처음이다.

정박사는 영국에서 연구할 때 영국 Grange Farm Primary School(5~11세 아동이 다니는 초등학교)에서 보조교사를 3년 했다. 그때 영어 원어민이 영어를 배워가는 과정을 옆에서 생생히 지켜볼 수 있었는데, 그림은 확실히 언어뿐만이 아니라 아이들의 창의력 계발에 훌륭한 도구였다고 한다.

새로 이사하면 우리 딸 방을 막 쓰고 지울 수 있는 벽지로 도배해 볼까? 벽을 화이트 보드로 다 만들어 버리는 건 어떨까? 있는 벽 놀리면 뭐하나, 그 공간을 잘 활용할 필요가 있다.

*정영옥 박사의 옥스퍼드대학 경험기는 아래 링크를 참고한다.

http://www.education.ox.ac.uk/courses/child-development-and-education/alumni/young-ok-jong/ <본 칼럼은 칼럼니스트 개인의 견해임을 밝힙니다.>

[정채관 박사(교육학) 매일경제 우버人사이트 칼럼니스트 / 한국교육과정평가원 부연구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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