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 아이의 최후의 보루 ‘엄마’

최초입력 2018.01.09 11:54:20
최종수정 2018.01.09 21:02:34
너무 추웠던 대학수능시험 당일 날 나는 잔뜩 긴장한 채 수능장으로 향했다. 아마도 나보다 부모님께서 더욱 긴장하셨을 거다. 나는 워낙 뼛속까지 문과체질인 사람인지라 수능시험은 언어영역과 외국어영역에 사활을 걸어야 했다. 수리영역(수학, 과학 등)은 정말 내게는 어려운 영역이었다. 잘 봐야 한다는 생각에 내 몸에 힘이 잔뜩 들어갔다.
내가 예상했던 것 보다 시험이 너무 어려웠다.

‘언어영역을 못 풀면 안 되는데….’

‘난 이 문제를 꼭 맞춰야해!’

한 문제를 붙잡고 어떻게든 풀어보려 안간힘을 썼다. 그 다음 문제, 또 그 다음 문제 하나씩 풀어가면서 낑낑대다가 종치는 소리를 들었다. 정신을 차리고 보니 뒤에 수많은 문제를 남겨둔 상태였다. 순간 멍해지며 하늘이 노래졌다. 두 번째 수학시험시간이 되었다. 원래 못하는 수학이었던지라 더 어렵게 느껴졌다. 역시나 어렵고 시험을 망쳤다는 생각에 갑자기 배가 꼬이고 아파오기 시작했다. 화장실을 다녀오고 낑낑대다 두 번째 시험 역시 망쳤다.

‘나는 이제 내가 원하는 대학을 가지 못하는 걸까?’

‘그러면 내가 남아서 계속 시험을 칠 의미가 있나?’

‘이 자리에서 벗어나고 싶다. 도망가고 싶다.’

그런 마음들이 들기 시작했다. 고작 19의 나이였던 나는 인생이 실패했다는 생각을 했다. 그 자리를 도망치고 싶다는 생각이 간절했다. 벗어나고 싶었다. 그런데 바로 그때 내 눈앞에 아른거리는 얼굴이 하나 있었다. 바로 나의 사랑하는 엄마.

‘내가 이 자리에서 도망가 버리면 엄마마음이 아플텐데….’

사진출처- 픽사베이



이런 생각이 드니 나는 차마 도망갈 수가 없었다. 나는 남아서 끝까지 시험을 치루고 집으로 돌아왔다. 방에 들어가 나가지 않았다. 저녁 시간 방송에서 수능 정답을 알려주는 시간 채점을 하면서 나는 절망에 빠졌다. 시험을 못 본건 알았지만 직접 채점을 하니 숨이 막혀왔다. 도저히 무서워 끝까지 채점을 할 수 없었다. 나는 화장실에서 울다가 방에서 울다가 계속 울기만 했다. 엄마가 저녁을 먹으러 나오라고 하셨지만 밥을 먹을 수가 없었다. 한참을 울고 있는데 방문이 열리더니 엄마가 들어오셨다. 내 앞에 저녁상을 놓으시고는 손에 숟가락을 쥐어 주시며 많이 울면 기운 빠지니까 어서 밥 먹으라고 말씀하셨다. 그런 엄마에게 죄송해 밥숟가락을 입에 꾸역꾸역 밀어 넣었던 생각이 난다.

고작 19의 나이였다. 하지만 나는 그 나이에 시험 한번 망쳤다는 이유로 내 인생이 끝났다고 생각했다. 그런 내게 ‘왜 그렇게 실수투성이냐’고, ‘왜 그렇게 매번 덜렁대냐’고 ‘이제 대학은 어떻게 갈거냐!’고 이런 말을 하셨더라면 나는 극단적인 선택을 했을지도 모르겠다.

사진출처 - 픽사베이



수능실패 이후 나는 많이 힘든 시간을 보내야 했다. 대학만을 목표로 공부를 해온 나에게 대학수능실패는 인생의 실패나 마찬가지였다. 그런 내게 따뜻하게 품어주는 엄마가 없었다면 나는 그 힘든 시간을 이겨낼 수 없었을 것이다. 힘들었지만 나는 엄마의 품에서 다시 에너지를 충전하고 다시 힘을 내서 내 삶을 살아나갈 수 있었다.

나는 부모는 바로 내 아이가 실패하는 순간, 좌절하고 절망하는 순간, 모든 것을 포기하고 싶은 순간 지켜내 줄 수 있는 최후의 보루가 되어야 한다고 생각한다. 나는 내 아이들에게도 그런 힘든 순간 마지막 보루가 되고 싶다.

[성지혜 마법독서육아연구소 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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