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딸영어(11) - 영어를 ‘영어’스럽게 배워야

최초입력 2018.01.11 15:45:28
최종수정 2018.01.11 20:53:07

출처 : 픽사베이



내가 영국에서 영어를 배웠던 방식, 내가 영국과 한국에서 연구한 것, 내가 서울대와 연세대에서 학생들에게 가르쳤던 것을 우리 딸에게 가르쳐 줄 수 있을까?

영어 사전은 콜린스 코빌드 영어 사전(Collins Cobuild English Dictionary) 이전과 이후로 나뉜다. 콜린스 코빌드 영어 사전은 영국 버밍엄대학 John Sinclair 교수가 코퍼스(corpus) 기반으로 만든 최초의 영어 사전이다.

콜린스 코빌드 영어 사전이 기존 영어 사전과 달랐던 점은 크게 두 가지다.

하나는 사전 개발자가 예문을 인위적으로 만든 게 아니라 영어 원어민이 실제 사용한 말이나 글을 예문으로 사용하였다는 점이고, 또 하나는 사전 개발자가 특정 단어가 어떤 뜻인지 설명하는 순서를 임의로 정한 게 아니라 사람들이 어떤 의미로 많이 사용하였는지를 조사하여 실제 그 순서대로 단어를 설명하였다는 점이다.

Sinclair 교수는 컴퓨터를 이용하여 구축한 코퍼스를 사전 제작에 접목하여 영어 원어민의 실제 용례에 근거한 사전을 만들었다.
1987년 콜린스 코빌드 영어 사전이 처음 출간된 이후, 다른 세계적인 사전 개발 업체들도 Sinclair 교수의 코퍼스 기반 사전 제작 방식을 받아들였다.

Sinclair 교수가 사전만 제작한 게 아니라, 영어 학습법 관련 다양한 연구도 하였는데, 그 중에 하나가 어휘 학습이다. Sinclair 교수는 단순히 단어를 하나씩 외우는 건 오래 기억하기도 어려울뿐더러 별로 효용 가치도 없다고 주장한다. 그는 콜로케이트(collocate, 연어) 학습을 강조한다. 하나의 단어가 아니라 콜로케이트를 학습해야 영어를 ‘영어’스럽게 배울 수 있다고 말한다.

‘strong’이라는 단어를 배운다고 치자. 뜻은 ‘강한’이고, 품사는 형용사라고 배운다. 비슷한 말로는 ‘powerful’이 있고, ‘powerful’ 역시 품사는 형용사라고 배운다.

그 후 ‘tea’라는 ‘(마시는) 차’를 배운 다음, ‘tea’가 명사이고, 형용사는 명사를 수식하는 역할을 한다고 배운다. 그런 다음, ‘형용사+명사’를 패턴 공부를 하며 ‘strong tea’, ‘powerful tea’라고 연습한다.

문제는 영어 원어민에게 ‘strong tea’라고 하면 그 사람이 무슨 뜻인지 바로 알아듣지만, ‘powerful tea’라고 하면 고개를 갸우뚱한다. 문법적으로 틀린 게 아니니까, 내 발음에 문제가 있는 게 아닌가 싶어 몇 번을 다시 말하지만 그래도 못 알아듣는다.

못 알아듣는 척을 하는 건지, 나를 무시하는 건지 슬슬 화가 난다. 다시 또박또박 힘줘가며 ‘피.오.더블유.이.알.에프.유.엘. 티.이.에이, 파워풀 티’라고 해보지만, 여전히 못 알아듣는다.

영어 원어민은 향이나 맛이 ‘강한/쎈 차’를 의미할 때 습관적으로 ‘strong tea’라고 한다. 문법적으로 문제가 없다 해도 ‘powerful tea’라고 잘 하지 않는다. 만일 어떤 영어 원어민이 ‘powerful tea’라고 했다면, 그때는 우리가 생각했던 그 뜻이 아니라 다른 의미의 ‘tea’를 말하는 거다. 비슷한 예로 ‘powerful computer’와 ‘strong computer’가 있다.

정확한 의사소통을 하려면 단순히 단어 하나를 외우거나 문법적으로만 맞는 영어를 학습하는 것이 아니라 콜로케이트 학습을 통해 영어를 ‘영어’스럽게 배워야 한다. 우리 딸 언어 발달 단계와 수준에 맞는 콜로케이트를 찾자.

*콜로케이트에 관한 자세한 내용은 아래 책을 참고한다.

http://book.naver.com/bookdb/book_detail.nhn?bid=6873923 <본 칼럼은 칼럼니스트 개인의 견해임을 밝힙니다.>

[정채관 박사(교육학) 매일경제 우버人사이트 칼럼니스트 / 한국교육과정평가원 부연구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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