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술 읽어주는 여자, 황정빈] 단테의 신곡 속 ‘지옥’ 그리고 그 지옥을 닮은 위스키 ‘아드벡’

최초입력 2018.05.10 11:34:18
최종수정 2018.05.10 21:44:37

사탄(Satan)-귀스타브 도레(Gustave Doré) 출처-The World of Dante



단테(Dante Alighieri)가 베르길리우스(Publius Vergilius Maro)에게 묻는다. "누가 이렇게 고통 속에서 울부짖습니까?" 베르길리우스는 대답하길 "이 불쌍한 영혼들은 불쌍한 방식으로 세상을 살았다. 그들은 오명도 없고 명성도 없고 미지근한 영혼들이다."



단테는 이들을 진정 ‘삶’을 살아본 적이 없는 비겁한 자로, 지옥에도 가지 못하는 최악의 인간으로 묘사한다. 많은 예술가들에게 영감을 준 『신곡(Divina commedia, 1304-1321)』의 저자 단테는 이탈리아가 낳은 가장 위대한 시인이다.
[참고. 황정빈의 아트칼럼: 근대 조각의 아버지 로댕의 지옥의 문과 발자크 상]

단테의 신곡에 삽화를 그려넣은 구스타브 도레(Gustave Doré)의 작품을 보면 굉장한 디테일과 그로테스크(grotesque)한 분위기를 만들어내는 그의 일러스트레이션은 문학작품의 몰입을 도와주며 이 구상화는 그 자체로도 작품으로 큰 의미를 지닌다.

우리가 상상하는 지옥은 단테의 상상력과 구스타브 도레의 구현으로 형성되어 있다 해도 과언이 아니다. 커다란 몸집과 날개, 흉악한 괴물의 모습으로 그려지는 사탄이 자리하고, 뜨거운 불길과 매서운 연기가 가득한 음침한 공간 안에서 고통받는 것이 지옥이라 떠올린다.

아드벡(Ardbeg) 출처-Ardbeg distillery



단테는 뚜렷한 목적의식 없이 이도 저도 아닌 미지근한 삶을 사는자들은 지옥에도 못간다는 표현을 하였다. 필자는 신곡을 읽으면 지옥과 천국을 오가는, 영적인 여행을 한듯한 느낌을 받는다. 나오는 지옥을 연상할 때, 수많은 위스키 행렬 가운데 가장 강렬하게 자신의 존재감을 뿜어내는 싱글 몰트 위스키인 아드벡(Ardbeg)을 떠올렸다. 지옥에 술이 있다면, 매섭고도 강렬할 것만 같은 지옥을 연상한다면 가장 부합하는 위스키가 아드벡이 아닐까.

영화 ‘콘스탄틴’에서 천국으로 가기 위해 평생 혼혈 악마와 싸우며 사는 주인공 콘스탄틴이 등장한다. 그는 어린 시절부터 눈에 보이는 혼혈 천사와 악마, 삶과 죽음의 경계를 봐오며 자랐다. 자신에게 주어진 지독한 현실을 잊기 위해서인지 담배와 아드벡을 줄곧 피우고 마신다.

Dante, Virgil, and Charon crossing the River Styx-귀스타브 도레(Gustave Doré) 출처-Wikimedia



아드벡은 스코틀랜드의 작은 섬 아일레이에 있는 ‘헤브리디언’이라는 외딴섬의 작은 증류소에서 만들어진다. 덕분에 아드벡은 작은 섬 안에서 지역 색을 지닌 하나의 컬트 브랜드로 부상했다.

또, 아드벡은 섬세하고 복합적인 맛과 향을 가져, 피티함을 자랑하는 아일레이 위스키를 통틀어 독보적인 위치를 자리하고 있다.

차고 넘치는 재화와 콘텐츠들 사이에서 뚜렷한 특징과 매력이 없다면 바닷물의 썰물처럼 금새 사라지고 마는 현시대에서 아드벡은 특별한 매력을 자아낸다. 바다처럼 짠 향과 신선한 레몬, 라임, 감귤 등 시트러스 향이 우아한 스모키함과 함께 입안을 메운다. 묵직한 흑설탕, 초콜릿 맛이 올라오며 강렬한 피트 향은 놀랍도록 길게 한 모금의 감동과 함께 이어진다.

여기서 피트(peat)는 석탁이 되어가는 단계의 이탄을 부르며, 보리로 만드는 스카치 위스키는 보리를 발아시켜 맥아를 만든 뒤, 이를 발효시켜 만들어진 액체를 다시 증류해 오크통에 담아 숙성시킨다. 보리를 발아시킨 뒤 어느 시점에서 보리를 가열해 발아를 중지한다. 이 때 연료를 석탄대신 피트를 사용하게 되면 맥아에 피트를 태운 향이 자연히 베게 되는 것이다.

특히 아드벡 10년(Ardbeg 10years old)은 균형 있는 맛과 특징적인 피트와 훈연 향으로 가장 도전적인 위스키로 평가된다. 다른 아일레이 위스키들은 상당 부분 아드벡 스타일을 따라잡으려 하며, 위스키 애호가들과 전문가들 또한 아드벡에 특별한 경외심을 가지고 있다.

[황정빈 파르트 문화예술전문지 에디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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