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장 노릇이 힘든 근본적인 이유

최초입력 2018.05.11 10:57:20
최종수정 2018.05.11 19:34:12

사진출처: pexels



혹시 일과를 마친 뒤 집으로 돌아가는 길의 발걸음이 무거워지는 것을 느껴본 적이 있는가? 집에 들어가서 쉬는 것보다 차라리 야근하는 것이 더 마음 편할 것 같은 느낌말이다. 만약 그렇다면 일단 정신 건강에 확실한 경고등이 들어온 상황이라 봐도 틀리지 않을 것이다.

아마 지금 이 글을 읽고 있는 순간에도 불쑥불쑥 고개를 들이미는 울화 같은 것이 있을지도 모른다. 하지만 어떤가? 그 울화가 과연 누구를 향해 있는 것인지 생각해 본 적이 있는가?

“29개월, 6개월 남매를 키우고 있어요. 가부장적이신 시아버지 영향일까요. 아이는 예뻐라 하지만 그것도 잠시뿐 소통과 놀이에 매우 서투른 우리 신랑입니다. 제가 둘째 낳고 조리원에 있는 동안 아이와 단둘이 있는 시간을 너무 두려워했었어요. 지금은 큰아이와 단둘이 곧잘 시간을 보내지만, 한자리에서 벗어나지 않고 아이가 가져오는 장난감으로 놀아주는 정도에요.”

지금 시대를 사는 많은 아빠의 목표는 ‘친구 같은 아빠가 되는 것’이다.
이 얼마나 따뜻한 아빠의 마음인가! 아이의 인생에 있어 으뜸가는 조력자이자 파트너가 되고 싶은 아빠의 진심 어린 마음! 하지만 현실에서는 마음만 굴뚝같다. 우선 아이와 소통조차 맘대로 되지 않고 놀아주는 것조차 맘대로 되지 않는다.

구체적으로 뭘 어떻게 해야 할지 잘 몰라 쩔쩔매는 경우가 너무도 많다. 나름 최선을 다 해보지만, 아는 게 없으니 서투를 수밖에 없고 그러다 보니 아내에게서 핀잔을 듣기 일쑤이다. 그런 상황이 반복되면 아무리 밖에서 능력을 인정받는 사람이라 할지라도 집안에서는 수동적이고 소극적인 모습을 보일 수밖에 없다.

“남편의 역할이 어디까지일까요? 제 할 일도 잘 해야 하고, 가정일도 잘 챙기고 싶습니다. 역량과 에너지, 시간이 부족한 상황에서 아내와 아이에게 어떻게 도움이 될 수 있을지가 늘 고민입니다.”

아빠들의 이런 고민은 참으로 바람직하다. 가정의 평화와 행복을 위해서 반드시 해결되어야 하는 문제이다. 그리고 모든 문제를 해결하는 가장 확실한 방법은 그 원인(WHY)을 파악하는 것부터가 시작이다.

‘왜’ 가장 노릇이 힘들까?

어느 TV 프로그램에서 ‘아빠가 아이와 노는 것이 힘들 수밖에 없는 이유’에 대해 설명하는 것을 본 적이 있다. 핵가족 시대로 넘어오면서 가족 구성원 감소에 따른 역할 분담을 단둘이 해야 하는 상황 때문이라는 것이다. 그 말도 틀린 말은 아닌 듯하다. 하지만, 좀 더 간단하게 생각해보자. 사람은 누구나 즐거운 일을 하면 힘들 줄 모르고 계속 그 일을 하게 된다. 하지만 반대로, 그 일을 할 때 즐겁지 않다면 그것은 하기 싫고 힘든 일이 된다. 만약 우리가 가장 노릇을 힘들게 느낀다면 그것은 과연 오직 우리 자신에게만 문제가 있기 때문일까?

‘부전자전이네!’

만약 이 말을 누군가한테서 듣는다면 어떤 기분이 드는가? 단지 외모를 닮았다는 의미가 아니다. 성격이나 성향의 면에서 아버지와 너무나도 닮아있다는 얘길 듣게 된다면 말이다. 그렇다면 과연 그것은 어떤 의미로 당신에게 다가오는가?

우리는 분명 아버지를 기억한다. 하지만, 단지 머리로 기억하는 것과 가슴으로 추억하는 것에는 분명 차이가 있다. 나쁜 경험을 ‘추억’한다고 표현하는 사람은 없다. 그렇다면 아버지에 대해 지금 우리가 가지고 있는 것은 추억인가, 단순 기억인가? 아니면 기억하고 싶지 않은 나쁜 경험인가?

우리의 아버지들은 대부분 외부 경제활동의 전문성을 내포한 ‘바깥양반’이라는 이름표를 단 채 인생을 살아왔다. 지금은 여성의 사회진출과 경제활동이 전혀 어색할 것이 없는 사회이다. 하지만 예전 우리 부모님 세대만 하더라도 일반적으로 가장이란 당연히 아버지를 지칭하는 단어였다. 생활전선에서 돌아온 아버지는 TV 리모컨과 재떨이마저도 손수 가져올 필요가 없었다. 심지어는 남자가 할 일이 아니라며 부엌 출입조차 허용되지 않던 경우도 흔하게 볼 수 있었다.

지금의 인식으로 봤을 때는 어떻게 이토록 불합리한 역할분담이 있을 수 있었을까 싶다. 그만큼 그 시대에 아버지라는 단어가 주는 의미는 단순한 가장을 넘어 마치 절대자에 가까운 대상이었다. 아버지의 기분이 곧 그 날 집안의 분위기였을 정도로 절대 권력이었던 아버지의 말 한마디는 곧 법과도 같았다. 가정의 경제적인 안정을 가져다주는 것으로 그렇게 그 시대 가장의 역할은 충분해 보였고, 그만한 대우를 받아야만 하는 것으로 보였다. 그리고 그만큼 어렵고, 멀고, 무서웠다.

트라우마(trauma)

일반적인 의학용어로는 '외상(外傷)'을 뜻하나, 심리학에서는 '정신적 외상', '(영구적인 정신 장애를 남기는) 충격'을 말하며, 보통 후자의 경우에 한정되는 용례가 많다. 트라우마는 선명한 시각적 이미지를 동반하는 일이 극히 많으며 이러한 이미지는 장기기억되는데, 트라우마의 예로는 사고로 인한 외상이나 정신적인 충격 때문에 사고 당시와 비슷한 상황이 되었을 때 불안해지는 것을 들 수 있다.

(출처 : 시사상식사전, 박문각)

만일 아버지와 관련해 잊고 싶을 정도의 나쁜 기억이 있다면, 그것은 이제 가장의 역할을 해야 하는 우리에게 얼마든지 트라우마로 작용할 수 있다. 우리의 탓은 아니지만, 우리가 풀어내야만 하는 문제인 건 분명한 사실이다. 참고 버티는 것으로는 문제가 절대 사라지지 않고 계속 쌓여만 갈 뿐이다.

상처에 딱지가 앉고 그 딱지가 온전히 떨어져 나가야만 비로소 상처가 치유되고 새 살이 돋아날 수 있다. 자신을 스스로 힘들게 하는 원인을 분명히 직시하고 인정한 뒤 깨끗하게 태워 없애 버려야만 진정한 행복한 미래로 나아갈 수 있다.

다음 칼럼에서는 아버지에 대한 트라우마를 극복할 수 있는 근본적인 방법(HOW)에 관해 이야기해 보도록 하자.

모두가 행복할 수 있는 대한민국의 그 날을 위해, 아빠들 파이팅!!!

[신우석 놀자! 아빠육아연구소 소장 / 맘키전문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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