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민우 이사장의 直talk(77) 시즌 3<본부장이 금융을 말한다>

최초입력 2017.09.26 10:27:45
최종수정 2017.09.26 19:10:43

피라미드(좌)와 13개의 올리브와 화살을 쥐고 있는 독수리(우)는 각각 우주(神)의 섭리와 인간의 의지를 상징한다. 사진출처: Google



미국 달러화 뒷면에는 피라미드와 독수리, 1개의 화살과 올리브 잎 그리고 눈동자가 그려져 있다. 우여곡절 끝에 새로 만들어진 자본주의의 제국, 미국의 화폐이니만큼 디자인에도 꽤 신경을 썼을 것이고 그게 상징하는 의미도 각별했을 것이다. 눈동자는 그리스에서는 지혜를, 올리브는 평화, 화살은 힘 그리고 독수리는 그리스 로마는 물론이고 니체마저도 절대적인 존재로 상징한 동물이다. 모두가 그리스로마 문명의 뿌리를 둔 서구 유럽의 상징물들로 다분히 공감이 되는 부분이다.
그런데 피라미드는 갑자기 무엇인가 말이다. 이집트 문명에서 그리스 로마가 영향을 주었을 수는 있어도 직접적인 영향은 없어 보인다. 그리스 로마 문명의 핵심은 상대적인 '균형감'이다. '균형'은 매우 불안한 상태로 보이지만 절묘한 조화 즉 부조화 속에서 조화를 이루려는 인간의 의지이다. 그리스나 로마는 강한 공동체적 정체성을 가졌지만 언제나 다양성을 추구했고 가장 많은 신을 모셨지만 가장 인간 지향적인 사회였다. 반면에 이집트 문명의 핵심은 절대적인 '안정감'이다. '안정'은 오히려 인간답지 못한 신의 영역이다. 열역학 제 2법칙 ‘엔트로피’의 관점에서 보면 안정된 상태는 소멸과 죽음 그리고 종말의 상태이다. 시작은 불안이고 끝이 안정인 것이다. 하지만 시작은 개연성이지만 끝은 확실성이다. 우주가 생겨날 가능성은 제로에 가깝지만 소멸할 가능성은 100%이기 때문이다. 즉 피라미드가 상징하는 것은 절대적인 우주적 이치에 대한 자발적 동의를 의미하고 이것은 신의 섭리에 아래에서만 무엇인가를 도전하겠다는 매우 종교적인 겸허함이다. 결국 그리스 로마는 인간사회가 가진 정치적 개연성을 이집트는 자본이 가진 숫자적인 힘의 절대성을 보여주는 문명인 것이다.

오랜 집중이 가능했던 고대인들은 현대인보다 더 발달된 수학적인 사고력을 가졌을 것이다. ‘자본은 계산된 집중력의 산물이다’ 사진출처: Google



최대 5000년 전부터 만들어졌다고 추정하는 이집트 피라미드는 외계인의 작품이라고 할 만큼 거대한 위용과 더불어 추정되는 제작 과정의 난해함 때문에 미스터리 한 건축물의 대명사로 인식된다. 우리가 고고학을 통해 이러한 고대의 상징적 건축물이나 그림 등을 조사하는 근본적인 이유는 지금을 사는 우리가 과거에 살던 우리가 중요시 했던 것을 알아내 우리의 미래를 보기 위함이다. 우리의 부모라도 이것을 우리에게 가르쳐줄 수 없는 것은 같은 시대를 살기 때문이다. 큰 모형은 동일한 작은 모형의 반복으로 이루어진다는 폴란드 태생 수학자 브누아 망델브로(Benoît B. Mandelbrot) 의 ‘프랙탈 이론’처럼 멀리 떨어져 있는 것은 오히려 가장 가까운 것을 볼 수 있게 해준다. 인류가 지구가 둥글다는 것을 발견한 것은 오히려 지구에서가 아니라 저 멀리 보이는 달에 비친 지구의 그림자(월식)를 보고 나서이니 말이다. 수 천년 전에 만들어진 피라미드는 사실 지금 우리의 모습을 추정하기에 충분한 완성된 하나의 상징물이다. 실무자가 보기에 오늘날 은행, 증권, 보험회사가 지향하는 지고지순한 불변의 목적은 오로지 많은 돈을 유치하는 것이다. 무조건이다. 예전엔 어떻게 운용해야 하는지 교육받은 몇몇 전문가만 알았지만 지금은 구글에도 자세히 나오는 것이 자산운용방법이고 시장에 전문가가 널렸다.(얼마 전에는 왠 대학생 둘이 찾아와 본부장에게 자금운용 오퍼를 던지더라) 간단히 말하면 돈의 규모가 커지면 그 돈을 가지고 할 수 있는 것은 자연히 생기게 마련이다. 전문가란 사람들이 알아서 찾아오기 때문이다. 마치 지금의 피라미드를 보기 위해 이집트로 간 고대 그리스인들부터 오늘날의 수많은 관광객처럼 말이다. 당시 기술에서 피라미드를 만들기 어려웠을 것이라는 것은 그다지 신빙성 있는 이야기가 아니다. 피라미드는 정교한 계산이 만들어낸 집중력의 결과이지 첨단 기술의 복합체가 아니다. 지금을 사는 현대인에게는 오늘도 내일도 똑같은 일과를 한다는 것이 혐오스러운 고역일지도 모르지만 고대인에게 그것은 매우 겸허한 의식처럼 고되지만 하기 싫은 일은 아니었다. 지속적으로 한 가지 일만 하게 되면 머리 속에 남는 것은 정교한 계산이다. 고대 그리스인들의 논리적 사고력이 지금을 사는 현대인보다 100배는 높을 것이라는 것에 본부장은 추호의 의심이 안 생긴다. 우리가 쓰는 피타고라스 정리는 천재성의 산물이 아니라 오랜 집중력의 결과일 테니 말이다.

피라미드만큼 자본의 습성을 잘 설명해주는 모형도 없다. ‘돈은 불안정을 증오한다’ 사진출처: Google



피라미드의 기반을 구성하는 각 벽돌의 계산된 모양과 배치는 오늘날 금융사가 모집하는 금융상품과 매우 흡사하다. 모든 금융상품은 대부분 구좌라는 단위가 있다. 상품들이 가지런하고 반듯한 단위로 배치되어야 쌓아 올리기 쉽고 또 많이 쌓아 올릴 수 있기 때문이다. 수학적으로 매우 정교해야 더 커질 수 있는 것이고 커져야 더 많은 돌(돈)이 모여든다. 처음이 어렵지 이미 커진 다음에는 알아서 굴러가는 것이 금융회사의 경영이다. 그래서 대형 금융사 일수록 이익을 얼마나 내느냐의 문제지 이익을 못 내는 일은 절대 있을 수 없다.(물론 글로벌 기준으로 봤을 때 대한민국 금융회사는 어처구니 없는 이익률을 보이고 있지만) 왜냐하면 피라미드는 하나만 쌓는 것이 아니기 때문이다. 일단 매우 크고 웅장한 피라미드가 만들어지면 그 소문을 듣고 돌들이 계속 그 주변으로 운반된다. 처음에는 아니지만 시간이 갈수록 대부분 자발적으로 돌들이 모인다. 피라미드에 들어가는 모든 돌들에는 돌에 관련된 모든 사람들의 이름이 적혀진다. 계좌 주인과 접수자의 이름들이다. 실제 피라미드가 완성되면 피라미드에 관련된 모든 사람들에게는 유무형의 혜택들이 약속되었을 것이다. 그것이 지켜졌는지는 모르겠지만 말이다. 먼저 들어온 돌은 나중에 들어오는 돌을 전제로 존재의 의미가 결정된다. 계속적인 돌이 들어온다는 가정하에 일정 규모이상의 완성품을 만들기 위해 수많은 설계자들의 치밀한 계산과 실무자들의 지속적 실행이 이루어진다. 피라미드라는 것은 크기의 차이만 있을 뿐 모든 금융사의 기본 형태이다. 모든 숫자는 0을 사이에 두고 대칭을 이루고 있다. 즉 끝없이 움직이며 체감하거나 체증하려 하는 것이 숫자의 본성이며 이러한 숫자들을 우리가 사는 3차원 세계에서 가장 안정된 모양인 삼각형으로 시각화 시켜 놓은 것이 피라미드이다. '0'의 오른쪽으로 오로지 체증만 하는 구조. 기획자 즉 금융회사의 입장에서는 무조건 이익이 담보되는 모형이다. 설계도만 만들어 놓고 돌에 이름만 적어 주면 되니 말이다.

금융권도 예전에 안정된 피라미드 구조였는데 요즘은 좀 불안하다. ‘내일의 돈으로 오늘의 피라미드를 쌓고 있다’ 사진출처: Google



흩어지지 않고 가장 많이 쌓아 올릴 수 있는 모형은 우리가 중력의 영향을 받고 사는 3차원 세상에서는 피라미드밖에 없다. 숫자는 체증 또는 체감하지만 자본은 오로지 체증한다. 이유는 피라미드 구조이기 때문이다. 규모가 커질수록 가능성도 커지고 또한 안정성도 커지는 자본의 속성과 너무도 닮아 있다. 인간이 돈에 대해 안락함을 느끼는 것은 이 때문이다. 인간의 본성은 불안정이나 부조화를 지향하지만 돈은 언제나 안정과 조화를 지향하기 때문이다. 자본은 만들어지면 끝없이 안정을 찾아 떠난다. 자본에게서 안정이란 커지는 것이다. 여러분들이 금융사에 돈을 넣어두고 돈이 늘어나지 않는 것을 부자연스러워하는 것은 그래서 상식적이다. 늘어난 돈을 쓰고 싶어서가 아니라 보고 싶어 하는 인간이란 존재(물론 21세기는 반대로, 보고 싶어하지 않고 쓰고 싶어하지만)로서 돈은 늘어나야 하는 것이다. 모두가 바라는 일은 언제나 생기게 마련이다. 그래서 누군가의 이름이 적혀있는 금융사의 돈은 밀려들어오는 돌들처럼 늘어만 갔고 이젠 완성된 위용으로 더 많은 돌을 거두어들이고 있다. 더구나 미래의 돌들까지 예약해 놓은 상태이니 말이다. 지금 돌이 없는 자들에게 피라미드 밑단에 이름을 미리 써주는 대신 나중에 돌을 2개 가져오게 약속한 상태. 앞으로 가져올 돌들을 담보로 수 천 개의 피라미드 건설이 예정되어 있는 상태이고 설계자들은 신이 나서 있지도 않은 돌을 가지고 만들 새롭고 거대한 피라미드에 자신의 이름을 써넣을 생각에 잠을 설쳐가며 설계를 한다. 이게 바로 모든 금융사의 기본 공식이라고 보면 된다. 이해해라. 학자는 어렵게 설명해야 밥을 먹고 살겠지만 현장 총책임자의 눈에는 그저 너무나도 간단해 보이니 말이다. 명심하자. 돈은 내가 불리지 않으면 나를 떠나 자신을 불려줄 자를 찾아 나서는 극도의 보수주의자다. 물론 리스크 없이 말이다. 넌센스지만 이게 현실이다. 그래서 리스크는 리버럴한(?) 고객이 지고 보수적인 우리의 금융회사는 완벽한 수익을 얻는다. 너무 열 받지 마라. 다 수업시간에 배우지 않았는가? 리스크를 버리라고 말이다. 많은 돈을 쥐고 교과서적으로만 살면 천문학적 이익은 못 내는 게 병신인 곳이 금융권이다. 그래서 대한민국 금융권이 한심한 거다. 이건 나중에 이야기 하기로 하겠다. 점점 더 흥미로운 금융 현장의 세계로 함께 들어 갈 테니 말이다.

[정민우 청년의힘 이사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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