간통죄 폐지 그 후 약 3년

최초입력 2017.12.27 10:58:04
최종수정 2017.12.27 20:35:44

사진:픽사베이



2015년 2월 간통죄가 역사 속으로 사라지는 중대한 일이 있었다. 이혼전문변호사인 내게 이 문제는 너무나 중요한 일이었기에 뉴스를 확인하며 떨렸던 그날의 기억이 여전히 생생하다. 나는 개인적으로 간통죄폐지를 지지하는 입장에 있었다. 혼인 내에서 약자의 권리를 보호해야 할 이혼전문변호사가 할 말이냐고 하실 분들이 있을 것으로 예상하지만 나는 그랬다.

성관계가 이루었는지, 그 횟수가 몇 번이었는지가 쟁점인 간통죄가 존재할 때에는 그 입증을 위해 모텔을 찾아가 현장을 소위 ‘덮치는’것은 다반사였다.
그런데 이 과정에서 그에 수반한 다른 범죄(폭행 등)등이 일어나기도 하고 증거를 잡은 배우자가 크게 상처받고 트라우마에서 벗어나지 못하는 모습을 많이 봤었다. 피해자들이 오히려 더 상처를 받는 이 증거수집방법은 그렇다 치더라도, 부부간의 정조의무를 형사적으로 처벌한다는 것이 과연 합리적인지에 대한 의구심이 들었던 이유에서였다.

다만, 형사적으로 처벌하지는 않더라도 당연히 법을 위반한 행위에 대하여 민사적으로 손해배상은 되어야 할 것이고 그 액수가 기존의 금액보다는 좀 더 합리적이어야 한다는 의견을 갖고 있었다. 그러던 중 2015년 겨울 간통죄가 폐지되었고, 이제는 법원 위자료 액수가 좀 더 개개인의 상황을 반영하여 납득할 수 있게 산정되리라는 기대를 품게 되었다. 배우자의 외도에 대한 평균적인 위자료는 1천 만 원에서 1천 5백 만 원 정도인데 이 금액이 물론 어떤 경우에는 외도 당사자의 삶을 궁핍하게 할 만큼 마련하기 어려운 돈일 때도 있지만 또 다른 경우에는 이 금액으로 혼인관계에서의 정신적 손해를 보상한다는 것은 터무니없을 때도 있다.

간통죄 폐지 후 약 3년이 지났다. 2015년 2월 이후 배우자의 외도로 인한 위자료 청구 건수가 매우 늘었다. 통계적으로 확실한 근거는 댈 수 없지만 내가 직접 수행한 건수만 보더라도 2015년 전에 비해 거의 두 배 가량 증가했다. 그런데 위자료 액수는 3년 전과 크게 다르지 않다. 조정에서 재판부와 조정위원들의 권유로 개개인의 사정에 따라 판결에서의 평균금액보다 크거나 적게 받는 경우가 있기는 하지만 판결로 갈 경우 대부분의 경우가 위 금액선이고 내연관계에 있던 자가 다수이고 경제적으로 매우 윤택한 경우에도 상한이 거의 3천 만 원에 머물러있다. 또한 혼인관계의 내부를 들여다보면 외도를 한 자가 오히려 혼인관계에서 학대를 받아왔던 경우, 이미 사실상 혼인이 파탄된 이후의 외도의 경우에도 판결이 크게 다르지 않은 경우도 많다.

위와 같은 경우가 있는가 하면 간혹 상담을 하다 ‘법에서도 허용해줬는데 배우자가 되려 화를 내네요’라는 외도를 당연시 말을 하는 사람을 만날 때도 있다. 이럴 땐 내가 간통죄폐지론자였다는 것이 죄스럽기까지 하다. 간통죄의 폐지를 외도의 법적허용으로 인식하는 것이다.

외도 위자료에 관한 재판은 그 속을 좀 더 꼼꼼히 살펴 개인의 수입과 재산, 외도에 이르게 된 경위, 현재의 상황 및 태도 등이 자세히 반영 되어야 하지 않나 싶다. 일례로 내가 다루었던 사건 중 약 10억상당의 건물을 소유한 남자가 2명의 여성과 외도를 한 사건에서의 위자료액수가 3천 만 원이었다. 이는 그의 경제적 능력에 비한다면 너무나도 비합리적인 액수이다. 이럴 때 재판이 끝나고 단 하루 만에 판결금이 입금되는 것을 보면 허무하기 짝이 없다. 반면 기초생활수급자, 개인회생 중인 경제적으로 매우 궁핍한 외도배우자도 위와 같은 금액의 판결을 받는 경우가 있다. 이것이 민사적으로 공평한 배상액일지 고민을 안 할 수 없다.

배우자의 외도로 인한 손해배상 이제는 좀 더 구체적 타당성을 높이는 방향으로 변화해야 할 것이라는 생각이 든다. 크리스마스, 12월 31일 등 사랑하는 사람들끼리 서로 기념하고 축복할 날들이 다가오는 12월에는 아이러니하게도 사건들이 넘쳐난다. 내년 2018년은 위자료의 법적기준이 좀 더 현실적인 방향으로 나아가길 기대해본다.

[최유나 변호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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