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직자는 두리안의 과육이 되어야 한다

최초입력 2018.01.05 10:36:11
최종수정 2018.01.05 17:15:38

사진:픽사베이



언젠가 태국의 파타야 해변을 여행 할 때 가이드가 열대과일인 두리안을 사왔다. 값이 비싸고 귀한 과일이라고 하니까 다들 모여 들었다. 두리안을 먹어보려고 쪼개니까 구린내가 났다. 모두들 구린내가 난다며 먹어보지도 않고 물러났다. 구린내가 나지만 맛있는 과일이라고 하니까 냄새는 좋지 않지만 한입 입에 물었다.
생각과는 달리 고소하고 맛있었다. 두리안은 과일 중에 과일이라고 하며 가격도 상당히 비싸다고 한다. 사람들은 먹어보지도 않고 냄새가 난다며 먹지 않는다.

우리가 세상을 살아가는 모습, 공직자가 세상을 살아가는 모습을 아무도 모르게 할 수 없다. 주민들은 공직자의 냄새를 맡는다. 향기가 나는지 악취가 나는지 냄새를 맡는다. 때로는 명절에 선물을 건네며 냄새를 맡기도 하고, 때로는 식사를 하자며 냄새를 맡기도 하고, 때로는 돈 봉투를 건네며 냄새를 맡기도 한다.

명절에 사무실로 과일과 음료수를 보내왔다며 직원이 내게 하나 주기에 누가 가져온 것이냐고 물었더니 환경미화원 반장님들이 가져온 것이라고 했다. 이런 거 가져오지 않도록 했는데 왜 자꾸 가져오느냐고 했더니 “가져오지 말라고 해도 자꾸 가져오네요.”했다. 그래서 “전 받지 않겠습니다. 한 번 받으면 자꾸 가져오게 됩니다. 그 분들에게 부담을 주지 맙시다.”했더니 그 직원이 “저도 받지 않겠습니다.”하고는 나눠주던 음료수를 그냥 놔두니까 이미 받았던 직원들도 그 박스에 도로 가져다 놨다.

값이 비싼 것은 아니더라도 관행을 만들지 않는 것이 필요하다는 생각이 들었다. 차량등록사업소에 근무할 때 시설관리공단에서 집으로 선물을 보내왔을 때도 반송을 시켰다. 차량등록사업소에서는 번호판제작소를 시설관리공단에 위탁하고 있었는데 시설관리공단에 업무를 위탁한 부서의 부서장에게 선물을 보낸 모양이다. 그 후로 문화체육과장으로 있을 때는 체육시설을 시설관리공단에 위탁관리하고 있었고, 청소행정과장으로 있을 때에는 시설관리공단 전체업무의 70%이상이 청소행정과 업무와 관련이 있음에도 선물이 배달되어 오지 않았다.

시설관리공단 이사장이나 관리자가 시청에서 함께 근무했던 선배공무원이니까 한편으로는 그냥 받아도 된다고 생각할지 모르지만 부패는 아주 작은 것에서부터 시작된다. 감사부서에 근무 할 때 모 업체의 대표가 내게 봉투를 내밀었다. 난 대표가 보는 앞에서 봉투를 열고 돈을 세어 봤다. 30만원이 들어있었다. 25년 전에 30만원은 내 월급의 반은 되는 금액이었다. 한 달에 몇 군데만 들려도 괜찮은 수입이 들어올 수도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시장님이 공무원들이 기업체로부터 공무원이 돈을 받는다는데 사실을 확인하여 보고하라고 하여 나온 것이라며 돈을 사장님께 되돌려 준 적이 있다.

두리안을 먹어본 사람이 두리안을 다시 찾는다. 과육이 고소하고 맛이 있어서 두리안을 먹어본 사람은 다시 찾는 것이다. 두리안의 냄새는 악취가 아니라 진짜 맛을 알아주는 사람들에게만 맛을 보여주기 위한 향기인 것이다. 공직자는 두리안의 과육이 되어야 한다.

[김운영 시흥시청 공무원]
[ⓒ 매일경제 & mk.co.kr,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