엄마의 도전, 쌍화차 한 잔 드세요

최초입력 2018.01.09 12:03:39
최종수정 2018.01.10 10:26:24

사진:픽사베이



올 겨울도 병원마다 감기 환자들로 북적댄다. 겨울이면 그냥 넘어가지 않고 감기 손님을 꼭 한 번은 맞이하는 나는 요즘 따라 뜨끈한 쌍화차 한잔이 그리워진다. 진하게 달여진 쌍화차 한잔을 마시고 자리에 누워 땀을 쑥 빼고 나면 몸이 한결 개운하다. 약이라며 입에 쓴 것은 잘 먹지도 않던 내가 언제부터인가 몸에 좋다는 약차를 챙겨 마시게 된 건 내가 쌍화차를 달이면서 부터였다. 붕어빵을 구워 팔아보고, 녹즙을 팔아 보다가 뭔가 다른 것을 해 보고 싶었다.


남들이 하는 똑같은 것 말고 나만의 비법으로 할 수 있는 것을 만들어 보고 싶다는 생각에 쌍화차 재료를 사오고 연구하면서 달이기 시작했다. 녹즙은 즉석에서 바로 갈아서 마셔야 좋지만 우리 전통차는 오랜 시간 달여야 하는 차들이었다. 쌍화차는 감기예방에 특히 좋으며 피로회복에도 좋은 효능이 있는 차라는 것을 알고 정성껏 잘 만들어 보고 싶었다. 책을 사서 공부를 하고 약재들을 사와서 집에서 달여보기 시작했다. 처음엔 약이라는 생각에 내 입맛에도 잘 맞지 않았지만 정말 몸에 좋은 약차를 만들어 보겠다는 생각이 내 입맛도 변하게 했다.

점차 쌍화차 달여지는 냄새가 구수하게 내 몸에 베여지면서 건강한 약차 냄새가 나를 더 건강하게 만드는 것 같았다. 몇 개월 동안 쌍화차를 달여 보던 것을 누군가에게 맛을 보여야 했다. 내가 만든 쌍화차를 먹어 봐 줄 사람이 필요했다. 내 놓고 팔아도 될는지 검증을 받아야 했다. 출근하는 동생 편으로 매일 아침 보온병에 쌍화차를 보냈다. 사무실 부장님, 과장님, 다른 직원들에게 매일 쌍화차를 달여 보내면서 맛을 평가해서 듣고 오라고 부탁을 했다.

어느 날은 맛있다고 하고, 어느 날은 너무 씁다, 또 어느 날은 싱겁다... 매일 맛이 달랐다. 계량컵을 사용했고 물 조절도 맞춰 하고 달이는 시간도 맞췄지만 어느 날은 멋진 쌍화차가 되기도 했지만 어느 날은 아무리 달여도 맹물 같았다. 쌍화차를 달이는 시간은 오랜 시간이 걸렸다. 제대로 맛을 내는 쌍화차가 되기까지는 시간도 정성도 관심도 다 필요했다. 인스턴트 봉지 속 쌍화차와는 달랐다. 그렇게 한 참을 여러 사람에게 맛을 보이고 평을 받으면서 어느 때부터 제대로 깊은 맛이 나는 쌍화차라는 인정을 받게 되었다. 매일 아침 내가 보냈던 쌍화차를 공짜로 드셨던 분들이 한 달씩 돈을 주고 주문을 하기도 했다. 나의 레시피로 만든 쌍화차를 인정받아서 돈을 받고 주문을 받게 되다니 가슴 떨리는 순간이었다. 그러나 없는 것에서 있는 것으로 만들어 내는 작업은 항상 긴장되고 정성을 다해야 했다. 레시피가 있다고 해서 늘 똑같은 차가 만들어 지는 것은 아니었다.

어느 날은 손님이 우리 집 쌍화차가 너무 진하고 맛있다며 칭찬을 해주고 가셨다. 쌍화차를 너무 좋아해서 쌍화차 파는 곳은 일부러라도 가서 먹어본다는 분이었는데 그런 분께 칭찬을 듣게 되니 기분이 좋았다. 전통찻집에나 가야 쌍화차를 맛 볼 수 있었는데 나는 쌍화차만 달여서 파는 작은 찻집을 시작했던 것이다. 아침부터 약차 달이는 냄새가 온 길가에 퍼졌다.

우리 가게는 구청 옆에 있었고, 여러 건축사 사무실들이 근처에 많았다. 전 날 숙취로 힘들어 하는 구청 직원 분들이 점심시간을 이용해 자주 다녀가셨고, 손님 접대를 해야 하는 사무실은 우리집 쌍화차를 주문해 주었다. 다기 주전자와 다기 찻잔을 준비해서 배달까지 해 드렸으니 일반 다방에서 시키는 쌍화차보다 훨씬 고급스럽고 좋아보였던 것이다.

그럼에도 지금 생각해보면 마케팅이 많이 부족했다. 그때는 마케팅이란 걸 구체적으로 생각해 보지도 못하고 그저 손님이 오기를 기다렸고 제대로 만들어 팔면 알아서 찾아 올 것이라는 안일한 생각에 오직 차를 달이는 것에만 신경을 썼다. 작은 무언가를 하나 팔더라도 마케팅이 중요하다는 것을 이젠 누구나가 안다. 만드는 것도 특별해야 하지만 내 것을 알리고 전하는 방법 또한 적극적이며 특별하고 달라야 하는 것이다. 결국은 어떻게 파느냐가 중요한 것이다. 내가 다시 쌍화차를 달여 판다면 좀 더 제대로 된 쌍화차 전문점을 만들어 적극적인 홍보와 마케팅을 하게 될 것이다.

요즘은 많은 사람들의 손에 커피 한 잔 씩이 들려져 있지만 찬바람에 감기 때문에 고생하는 이들이 많다. 겨울만이라도 우리 차, 우리의 향을 한 번 찾아보는 것도 좋지 않을까 싶다.

정읍이 쌍화차 거리로 유명하다고 한다. 각종 견과류와 밤, 은행, 잣 등이 듬뿍 들어 간 쌍화탕을 일부러 찾아가서 즐기는 이들도 많았다. 나도 기회가 되면 그 곳에 가서 쌍화탕을 한 번 먹어보고 싶다. 그리고 이 겨울이 가기 전에 쌍화차를 다시 달여 보고 싶다. 생각나는 분들께 정성껏 달인 쌍화차 한 잔 씩 대접해서 남은 겨울은 덜 추웠으면 좋겠다.

[이지연 주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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