약점을 잡히지 마라

최초입력 2018.04.05 11:18:37
최종수정 2018.04.05 20:04:04
약점을 잡히면 끌려 다녀야 한다. 공직생활을 하다보면 금품을 제공하려는 사람을 많이 만난다. 선물을 보내는 사람도 있고, 식사를 하자고 하는 사람도 있다. 금품이나 선물을 제공하려는 이유나 식사를 하자고 하는 이유는 자신이 원하는 것을 얻기 위해서 하는 것이다. 인허가 부서나 단속부서에 근무 할때 더 많은 사람들이 찾아온다. 허가를 내달라고, 단속에 걸린 것을 봐달라고 찾아온다.

사진출처: 픽사베이



청소행정과에 근무 할 때는 식사를 하자는 사람들이 많이 찾아왔다. 내가 금품을 받지 않는다는 것이 소문이 나서 금품을 가져오는 사람은 없다. 하지만 식사를 하자고 찾아오는 사람은 많았다. 누군가 찾아와서 식사를 하자고 하면 약속이 있다며 밖으로 나간다. 어떤 때는 전화가 온 것처럼 하고 밖으로 나간다.

건설과에 근무할 때 옆자리에 앉은 계장은 손님이 오면 꼭 내게 소개를 한다. 서로 명함을 주고받았다. 서로 아는 사이도 아니고 업무와 연관되어 있는 것도 없다. 어떤 사람이 명함을 교환한 것 밖에 없는데 나를 잘 안다며 나를 이용해서 이상한 짓을 하고 있었던 것이다. 그 후로는 관계없는 사람에게는 명함을 주지 않는다.

어떤 사람은 명함을 주며 내게 명함을 달라고 하는 경우가 있다. 이럴 때를 위해서 명함을 2가지로 제작한다. 한 가지는 휴대폰 번호가 있는 명함이고, 또 한 가지는 사무실 전화번호만 적혀 있는 명함이다. 업무적으로 서로 통화도 해야 하고 지속적으로 연락을 해야 할 사람에게는 휴대폰 전화가 기재되어 있는 명함을 주고, 앞으로 만나서는 안 되는 사람에게는 휴대폰 전화번호가 기재되지 않은 명함을 준다.

감사부서에 근무 할 때 모 부서에 근무하는 직원이 100만원을 주며 앞으로 필요할 때는 얼마든지 주겠다고 했을 때 지금은 필요 없으니까 나중에 필요하면 요구하겠다며 돈을 돌려줬다. 그 후로 필요하다고 한 번도 돈을 요구하지도 않았다. 그 후 투서가 들어와 그 직원을 파면조치 해야 하는 경우가 있었다. 만일 그 때 가져온 돈 100만원을 받았다면 그 일을 제대로 처리할 수 있었을까? 아마 망설이다가 제대로 처리하지 못했을 수도 있다.

주는 돈을 받거나 한 끼의 식사 접대를 받으면 약점을 잡히는 것이다. 주는 사람은 준 돈의 수십 배 수백 배의 이득을 얻으려고 할 것이다. 그가 요구하는 것을 거절하면 약점을 이용해서 협박을 가해 올 수도 있다.

가끔 선거에서 시장을 도와줬다고 자랑하는 사람을 만난다. 선거직 공무원은 표를 더 얻기 위해서 자신에게 도움이 된다면 가능하면 포용하려고 한다. 그러다 보면 나중에 그것이 빚이 되는 경우가 있다. 그것이 약점이 되는 경우가 있다. 당선되면 무슨 자리를 주기로 했는데 약속을 지키지 않는다고 떠들어대는 사람이 있다.

난 아버지에게 세상을 살며 남에게 빚을 지지 말고 살라는 말을 수없이 많이 들어왔다. 그래서 빚을 지면 반듯이 갚으려고 했고, 갚지 못할 빚은 지지 않으려고 했다. 한 여직원이 이따금 뭔가를 챙겨주려고 했다. 그러지 마라고 해도 자꾸 그런다. 그래서 노골적으로 부담스럽다며 되돌려 준적이 있다.

약점을 잡히면 끌려 다녀야 하지만 약점을 잡히지 않으면 떳떳하다. 약점을 잡히면 할 말을 다하지 못하지만 약점을 잡히지 않으면 할 말을 다 할 수 있다. 잘못한 것이 있는 사람은 경찰을 보면 피하고 싶지만 잘못한 것이 없으면 경찰을 피할 이유가 없다. 감사 때 잘못한 것이 있으면 불안하지만 잘못한 것이 없을 때는 자신감이 있다.

조그마한 유혹을 이기지 못해 약점을 잡히는 경우가 있다. 약점을 잡은 사람은 약점을 이용하여 자신이 원하는 것을 얻으려고 한다. 미끼를 던질 때 미끼를 물면 낙이게 마련이다. 유혹을 이기려면 유혹하는 사람을 가까이 하지 말아야 한다. 미끼에 걸려들지 않으려면 미끼를 물지 말아야 한다.

거절하는 방법을 배워야 한다. 어떤 때는 냉정하다는 소리를 듣는다고 하더라도 거절해야 한다. 식사를 하자고 하는 사람이 있으면 그가 가자고 하는 곳으로 가지 말고 내가 아는 곳으로 가서 먼저 식사비를 계산해라. 너무 비싼 곳으로 가면 내게 부담이 되니까 싸면서도 맛있는 곳을 파악해 놨다가 그리로 데리고 가라.

[김운영 시흥시청 공무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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