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울증도 내 삶이다

최초입력 2018.01.11 10:49:39
최종수정 2018.01.11 20:52:11

사진:픽사베이



잘난 것이 아니라 잘난 척하는 내 인생을 돌아보게 되었다. 노력하면 안 되는 것이 없다는 당당하게 살아가던 나에게 내 능력으로 어떻게 할 수 없는 일이 생겼다. 노력한다고 이루어지는 일도 아니고, 아무리 생각해도 누구한테 조언을 구하기도 어려운 일이었다.

남들 눈에는 우울과는 거리가 먼 사람이었다. 학교 다닐 때도 아프다고 하면 꾀병이라고 할 만큼, 언제 어디서나 활발 자체였다.
‘행복해서 웃는 것이 아니라 웃으면 행복이 온다.’라는 말이 있듯이 명랑, 활발한 나는 우울할 날이 거의 없었던 것 같다.

그런데 혼자 감당하기 어려운 일이 오는 순간, 내 모든 것이 무너지는 것 같고 순간순간 가슴이 답답함이 몰려옴을 느낄 수 있었다. ‘노력하면 안 되는 것이 없다면서? 어떻게 노력하면 되는데......’ 마음으로 누구에게나 물어도 답이 없었다. 결국은 혼자 해결 할 수 밖에 없었다. 해결 방법은 여유 있는 시간을 없애는 것이 좋겠다는 생각을 했다.

근무하는 곳이 고객이 많지 않은 곳이지만, 고객이 있던 없던 다른 일은 할 수 없었다.

안 좋은 생각을 떨칠 수 있는 일이 뭐가 있을까? 고민하던 끝에 직원들 점심을 생각했다. 점심시간마다 뭘 먹을까 고민하는 직원들도 도와주고, 내가 잡념을 버릴 수 없는 방법이었다. 하지만 평소 직장생활을 핑계로 요리를 많이 해보지 못한 탓에 어떻게 할지 걱정이 되었지만 좋은 시대라는 것을 다시 느끼게 되었다.

인터넷으로 안 되는 것이 없었다. 핸드폰에 레시피만 보면 반찬 만드는 것은 일도 아니었다. 단지 환경이 일하기가 불편했다. 가스버너 하나에 치마입고 쪼그리고 앉아서 해야 했다, 그리고 여름이 문제였다. 에어컨이 없어서 더웠다. 덥고 힘든 것 보다 나쁜 잡념을 없앤다는 것이 나에게는 더 중요했다. 나의 선택이 옳았다는 것을 점심을 하면서 점점 느끼게 되었다.

잘 하지는 못하는 요리솜씨지만 직원들은 맛있게 먹어줬고, 밥 해주는 것만으로 직원들에게 일 잘하는 리더로 인식이 되어가고 있었다. 평소 같으면 2~3일 하고 나면 짜증을 냈을 것이고 포기했을 텐데 이상하게 2년 가까이 좋지 않은 환경에서도 기분이 나쁘지 않고 오히려 좋았다. 그런 나를 만나면서 이런 생각이 들었다. ‘아마 이것이 나의 본 모습이 아니가?’ 누군가를 위해 배려한다는 것이 기쁨이고 행복이라는 것을 느꼈다. 그리고 기독교도 아니고 하나님을 믿지도 않는 나였는데도 ‘하나님이 내 안에 함께 있나?’ 하는 생각도 들었다. 이런 내 생각에 더 힘이 생겼다.

남편 혼자 9년 이상 다니던 교회를 따라 나섰다. 종교를 가지게 된 것이다. 나이가 들면 종교가 필요하다는 것을 한 번쯤은 느끼는 줄 안다. 모든 것이 감사하고 행복했다.

누구나 늘 행복할 수도 없고, 불행한 일만 있는 것도 아니다. 2년 넘게 우울증세가 왔고, 우울 증세를 극복하려고 했다. 결국은 내가 극복할 수밖에 없다.

우울함을 그대로 받아들이고 해결하려고 했던 것이, 종교를 가지게 되고 종교를 가지게 됨으로써 남편을 기쁘게 만드는 계기가 되었다. 오랫동안 우울했던 마음이 조금씩 편안해지고 해결 할 수 없다고 생각했던 일들이 하나씩 풀리기 시작했다. 내 인생에는 한 가지 길만 있는 것이 아니라는 것도 알 수 있었다. 자신의 감정에 솔직할 필요가 있다.

이미 만들어진 내 한계를 벗어나지 못하면 끝까지 우울함이 스스로를 불행하게 만들 것이다. 나를 있는 그대로 받아들이는 용기가 나를 변화하게 하고 성장하게 한다. 그리고 그 성장이 병들어 있는 마음을 회복해서 정신은 물론 신체를 건강하게 만들어 준다. 우울증도 내 삶이고 기회일 수 있다.

[강지원 부산진우체국 우편영업실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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