크라우드펀딩은 팬펀딩이다

최초입력 2018.01.03 11:02:30
최종수정 2018.01.03 21:20:37
크라우드펀딩의 시조는 1997년 영국의 매릴리언이라는 밴드가 공연을 위해 인터넷을 통해 팬들로부터 6만 달러의 자금을 모집한 것이라는 설이 있다. 이렇게 보면 올해 40세인 크라우드펀딩은 인터넷의 확산과 뉴미디어의 발전 그리고 금융규제의 완화에 의해 성숙되어 왔다고 할 수 있다. 최근 지안루카 비알리 전 첼시감독은 ‘10년 내에 축구계에 크라우드 펀딩이 일반적인 일이 될 것이다.’ 라고 말했다. 그의 말은 축구팬들이 그들이 사랑하는 클럽에 직접 투자를 함으로서 클럽들이 자금을 확보하며 투자자와 투자를 받은 주체가 이윤을 공유하는 '크라우드펀딩' 시스템을 축구계에 도입할 수 있다는 뜻이다. 실제 그는 'Tifosy'(티포시)라는 ‘내가 속한 스포츠클럽에 투자한다’는 슬로건을 내건 크라우드펀딩 회사의 창업자 중 한 명이다. 지금까지 티포시를 통해 76개국 14,416명의 팬들이 약 353만 유로를 22개의 캠페인에 투자하였다. 비알리는 ‘이 방식은 클럽이 재정적으로도 더 건강해질 수 있을 뿐 아니라, 클럽과 팬들 사이의 관계 역시 더 깊어질 수 있다’고 말했으며, 재정적으로 부유한 프리미엄리그조차도 새로운 프로젝트를 진행할 때 팬들과 함께 하기 위한 목적으로 사용할 수 있다고 말한다(축구매거진 GOAL '17.10.14.기사 참조).

<출처: 티포시(https://www.tifosy.com)>



크라우드펀딩은 펀딩 페이지에서 모든 매력을 발산하여 정해진 시간동안 펀딩을 하는 형태를 띄고 있지만, 실제 크라우드펀딩을 성공으로 이끄는 주춧돌은 팬이다. 나의 프로젝트에 관심과 애정을 갖고 있는 사람들로서 나의 제품이나 프로젝트를 buying해줄 사람들을 일정 수 이상 확보해 놓지 않고서는 크라우드펀딩에서 성공하기란 힘들다. 거꾸로 말하면, 팬이 형성된 개인, 단체, 기관은 누구나 크라우드펀딩을 활용하기 위한 필요조건을 갖추고 있는 것이다.진달용 캐나다 사이먼 프레이저 대학교 교수는 2015년 이투데이와의 인터뷰에서 '팬 경제는 과거 연예인이나 운동선수 등 유명인의 팬들이 스타와 관련된 것에 주머니를 여는 시장을 의미했으나, 최근 들어 소셜 미디어와 스마트폰 등 플랫폼 기업들이 자신들의 브랜드를 입소문을 통해 전파하기 위해 전략적으로 팬 커뮤니티를 조성, 발전시키고 투자하는 새로운 비지니스 모델로 확대되고 있다'고 말했다. 인터넷과 관련 기술의 진화로 가능해진 인터렉티브 소통과 1인 방송 등 뉴 미디어의 확산은 소비자의 영향력을 월등히 향상시켰으며, 소비자중 일부는 팬으로서 소비시장에 엄청난 영향력을 행사하고 있다. 이로서 생산자와 소비자, 판매자와 소비자 간의 관계와 영향력의 메커니즘은 원천적으로 변모되고 있다.

<출처: onair.mnet.com>



시아준수가 출연하는 뮤지컬 공연은 매회 전석 매진된다는 사실은 뮤지컬 업계뿐만 아니라 일반인들에게도 널리 알려졌다. 팬이 직접 스타를 뽑는 프로듀스 101도 팬경제를 의식한 기획으로 성공을 거두었다. 두터운 팬 층을 보유한 작품이나 스타가 출연한 영화는 크라우드펀딩으로 영화제작비 마련한다. ‘너목보’에 출연하여 보다 많은 팬 층을 보유하는 데 성공한 헤이즈문은 크라우드펀딩을 통해 소규모 콘서트를 성공적으로 치뤘다. 이처럼 문화예술계에서 팬경제는 활발히 작동하고 있다. 첼시의 전 감독 비알리의 말처럼 스포츠계에서도 팬경제가 작동할 날이 몇년 남지 않았다. 전통적인 팬경제의 영역이 아니라고 여겨졌던 IT, 금융, 식음료 등의 분야에서도 B2C기업을 중심으로 팬경제를 의식하는 전략적인 행위가 수면위에서 이뤄지고 있다. 카카오톡이나 라인메신저는 귀여운 캐릭터를 통해 팬과 사용자를 늘리고 있으며, 객단가가 높은 것으로 유명한 애플뿐만 아니라, 하루 1잔 이상 마시는 스타벅스 커피까지도 커피를 파는 일만큼 팬심을 사는 일에 지대한 노력을 기울이고 있다. 코레일, 경찰청과 같은 공공분야, 중공업과 같은 B2B분야에서도 캐릭터를 통한 친근한 이미지 구축과 블로그 혹은 SNS를 통한 소통 증진에 힘쓰는 행위를 통해 우리가 사는 세상이 점점 연결되어 가고 투명해 지고 있음을 알 수 있다. 크라우드펀딩은 이처럼 연결되고 투명해진 세상에서 물 만난 모델이다. 개인, 단체, 기업의 규모와 상관없이 '새로운 프로젝트'의 경우 크라우드펀딩을 통해 그 가능성을 테스트해보고 살릴 수 있을 것이며, 1차적인 펀딩의 필요성뿐만 아니라 팬경제를 고려하여 전략적으로 크라우드펀딩을 활용하는 사례가 앞으로 늘어날 것이기 때문이다. 이러한 세상에서는 크라우드펀딩을 통해 다양한 사회적 문화적 행위가 빛을 볼 수 있을 것이다. 머지않아 우리는 ‘사랑하니깐 투자한다’고 말할 것이다.

[박시진 비즈니스아티스트]
[ⓒ 매일경제 & mk.co.kr,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