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부장이 남자를 말하다(17) 살아 있는 남자, 조진웅

최초입력 2019.09.05 15:03:50
최종수정 2019.09.06 14:10:21

사진출처 : pagebd.com



2011년쯤 일 것이다. 잘 알고 지내는 고교 선배님 한 분에게 재미있는 이야기를 듣게 되었다. 그 분은 고교 시절부터 괴짜로 소문난 분이다. 내가 알기로는 경제 관료 집안으로 가족들이 모두 머리가 매우 좋은 집안 같았다. 일단 한번 본 건 절대 잊지 않는 비상한 머리를 가지셨고 남들 밤새워 공부해도 서울시내 대학 가기도 힘들어 할 때 본인의 소신대로 딱 밤 10시까지만 공부하고도 서울대 경제학과 합격. 후배지만 한마디로 신기하면서도 부럽기도 한 분이다.
이런 분이 그 좋은 스펙에 어서 오라는 대기업 다 마다하고 자기 사업 시작한 게 영화 제작사였다. 모르는 어른들이 듣기에는 그냥 백수. 그런데 이 분이 이제 두 번째인가 세 번째로 제작한다는 영화 스토리가 들어보니 참 재미가 있었고. 이게 바로 범죄와 전쟁, '나쁜 놈들의 전성시대'다. 당시만 해도 아무리 뛰어나신 분이라도 워낙 짧은 경력이라 좀 무리가 있지 않겠나하는 생각이있지만 결과는 대박. 정말 지금 생각해도 대단했고 신기했다.

이 영화 전체를 리뷰할 필요도 없고 생각도 없다. 다만 이 영화를 통해 일반인 뿐 아니라 나에게도 많이 각인된 조진웅이란 남자를 눈여겨 본다. 물론 극중 역을 통해서 본 그를 이야기 한다는 것이다. 지금껏 '본부장이 남자를 말하다'에서 외국인만을 다루어온 터라 조진웅씨는 한국인으로 처음으로 좀 낯설기도 하다. 하지만 지금껏 다루어온 외국인들과 비슷한 시각으로 이야기해보겠다.

'살아 있는데...'

조진웅씨는 실제 부산 사투리를 쓰는 사람 같다. 나도 주변에 부산이 고향인 사람이 있는데 어설픈 느낌이 거의 없으니 말이다. 요즘엔 감독으로도 데뷰했다는데.. 이번에 제작한 영화 제작비를 다 그가 출연했다고 한다. 내 기억에 잘 나가던 영화 배우가 감독으로 성공했다는 소리나 제작비를 전부 대서 성공했다는 말은 들어본 적이 잘 없다. 특히 대한민국에서는 더욱. 지금도 유명한 원로 개그맨이 한 때 만들었다는 복수혈전이 생각날 뿐이다.



하지만 내 생각에 이번에는 좀 차원이 다른 것 같다. 그는 아마 처음부터 최악을 가정하는 마음가짐을 잡았을 것이다. 그의 영화를 보면서 나는 그가 언젠가 자신의 영화를 시도할 것이라고 예상했다. 그가 출연하는 영화를 보면 늘 느끼는 것이지만 남의 영화에 자신의 색깔을 엄청나게 남기려고 애를 쓰는 것이 역력했기 때문이다. 예를 들면 공작이라는 영화를 보자. 주인공 흑금성 역을 하는 황정민에 비해 그저 지나가는 역인 안기부 국장역의 조진웅이 더 강하게 각인되는 것을 볼 수 있다. 이것은 감독의 의도나 시나리오가 그런 것이 아니라 그가 스스로 그렇게 발버둥쳐서 그렇다. 사실 이런 현상은 '범죄와의 전쟁'에서도 뚜렸하다. 최민식과 거의 같은 주연급으로 건달 오야봉 역을 하는 하정우보다 그의 연기가 더 중독성이 강하다. 그리고 사실 더 잘했다. 두목인 하정우의 연기는 매우 간지나고 세련되었지만 양아치 역의 조진웅 연기에 비해 강한 흡입력이 떨어졌다. 이유는 한가지다. 조진웅이 그렇게 마음먹은 것이다.

'이번 역에서는 억지로 세련되거나 멋 있으려고 하지 말고 내 역을 완성하여 나를 발산하자...'

그의 그러한 시도는 완전히 먹혔다. 브래드 피트가 주연 역에 연연하지 않는 이유처럼.

'명품이 아니라 완성된 것만이 최고가 될 수 있다.'

내가 늘 청년 멘티들에게 당부하는 말처럼 그는 자신의 캐릭터를 완성하고 싶어하는 것 같다. 나는 그가 제작했다는 그 영화의 흥망을 떠나 그가 정말 스스로를 사랑하는 남자라는 생각이 든다.하지만 아직은 나는 그가 어떤 캐릭터인지 잘 모르겠다. 극중 자신의 역을 완성하는 것은 가능했지만 자신의 캐릭터를 완성하는 것은 아직 더 시간이 걸릴 것이기에.



그리고 내가 예상하기에 그 영화는 아마 크게 흥행하지는 못할 것이다. 다만 조진웅이라는 남자가 자기 스스로를 자신에게 보여주기에는 매우 충분한 시도다.영화의 대사에서처럼 그는 정말 살아있고 싶어한다. 잠시라도 움크려 있고 싶어하지 않는 것이다.그래서 그는 앞으로 더 많은 맘 고생을 할 것이다. 몇몇 뇌회한 영화계 선배들은 속으로 그의 시도를 비웃을지도 모른다.

'얘 고생 좀 하겠네...'

하지만 걱정 마라. 그에게 정본부장이 외로와 격려를 보내겠다. 성공한 감독, 제작자, 배우 이전에 그는 멋진 남자가 될 가능성이 크다. 그래서 괜찮은 거다. 멋진 남자가 되는 길은 그리 안락하지 않기 때문이다. 지금 아주 잘 가고 있다.

[정민우 듀오 회원관리부 총괄 본부장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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