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부장이 남자를 말하다(21) 46세에 죽었지만 천 년을 사는 남자, 존 F 케네디 / JFK

최초입력 2019.09.30 10:22:01
최종수정 2019.09.30 10:27:43

사진출처:보그 코리아



어릴 적부터 아버지가 즐겨 하셨던 말씀 중에 두 가지가 기억이 난다. 첫번째는 뉴스나 신문에 나오는 살인사건의 대부분은 치정(癡情)이라는 것과 두번째는 남자 인물 중 최고는 존 에프 케네디(일명 JFK)라는 것이었다.

첫번째와 두번째 모두가 어린 나에게는 이해할 수 없는 것이었다. 치정(癡情) 즉 '누군가를 좋아하는데 왜 죽이는 것일까'와 그다지 잘 생겨 보이지도 않는데 왜 자꾸 잘 생겼다고 하실까라는 의문에 괜실히 속으로 반대 의견이 들었지만 꾹 참고 지나간 적이 많았다.

첫번째는 30대 중반이 넘어가면서 자연스럽게 그렇겠구나..하고 알게 되었고.. 두번째는 그가 죽은 나이(향년 46세)를 넘어서야 고개가 끄덕여 졌다.
앞서 다룬 조지 클루니나 브래드 피트같은 배우를 말씀 드려도 아버지는 케네디가 더 잘 생겼다고 하시리라. 그는 비록 46세에 죽었지만 아직도 살아 남아 있는 사람들에게 강하게 남아있다.

비슷하게 46세라는 젊은 나이에 죽었지만 천 년을 사는 남자가 내 머리 속에는 한 명 더 떠오른다. 바로 트랄팔가에서 절대적인 수적 열세 중에서도 나폴레옹 함대를 격침시킨 영국 해군 제독 호레이쇼 넬슨. 애꾸눈에 팔 한쪽이 없는 장애인- 나중에 만화 캡틴 하록의 모티브가 됨-이지만 그는 아직도 멋진 남자로 후세에 이름을 남긴다. '해밀턴 부인'(알렉산더 코다 감독: 아라비아의 로렌스, 콰이강의 다리, 인도로 가는 길 등을 제작감독. 윈스턴 처칠이 22번 보고 울었다고 전해짐)이라는 옛날 영화(주연:로렌스 올리비에, 비비안리)를 보면 그가 얼마나 멋진 남자였는지를 사뭇 알게 된다.

둘 다 공무(公務) 중에 적의 총을 맞고 죽는다. 넬슨은 그래도 유언이라도 남겼지만 케네디는 그대로 즉사했다. 옆에는 그가 사랑했던 재클린 케네디가 있었지만 말 한마디 남기지 못했다. 그 후 재클린은 오나시스(그리스의 선박왕으로 세계적인 소프라노 마리아 칼라스와 결혼하는 등 전세계 유명한 여걸들과 염문)와 한번 더 결혼한다. 내가 보기엔 아무리 예쁘다고 소문난 재클린 케네디라도 세계적인 부호인 오나시스와 결혼하게 된 연유에는 아마 죽은 남편의 후광이 컸으리라 본다. 그만큼 당시 케네디라는 이름은 거의 신비에 가까웠던 것 같다.

사진출처: 위키피디아



존 F 케네디는 고 박정희 대통령과 동갑인 1917년 뱀띠다. 박정희 대통령도 재임 시 여성 팬이 많았다고 한다. 비록 작은 키에 찢어진 눈, 검고 깡마른 얼굴이었지만 늘 당당했던 그를 남자들보다 오히려 여자들이 더 좋아했다는 말도 있다.

케네디가 가졌던 매력은 바로 그 작은 아시아인이 가졌던 매력 이상을 발산시켜줄 그것이었을 것이다. 최고의 가문에 아이비리그 출신 그리고 잘 생긴 외모. 그가 가진 자산은 보통 남자들이 가질 수 없는 초월적인 그것이다. 하지만 나는 그가 단지 금수저 엘리트 미남자이기에 미 본토에서 그렇게 멀리 떨어져 있는 어느 작은 나라 국민의 기억에 그렇게 강력하게 각인되었다고는 생각하지 않는다.

케네디가 가졌던 가장 큰 매력은 바로 ‘지금 현재 아무리 형편이 어려운 사람이라도 누구나 가슴 속에 품고 싶어하는 용기와 비전을 줄 수 있는, 눈과 얼굴을 가졌다는 것’이다. 마치 그리스 시대의 영웅들처럼 '저 사람과 함께라면 뭔가 이루어질 것 같아'라는 희망 말이다. 물론 이 희망이 잘못 전달되면 사기꾼이 된다는 것은 나이를 먹어 가면서 너무나 잘 알게 된다. 케네디는 우리가 살고 있는 대항해 시대 이후 설정딘 세계 질서에서 가장 보기 힘든 인간 영웅이다. 케네디 이전의 근, 현대 그리고 중세의 영웅들을 한 번 보자. 가장 가까이 히틀러부터 처칠, 근대로 가면 나폴레옹 그리고 중세로 가면 샤를마뉴, 바바로사(둘 다 신성로마제국 황제이다.샤를마뉴는 초대황제이고 바바로사는 붉은 수염이라는 뜻이고 프리드리히 1세로 나중에 나치 독일의 러시아 침공 작전명으로 쓰여졌다) 고대로 가면 로마의 카이사르,카르타고의 한니발. 모두가 너무 작거나 또는 너무 꺽다리거나 대머리거나 뚱뚱하거나 거칠게 생기거나 하여 하나같이 전통적인 미남의 기준에는 한참 멀어진다. 여기에 하나 더 이전의 영웅들은 정복이나 말살 또는 자국민의 우월감 따위를 부추긴 사람들이었다면 케네디는 다른 차원의 비전을 제시한 너무나 이상적인 미남 영웅이었다.

우리가 보통 영웅(권력을 가진)이라고 하는 기준 중에 미남이 들어간 것은 그리스 시대이다. 그리스 시대의 영웅 동상들을 한번 보자. 하나같이 깍아 놓은 미남들이다. 이런 전통적인 영웅 기준에 가장 잘 들어맞은 사람이 바로 현대로 와서 '존 F 케네디'였던 것이다. 대중의 인기를 한 몸에 받은 잘생긴 권력자말이다. 서구 역사상 혈통이 아니라 대중의 인기를 받아 권력을 잡은 대표적인 두 남자가 있다. 시저라고도 하는 카이사르와 나폴레옹이다. 하지만 앞서 말했듯이 둘 다 대머리에 작은 키 그리고 서민적인 스타일을 앞세워 대중을 휘어잡았다. 이에 비하면 케네디는 그야말로 대영 박물관에서 그리스 영웅시대의 동상들을 보는 기분을 들게 만들었던 것이다.

사진출처: 뉴욕 타임즈



살아가면서 대부분의 남자들은 어렸을 때보다 왜소해지고 위축된다. 특히 50을 넘기면서 일반적인 남자의 매력은 급감해져 간다. 특히 케네디처럼 젊은 시절을 나름 귀태 나게 살아온 남자들의 경우는 더욱 그렇다. 남자의 귀태는 40세를 전후해서 기준이 달라진다. 40이전에는 어른스러움이 40이후에는 어린아이 같음이 귀태이다. 여기서 어른스러움이란 나이에 비해 균형감각과 판단력 그리고 의무감을 가진 눈을 가진 얼굴을 의미하고 어린아이 같음은 비록 외모는 늙었지만 주위에 대한 끝없는 호기심을 가진 눈을 가진 얼굴을 말한다. 어른스러움과 어린아이 같음을 겸비한 46세 케네디의 귀태는 그가 희대(稀代)의 미인인 재클린 케네디 옆에서 오스왈드에게 저격되기 직전까지 거의 절정(絶頂)에 올라 있었다.

여자는 자기 남자를 고를 때 나름의 선택 기준이 있다. 그 중 가장 중요한 기준이 귀태(貴態)이다. 평생을 혼자 사는 여자들이 늘 하는 말이 있다. '내 기준에 맞는 남자가 없었다'라는 것이다. 여기서 기준은 귀태(貴態)가 나면서 자신을 좋아해주는 남자가 없다는 말이다.

인간은 귀(貴)함을 참 좋아한다. 그리고 여자는 더욱 그렇다. 호모 사피엔스가 네안데르탈인을 누르고 현생 인류의 최강자가 된 것은 사회를 이루어 살 줄 알았기 때문이고 그 사회화(社會化)라는 것은 늘 귀(貴)함에 대한 기준을 정하고 그 것을 바탕으로 형성되어 있다. 결국 케네디가 가진 그 귀태는 잘생긴 부잣집 엘리트 도련님이 가질만한 나태함을 보여준 것이 아니라 오히려 세계 최강 미국 대통령이 가진 권력을 가장 분별력 있게 행한, 가장 어린아이 같은 발상이 현실로 정말 실현되었기 때문이 아닐까.

[정민우 듀오 회원관리부 총괄 본부장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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