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민우 본부장의 直talk (157) 시즌 5 <본부장이 스타일을 말한다>

최초입력 2019.10.10 15:17:26
최종수정 2019.10.10 16:46:46

사진 출처: 포브스(Forbs)



나는 아직도 그가 나온다는 '조커'를 보지 못했다. 그를 처음 접해본 것은 아마 '글래디에이터'였을 것이다. 실력은 없으면서 야망만 가득한 로마 제국의 왕자인 '코모더스'말이다. 정말 느끼하고 정이 안가는 캐릭터였다. 물론 역할이 그랬던 것이겠지만.

그 이후 그가 나온다는 영화 중 기억나는 것은 '그녀(HER)'정도이다.
재미있게도 그는 무려 49편의 영화 등 영상물에 나왔다고 한다. 정말이지 그렇게 많은 작품을 찍는 동안 소위 대박이 난 영화는 자기가 주연이 아닌 '글래디에이터'밖에 없다. 러셀 크로도 물론 그 영화 이후 대박친 영화는 없지만 말이다. 뭐하나 쉬운 게 없는 것이 인생이라고 했던가.

요즘 50이 넘어서도 젊은 시절 인기를 그대로 이어가는 키에누리브스같은 사람도 있지만, 이 사람같이 86년에 데뷰해서 30년이 지나서야 대박이 나는 사람도 있다. 호아킨 피닉스.. 이름도 참 요상스러운데다가 얼굴은 더 묘하게 생겼다.

주인공이 되기에는 2프로가 아니라 20프로 부족해 보이는 외모. 일반인 기준에서야 잘 생긴 옆집 오빠겠지만 뭔가 빈축 맞아 보이는 인상이 그를 지금껏 대박과 영 거리가 먼 인생으로 이끌었던 것 같다.

요즘 기록적인 흥행이 예상되는 영화 '조커'가 나오기 전까지 그는 그저 그런 캐릭터였다. 나 같은 일반인들에게는 말이다. 동네 건달이지만 김작가 같은 전문가들에게는 말도 안되는 말이겠지만. 그는 웹소설가이기에 정말 말도 안 되는 것들까지 세세히 알고 있으니 말이다. 사실 나도 그에게서 많은 영감을 얻는다. 내 베스트셀러인 '본부장이 말한다'의 재수없는 말투도 그가 생각해낸 것이다. 자 각설하고.

사진 출처: The daily wire



사실 난 그가 주연한 '그녀(HER)'를 보고 한동한 힘들었었다. 인생을 스스로 빛나게 살라고 늘 청년들에게 소리쳐온 나로서는 스스로 빛 나기는 커녕 왠 운영체계 또는 앱같은 것과 사랑을 나누는 캐릭터를 좋아하게 된 것에 스스로 놀랐다. '글래디에이터의 러셀 크로'나 '자이안트의 제임스 딘' 또는 ‘본부장이 스타일을 말한다’에 구구하게 써놓은 수 많은 문학 속의 의지적(?) 캐릭터들이 나를 보고 비웃었을 것이다. 하지만 아무리 항구 한구석 선창가에 당당하게 서서 고독함을 즐기며 '스스로 빛나는 삶'을 사는 뱃사람 실버(만화 보물섬에서 주인공 짐 호킨스가 반한 해적선장)같은 사나이라도 사실 늘 외롭고 공허한 감정때문에 힘들기는 마찬가지란 것을 이제야 알아버렸는데 어쩌겠는가.

20대는 40대처럼 살고 40대는 20대처럼 살겠다고 늘 다짐해왔었다. 40대 이전까지는 정말 어른스럽게 사는 법을 모두 터득하고 40 이후부터는 그러한 확실한 인격의 바탕 위에 성숙한 인간에게만 허락될 수 있는 '진짜 즐거움'인 어린아이 같은 순수한 호기심을 잃지 않고 평생 살아가겠다는 내 스스로의 가슴 속 약속말이다. 하지만 그 약속은 엄청나게 어려운 약속임을 40 후반이 되어서야 깨달았다. 평생을 살아가는 목적이 '이전에 내가 약속한 것을 지키는 것'이라고 다짐한 '내'가 없었다면 아마 난 지금 많이 다른 사람이 되어 있을 정도다. 그 만큼 40대 이후부터 '죽는 그날까지 호기심을 잃지 않고 사는 것'이란 것 너무나도 어려운 일이다.

사진출처:위키피디아



호기심의 가장 큰 적은 바로 '허무함'이었다. 아나킨 스카이워커가 제다이의 서약을 버리고 다스 베이더가 되게 만든 그것 말이다. 영화 그녀(HER)에서 호아킨 피닉스는 회원제로 운영되는, 편지 등을 대신 써주는 감정 노동자이다. 정본부장이 밥 먹고 사는 곳도 회원제로 운영되는 감정 노동자들이 근무하는 곳이라 그 어려움을 너무나 잘 알고 있다. 영화에서는 매우 힘든 부분은 나오지 않지만 아마 까다로운 회원들 때문에 엄청나게 스트레스를 받을게 뻔하다. 그는 그곳에서 늘 자기가 없는 남이 된 것처럼 일하고 집에 돌아오는 내내 자신이 무엇을 했는지를 생각하지 않으려고 무작정 이런 저런 뉴스거리를 서성거린다.

허무함으로 몸서리를 치다 못해 포기한 상태. 아무도 그 상태를 가장 비슷하게 연기한 영화가 마이클 패스벤더가 주연한 영화 '쉐임'이다. 이 영화도 꼭 추천한다. 마이클 패스밴더는 이전에 ‘본부장이 스타일을 말한다’에서 잠깐 다룬 적이 있다.

사진 출처: Esquire



아무튼 호아킨 피닉스는 이 영화 그녀(HER)에서 그가 잘할 수 있는 가장 확실한 캐릭터를 찾았다. 그리고 그를 제외한 많은 팬들도 그것을 느꼈다. 원래 인간은 처음에 잠깐 지나가며 눈여겨본 '그 사람'에 대해 느낀 강한 어택을 언젠가는 꼭 발산하게 되어있는 법(살면서 느낀 거지만 뭐든지 첫눈에 반하는 것이다)이다. 호아킨 피닉스가 '그녀(HER)'에서 강하게 남긴 허무감을 가장 잘 표현한 캐릭터를 이번에 지대로 폭발시킨 게 '조커'이다. 만약 조커를 호아킨 피닉스가 아니라 다른 사람이 주연을 했다면 이 영화는 어떻게 되었을지 잘 모르겠다. 조커라는 캐릭터가 워낙 강렬하기는 하기에 마이클 패스밴더나 매튜 메커너히같은 연기파를 쓴다면 어느 정도는 성공했을 거다. 하지만 허무감이나 공감을 주제로 한 영화가 아니라 액션 영화가 되거나 자기 계발(?)에 도움이 되는 영화 정도가 되지 않았을까.

정본부장도 요즘 청년들을 위한답시고 유치하기 짝이 없는 컨텐츠를 제공하는 유튜브 방송국(청년의 힘 뉴스룸)을 운영 해봐서 알지만 요즘에는 방송에서 뭔가를 가르치거나 뼈 때리는 메세지를 던지는 순간 안 본다. 무조건 공감하고 좋은 말로 타이르고 어루만져야 한다. 그리고 최고의 공감은 스스로가 무너지고 망가지는 것이다. 그런 면에서 이번 영화 '조커'는 정말 주인공이 제대로 망가진 인생을 표현한 영화다.

지금에서야 생각나는 일이지만 영화'글래디에이터'에서 보여준 호아킨 피닉스를 보면 그는 출발부터가 잘못된 것 같다. 오히려 가장 어려운 환경에서 스스로를 있는 그대로 보여주었다면 대중들은 그를 오히려 더 빨리 황제로 만들어 주었을지도 모른다. 그리고 그는 20년이 지난 이제야 진정 황제가 될 준비를 하는 것 같다. 갑자기 어린 시절 MBC에서 오후 6시에 방영한 '모여라 꿈동산'이란 어린이 인형극(왕자와 거지였던 거 같다)에서 불려진 노래가 기억이 난다. '왕자가 거지 됐네~' 맞다. 그는 20년 전 로마제국 왕자에서 거지가 되어 다시 비상하는데 이제 꼭 20년 걸렸다. 이제 그가 어떻게 될 지가 궁금하다. 그런데 잘 모르겠다. 그를 보면 정말 공허하기 그지없으니 말이다.

[정민우 듀오 회원관리부 총괄 본부장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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