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민우 본부장의 直talk (158) 시즌 5 <본부장이 스타일을 말한다>

최초입력 2019.10.28 11:15:40
최종수정 2019.10.28 11:36:22

사진출처: 뉴스핌



‘인물 좋다’ 란 말을 듣는 것은 인공적으로 얼마든지 가능하다. 성형은 물론이고 거기까지는 아니라도 화장품 좀 바르고 머리 좀 예쁘게 하면 왠 만하면 들을 수 있다. 하지만 목소리는 아니다. 여자가 남자를 쳐다 볼 때 가장 먼저 보는 순서가 눈, 머리, 손, 가슴 순이라고들 한다. 뭐 어디까지나 검증된 말은 아니겠지만 생각해보면 나름 일리가 있다.
눈은 그 남자의 현재 상태를 알 수 있다. 자신감 말이다. 머리는 소신을 의미한다. 유행과 상관없이 자신만의 스타일을 가지고 있는지를 보는 것이다. 손은 이 사람의 정돈됨을 가장 빨리 알 수 있다. 손이 지저분하다는 것 특히 손을 물어뜯는 행동은 금물이다. 그리고 남자나 여자나 상대의 가슴이 큰 걸 싫어하는 사람은 없다. 다만 여기서의 가슴은 넓은 아량을 기대하는 것을 거다. 사실 지금까지 만나온 사람들을 생각해보면 가슴팍 넓은 남자치고 마음이 협량(狹量)한 사람도 잘 못 보았다. 자 여기까지가 보여지는 부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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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상을 살면서 우리는 종종 인생을 새롭게 깨달았다는 친구의 얘기를 곧잘 듣는다. 그 친구들과 술 한잔 하며 속 이야기를 들어보면 대부분 보여지는 것과 실제가 얼마나 많이 틀린 지를 깨달아 가는 말들이다. 나이가 들면 그래서 보여지는 것에 대해서 잘 믿으려 하지 않는다. 특히 기업에서 한 자리하시는 산전수전 겪으신 회장님, 사장님들과 함께 말씀 나누다 보면 늘 이런 말씀을 하신다. '정본부장, 절대 보여지는 것만 보지 말라구!' '이면을 볼 줄 알아야 해. 상대가 왜 내게 진짜 무슨 말을 하고 있는지를 말이야...'

그래 맞다. 20,30대까지는 보는 것이 정말 중요하다. 정본부장도 늘 말하지 않았는가. 먼저 보는 자가 이긴다고. 하지만 40대부터는 다르다. 이때부터는 보는 것의 중요성보다 듣는 것의 중요성에 방점을 찍기 시작하는 것이다. 정본부장이 일하는 회사는 휴먼 벨류에이션(Human Valuation) 즉 인간의 가치 평가에 관심이 집중되어 있는 곳이다. 가능한 자기가 만날 수 있는 최고 가치의 상대를 고르려고 한다. 그래서 어려운 영역이고 앞으로 많은 연구가 있어야 할 영역이다. 누군가의 겉만 보고 그를 평가하기에 우리의 지혜는 늘 언제나 부족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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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 이제 이 남자 이야기를 해보자. 류승룡.

이 남자의 매력은 무엇일까. 그가 나온 대부분의 영화에서 공통으로 풍겨내는 매력은 매우 명확하다. 천진난만함. 그는 심각해 보이거나 좀 무게를 잡아야 할 일본수군 장군부터 카사노바, 조폭두목, 형사 등 어떤 캐릭터를 해도 일단 좀 유치하다. 물론 기분 나쁜 유치함은 아니다. 처음 이 남자를 보았을 때 이 사람..시간 좀 걸려야 뜨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왜 일까. 지난번 정본부장이 JFK 편에서 말했듯이 일반 사람들은 처음에 누군가를 좋아할 때는 무조건 귀태(貴態)부터 본다. 사실 류승룡은 귀한 상을 가진 느낌은 아니다. 지나치게 반짝거리는 눈망울이 무엇인가에 사로잡혀 보여 상대방을 불안하게 만들고 균형감이 없어 보이게 하기 때문이다. 물론 카라얀이나 에릭 홉스봅, 이어령같은 분들 같이 예술적 또는 지적 호기심에 사로잡혀 있는 눈을 대중들은 사랑한다. 하지만 그런 눈을 가진 분들이 좋은 시절을 만나기 위해서는 많은 시간이 좀 필요하거나 주변의 도움이 좀 필요하다. 그 눈에 사로 잡혀 줄 팬들이 늘어날 시간 또는 개인적으로 그에게 사로잡힌 강력한 영향력을 가진 누군가가 그를 도와주면 가능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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류승룡은 후자는 아니다. 명백히 전자였다. 그리고 그가 무명시절을 견디며 보낸 그런 인고의 세월(?)이라는 시간적 기회라도 가질 수 있게 해준, 그가 가진 또 하나의 매력이 있었다. 바로 목소리다. 사실 그의 외모는 여자들은 물론이고 남자들에게도 몇몇 매니아적 근성을 가진 분들이 아니고서는 크게 매력적이지 않다. 그런데 그가 말을 하는 순간 이야기는 180도 달라진다. 목소리가 깊으면서도 구성지다. 성악가의 목소리다. 울려 퍼지는 목소리 말이다. 음량이 매우 크다. 우리가 흔히 이야기 하는 '목욕탕 목소리'. 쩌렁쩌렁 울리면서도 소리가 귀에 거슬리지 않고 듣기 좋다. 이러면 되는 것이다. 클래식 매니아로서 말하지만 클래식 음악의 마지막은 성악이다. 어떤 악기도 인간 음성의 아름다움을 넘어설 수 없다. 이건 매니아로서 확실하게 말할 수 있다. 말 한마디로 천냥빚을 갚는다는 말은 괜히 나온 말이 아니다. 오죽했으면 '오딧세이아'에서 사이렌의 유혹을 듣지 않으려고 율리시스는 귀를 밀납으로 덮고 온몸을 돚대에 꽁꽁 묶었겠는가. 자고로 목소리로 사람 홀리는 것이지 눈이 아니란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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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러분들이 눈물을 흘리며 보는 드라마를 한번 생각해 보자. 소리 없이 영상만 보면 눈물이 날 일이 없다. 하지만 영상 없이 소리로 만으로도 어느새 눈물이 앞을 가린다. 소비자 구매 심리로 보면 눈에 보이는 것으로 백 달러를 쓰게 할 수 있다면 귀에 들리는 것으로는 만 달러를 쓰게 할 수 있다. 그만큼 소리는 우리를 마음을 여러 가지로 좌지우지 할 수 있는 마력을 가지고 있다. 여기에 앞으로 세상을 움켜쥘 우리 청년들을 위해 한 가지 더 말하면, 모든 욕망은 대부분 눈으로 들어오고, 마음을 움직여 권력을 잡으려면 자의 소리는 귀로, 애욕은 코에서 촉발된다. 그리고 이들을 모두 잠재울 분별력은 손에서 나온다고 했다. 그래서 눈이 좋으면 돈이 벌기기 쉬운 것이고 귀가 얇으면 재물을 포기하고 권력을 잡으려 돌아다니게 된다. 화려한 냄새에 쉽게 유혹당하는 사람은 언제나 구설에 놓이게 된다. 해결방법은 오로지 손에 있다. 손을 가지런히 모으고 불필요한 것을 잡지 않는 자는 언제나 기회가 오면 잡을 수 있다. 매사에 무엇이든 야물 딱지게 잡는 버릇을 들이도록 하자. 류현진이 꼭 잡은 야구공처럼 말이다.

최근 류승룡의 극한 직업을 여러 번 봤다. 자꾸 봐도 재미있었다. 왜일까. 영상은 질리지만 아름다운 소리는 늘 즐겁기 때문이다. 류승룡 영화를 여러 번 봐도 덜 질리는 이유이다.

[정민우 듀오 회원관리부 총괄 본부장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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