봉준호가 전세계를 사로잡은 4 가지 이유

최초입력 2020.02.14 17:22:14
최종수정 2020.02.17 15:09:19

사진 출처: hollywood.com



그야말로 한국 문화의 전성시대다. 어쩌면 올 것이 온 것이다. 18세기까지 동북아 아니 세계 최고의 문화 국가였던 한국이 불운하고 갑작스러운 일제 강점기와 한국 전쟁을 통해 과도하게 폄하되어 오고, 스스로도 깎아 내려왔던 문화적 역량을 다시금 일으켜 세운 전환점의 순간 말이다. 그 행복한 순간에 정확히 봉준호가 서있다. 당연히 지금 유튜브나 각 언론에서는 봉 감독의 오스카 수상 이유를 다양한 시각에서 분석하느라 분주하다.


오늘은 봉준호 감독이 오스카 4관왕을 차지한 이유를 봉준호 개인의 리더적 자질을 통해 4가지로 분석해 본다.

첫째. 간결, 영화 내내 대사에 장문(長文) 즉 구구절절함이 없다.

제갈 공명이 죽기 전에 자녀들에게 남긴 명언, 담박명지(澹泊明志). 상대를 내편으로 만들려면 뭐든 쉽게 이야기하라고 했다. 8살짜리도 알아 듣기 쉬운 말로 말이다. 영화 내내 흐르는 대사가 장문(長文)이 거의 없다. 간결한 대화와 핵심 단어로 연결되는 극중 인물의 대사 말이다. 사실 이 부분은 봉감독 자신이 오스카 시상식뿐 아니라 그 이전의 모든 시상식에서 몸소 보여주는 부분이다. 간결함은 미국 지성인이 가장 숭상한다는 대 문호 헤밍웨이도 너무도 좋아했던 서술 방식이면서 서양인 가장 좋아하는 언어 전달 포인트다.

둘째. 계획, 급조되지 않고 계획(計劃)된 것들의 집합체들이다.

지금까지의 모든 시상식에서 봉 감독을 보면 시종 차분하다. 마치 이 상황을 수천 수만 번 연습하고 가정한 사람처럼. 이미 오스카를 목표했을 가능성을 나는 99% 확신한다. 그가 만든 지난 영화들의 궤적을 쭉 보고 있으면 그의 용의주도한 계획이 느껴지지 않는가. 오스카로 말이다. 갑자기 소름이 끼친다. 그리고 심지어 영화에 출연하는 배우들은 귀천을 막론하고 모두들 자기만의 이론을 가지고 스스로의 계획을 조용히 이루어 나가려고 한다. 주인집 동익 역을 맡은 이선균부터 막내 기정 역을 맡은 박소담까지 모두들 자신이 추구하고자 하는 그 무엇인가를 향해 나아갈 자신만의 이론(理論)에 충실하다. 심지어 기택 역을 맡은 송강호가 말하는 무계획이 계획이라는 말도 결국은 자신만의 계획인 것이다. 봉 감독은 영화 안에서 그런 계획을 가진 제 2 제 3의 자신을 각기 다른 배우로 표현한 것 같다.

셋째. 관점, 국가나 민족이 주는 자의식(自意識)이 없다

봉 감독들의 작품을 보면 늘 느끼는 것이었지만 그는 자신의 영화를 보는 시각을 한국인으로 정하지 않은 듯하다. 한국인이라서 느끼는 스스로에 대한 과도한 자격지심(自激之心)이라던가 또는 불필요하게 과장된 애국심(愛國心)도 보이지 않는다. 오히려 지구인을 바라보는 외계인의 관점이라고 할까.. 요즘 중국영화나 일본 영화 또는 유럽 영화에서 느껴지는 스스로에 대한 자의식이 그의 영화에는 없다. 같은 경쟁 작품인 미국인이 만든 자국 영화 조커와 비교해봐도 그러한 측면을 더욱 알 수 있다. 그 불쌍한 조커는 시종일관 징징대고 있지 않은가. 가난하다고.

넷째. 인격, 어떠한 개인적 능력보다 돋보이는 그의 인간미(人間味)

그와 만난 모든 사람들이 그와 함께 일하고 싶어 했다고 한다. 외국인 마저 말이다. 송강호씨와 함께한 십 수년의 시간이 지났다는 데..그 정도의 시간이면 왠 만한 사람인면 좋은 기억보다는 안 좋은 기억이 더 많을 텐데. 그와 함께 한 배우뿐 아니라 그를 지원한 스폰서마저도 그와 함께한 시간이 십 년 이상이라고 한다. 심지어 마지막 작품상 시상에서 너무 기뻐 마이크를 놓을 줄 몰랐던 CJ 이미경 부회장은 그의 스피치 중 절반을 봉준호 감독에 대한 칭찬에 썼다. 자기 동생보다 더. 인간적으로 그는 완벽했다. 지금까지 보여준 것으로는 말이다.

마지막으로 하고 싶은 한마디는 물론 그에게 대운(大運)도 따랐다. 그리고 운(運)도 실력이다.

[정민우 듀오 회원관리부 총괄 본부장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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