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대에게 너무 큰 기대를 하지 않는 것이 중요한 이유`

최초입력 2020.09.07 13:55:34
최종수정 2020.09.08 12:11:09

에드워드 기번의 로마 제국 쇠망사 (사진 출처: 위키피디아)



사실 이 말은 '로마 제국 쇠망사(The History of the Decline and Fall of the Roman Empire) '의 저자인 18세기 영국 외교관이며 역사가인 에드워드 기번(Edward Gibbon)의 유명한 말이다.

그가 그 두껍디 두꺼운 책 중 어느 한 구절에서 슬쩍 던지듯이,(보통 아담스미스나 호머 그리고 토마스 칼라일 등도 이런 식으로 너무나 현명한 명제를 책의 한 구석에서 슬쩍 던진다. 그래서 고전은 직접 꼼꼼히 끝까지 읽어봐야 한다.)

‘로마 제국이나 대영제국이 그나마 오랜 기간 영화를 누리는 이유’를 말하면서 이 같은 글을 썼다. '그들은 사람 즉 타인에게 너무 큰 기대를 하지 않았다는 것'

당장 듣기에는 매우 매몰찬 말 같지만 곰곰이 생각해보면 매우 일리 있는 말이었다.
사람에게 큰 기대를 하지 않는다는 말의 뜻은 세가지가 아닐까 싶다.

첫째. 개인적인 차원에서 보면 타인에게 행복을 의존하지 말고 나에게서 행복을 찾으라는 일종의 '삶의 주체성'을 강조한 말일 것이다. 남이 날 어떻게 생각하는지에 관심 가질 필요는 없다는 말도 된다. 왜냐면 세상에 어떤 사람도 남에 대해 그다지 오랜 시간을 투여하여 신경을 쓰지 않는다.

비록 부모라고 하더라도 말이다. 자신이 바라보는 자신이 더욱 중요하다는 것은 물론이고 '자신만의 이론'을 가지고 살아가라는 말이다. 세상은 우리가 생각하는 것 이상으로 속물적이기 때문이다.

둘째. 사회적인 차원에서 보면 우리가 사는 이 사회의 정부, 기업, 지역 사회 등 등의 어떤 구성원 누구도 그다지 완벽한 사람은 없다는 것을 서로가 이해해 줘야 한다는 것이다.

유머가 살아있는 사회는 사실 부족함을 서로 인정하는 사회이다. 우리가 해외 드라마 특히 영국이나 미국 드라마를 보면 느끼는 것이지만 성숙한 시민 사회에서 서로의 대화에서 유머가 살아있는 이유는 그들 서로가 부족함을 인정하고 오히려 감싸는 문화라는 것을 알 수 있다. (참고로 인도나 제 3세계 심지어 독일 드라마를 보면 참 무던히 지루하고도 심각 하다. 정말 유머라고는 찾을 수 없음~)

우리 나라에서 자주 쓰는 말에 '웃자고 하는 말에 죽자고 달려든다'는 말이 있다. 우리에게 상대의 부족함이란 절대 용납할 수 없는 그저 원색적 비난 대상일 뿐.

셋째. 국가적인 차원에서 보면 가장 가까운 것에 정치가 있겠다. 대한민국에서 일어나는 정치인들의 정치적 비난 또는 몇 몇 국민 청원들의 내용을 보면 늘 느끼는 것이 과연 저런 비난을 할 수 있는 자격을 갖추고 사적 생활이 정말 떳떳한 사람이 얼마나 될까 하는 것이다. 인간은 지구상의 생명체 중에 스스로 도덕적으로 너무나 부족한 존재임을 맘속으로 늘 느끼고 살아간다. 우리에게 종교가 필요하게 된 근본적인 이유다.

동물에게 도덕심이 필요 없는 이유는 정신분석학자 프로이드가 말한 '자아(EGO = 본능적 자아)'와 '초자아(SUPER EGO = 사회적 자아)'의 구분이 없기 때문이다. 동물은 언제나 본능에 충실하게 살아가기에 도덕적 죄책감이 없다. 오로지 인간만이 가지는 감정이 도덕적 죄책감이다. 법이 만들어진 이후로 인간은 도덕적 죄책감에서 그나마 많이 해방되게 되었다. 법 때문에 인간은 도덕률이 주는 힘든 굴레를 과감히 벗어 던지고 좀 더 심적 자유를 누리게 되었다. 보통 남에게 큰 기대를 하는 사람은 언젠가 반드시 큰 낭패를 보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사랑하는 사람일 경우 자신의 배우자 또는 연인에게 자신이 개인적으로 원하는 이상적인 기준을 강요하는 경우가 많다. 대부분 현실 세상에서 보기 힘든 극적인 캐릭터를 기준으로 삼아 상대를 평가하기 시작한다. 마치 상대를 평가할 수 있는 권한을 천부(天父)에게 부여 받은, 선택된 사람인 양 말이다.

사실 누구도 그에게 상대를 평가할 수 있는 권한을 주지 않았을 뿐 아니라 객관적인 평가도 불가능하다. 사랑하는 연인들을 보면 대부분 서로를 평가하는 시간을 두고 결혼을 결정한다고들 말한다. 부모는 자신을 평가하고 남자는 여자를 여자는 남자를 평가한다. 남편은 아내를 아내를 남편을 평생 평가한다. 도대체 무슨 기준으로 서로를 평가하고 점수를 매기는 것일까.과연 그들이 상대를 평가하는 기준은 자기 자신은 통과할 수 있는 기준 일까. 남을 평가할 시간에 자기 스스로를 돌아보며 스스로를 평가해보는 것이 어떨까. 타인에게 부족한 점을 찾지 말고 그럴 시간에 나만의 정리되고 균형 잡힌 세상을 꾸며나가는 것이 어떨까. 상대에게 사랑 받은 기억보다 내가 사랑했던 추억을 더 소중하게 여기면 어떨까. 부모도 나와 똑같은 욕망을 가진 부족한 존재라고 인정해주면 어떨까. 나보다 훨씬 나이든 사람도 나보다 어린 아이 같을 수 있다고 배려해주면 어떨까.

어떤 누구도 나와 같은 어설픈 생각을 주로 하는 부족한 사람이라고 인정하는 순간 우리는 스스로의 한정된 인생을 좀 더 나은 것으로 채울 수 있을 것이다. 스스로 빛나는 나를 만들어 갈 수 있는 멋진 생각을 하며 말이다.

자 이제부터라도 상대에게 너무 큰 기대를 하지 말고 살아 보자.

[정민우 듀오 회원관리부 총괄 본부장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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