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GTX-A가 닦아준 ‘일산의 눈물’

    2021년 03월 제 126호

  • 수도권광역급행철도(GTX) 등 교통 호재가 겹치면서 일산의 아파트 시세가 웬만한 서울 외곽 지역 시세를 추월할 기세다. 국토교통부가 경기도 고양 창릉지구 등 3기 신도시 교통망을 확충하기 위해 고양선 신설, GTX-A 노선 창릉역 신설 등 대책을 확정한 게 호재로 작용한 것이다.

    일산은 이미 학군 등 정주요건이 좋은 곳이었는데 약점이었던 교통 문제가 해결될 기미가 보이면서 그야말로 ‘불장’인 상황이다. 같은 1기 신도시로 출발했지만 3.3㎡당 매맷값이 두 배가량 벌어졌던 분당과의 격차를 빠르게 좁히는 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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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한국부동산원에 따르면 새해 들어 아파트 매매가격이 가장 많이 상승한 곳 2위와 3위는 경기 고양시 덕양구(6.21%)와 일산서구(5.08%)였다. 일산동구의 아파트 매매가도 4.33% 상승해 6위를 기록했다. 이는 ‘GTX’ 효과다. GTX는 경기, 인천 등 수도권 외곽에서 서울 도심을 연결하는 급행철도다. 지하 40m 이하에 터널을 뚫어 노선을 직선화하고 최고 시속 200㎞, 일반 지하철의 세 배 이상 빠른 속도로 운행해 수도권 전역에서 서울 도심까지 1시간 내 연결하겠다는 구상이다. A(파주~동탄)·B(남양주~송도)·C(양주~수원) 등 3개 노선이 계획돼 있다.

    개통이 가장 가까운 건 수도권 서북부와 동남부를 연결하는 A노선이다. 파주 운정을 시작으로 일산 킨텍스, 대곡, 연신내, 서울역을 거쳐 삼성, 수서로 이어지고 경기 성남, 용인, 동탄 등에 정차한다. 이르면 2023년 말 개통 때 일산에서 삼성역까지 17분, 파주에서 서울역까지 16분 각각 걸릴 예정이다.

    이 때문에 GTX-A 역이 들어설 곳에 위치한 주요단지들의 거래도 활황이다. 고양시 백석동 요진 와이시티 전용 103㎡는 작년 11월 12억9000만원에 거래됐다. 전달 같은 전용면적 매물이 10억9500만원에 거래된 것을 감안하면 한 달 새 매매가격이 2억원가량 오른 셈이다. 2023년 개통 예정인 GTX-A 노선 역세권인 고양 장항동 킨텍스원시티 3블록 전용 120㎡는 지난해 말 20억원에 매매 거래되며 ‘20억 클럽’에 가입했다.

    대형 평수라는 점을 감안해도 상징성이 크다. 이에 따라 국민평형인 84㎡의 매맷값도 15억원을 돌파할지 관심이 쏠린다. 15억원은 집값의 저항선으로 불리는 가격대다. 투기과열지구 내에서 이 가격을 넘는 주택은 주택담보대출이 아예 금지되기 때문이다. 지금까지 경기에서 84㎡ 기준 15억원을 넘은 사례는 과천, 분당·위례·광교신도시 등 일부 인기 지역에 국한됐다.

    전문가들은 이 일대에서 대출 금지선을 넘어서는 아파트가 늘어날 것으로 전망한다. 저금리로 불어난 유동성에 유망한 투자처를 찾는 수요가 교통망 확충 사업에 민감하게 반응하고 있다는 것이다. 유튜브 등 온라인으로 정보가 빠르게 공유되는 투자 환경도 집값에 영향을 주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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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올 들어 일산서구 5.08% 올라 전국 3위

    이상우 인베이드투자자문 대표는 2월 매부리TV에 출연해 올해 집값 상승이 가장 높을 곳으로 고양시를 지목하기도 했다. 그는 “가격 상승이 이렇게 ‘무한대’로 이뤄질 수 있느냐는 질문을 많이 받곤 하는데, 정말 이 추세로 가다간 무한대의 상승이 일어날 수도 있다”고 말했다. GTX-A 노선의 조성이 가장 빠를 뿐더러 이미 학군 등 정주 요건이 다 갖춰진 곳이기 때문이다.

    최근에는 급등세를 보이고 있지만 일산과 고양의 부동산은 오랜 기간 침체기를 맞았다. 경기도 고양시 아파트값은 2017년 1.40% 상승한 이후 하락 전환해 2018년에 0.29% 내렸고, 2019년에는 2.34% 하락했다. 특히 같은 1기 신도시였던 경기도 분당과 격차가 벌어진 건 주민들에게 큰 상실감으로 다가왔다.

    작년 11월 경제만랩이 KB국민은행의 부동산 리브온 주택가격동향을 살펴본 결과, 2017년 5월 문재인 정부 출범 당시 분당구의 3.3㎡당 아파트 평균매매가격은 2246만3000원, 일산동구는 1324만4000원으로 두 지역의 아파트 매매가격 격차가 922만원 수준이었다.

    그러나 지난해 10월 분당구의 3.3㎡당 아파트 평균매매가격은 3839만8000원으로 올랐지만, 일산동구는 1472만5000 상승한 것에 그치면서 두 지역의 아파트 가격격차는 무려 2367만3000원까지 벌어졌다. 지난해 10월께 분당에서는 전용 84㎡가 올해 13억원 이상에 팔렸지만 일산은 5억원 후반대에 그쳤다.

    작년 11월 국회 예산결산특별위원회에서 김형동 국민의힘 의원이 “현재 5억원 이하만 지원하는 디딤돌대출 요건을 완화할 필요가 있다”고 지적하자, 당시 김현미 국토부 장관은 자신의 집이 5억원 이하라며 수도권에 디딤돌대출을 통해 살 수 있는 집이 있다고 주장하면서 지역주민의 불만을 더 키운 일까지 벌어졌다. 김현미 장관이 언급한 자신의 집은 경기도 일산서구 덕이동에 위치한 하이파크시티 일산 아이파크 1단지 전용면적 146.6㎡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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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일산 집값이 꿈틀대는 것은 지난해 하반기부터다. 작년 7월 말 임대차2법(전월세상한제·계약갱신청구권)이 시행되면서 전세 매물이 급감하자 전세가가 급등하며 매매가를 밀어올린 데다 전세난에 지친 젊은이들이 아파트를 사들이며 집값이 들썩였다. 지난해 경기도 고양시 아파트값은 13.05% 상승했는데 그중 하반기에만 9.44% 올랐다. 김학렬 스마트튜브 소장은 “매물이 많지 않은 상황에서 간간이 신고가로 거래되고 이게 바로 시세가 되고 있다”며 “임대차2법으로 수급이 많이 꼬였는데, 양도세 인하 등으로 당장 매물이 출현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고 말했다.

    특히 전세 시장 불안이 매매 시장 불안을 자극하고 있다. 전셋값이 매맷값을 밀어 올리면서 시세차익을 예상한 다주택자들이 세 부담에도 불구하고 매물을 내놓지 않는 것이다. 세입자들은 세입자대로 비싼 전·월셋값을 받아들이거나 현재 전세로 살고 있는 곳보다 하급지를 매매하는 상황으로 몰렸다.

    풍선효과도 영향을 미쳤다. 여경희 부동산114 수석연구원은 “작년 11월 경기도 김포시에 이어 지난달 파주가 규제지역으로 지정되면서 일산이 인근 지역에 비해 저평가됐다는 인식 때문에 실수요자뿐 아니라 투자 수요까지 유입됐다”며 “GTX 등 교통 호재에 더해 서울과 인접한 지역이어서 주변 지역과 ‘키 맞추기’를 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GTX발 호재는 일산에만 국한되는 건 아니다. 지난해 12월 28일 국토교통부가 GTX(수도권광역급행철도)-A 창릉역을 신설한다고 발표하면서 이 일대는 그야말로 ‘로또’를 맞았다.

    창릉역이 신설될 것으로 예상되는 곳과 가장 가까운 곳에 위치한 고양원흥동일스위트 아파트가 가장 주목을 받고 있는데 이 아파트 전용면적 84㎡는 창릉역 계획 발표 직전인 지난해 12월 28일 8억6000만원에 거래됐지만 같은 주택형이 지난달 5일 11억원에 거래됐다. 약 1주일 만에 2억원이 넘게 오른 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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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경기도 고양시 일산 킨텍스 일대 아파트 단지 모습.
    ▶작년 10월까진 평단가 분당의 절반 수준

    교통 호재에 서울 전세난 이탈 수요 합세


    이 아파트는 작년 초까지만 해도 6억원 선에서 거래됐다. 고양시 내에서 은평구나 마포구와 인접해 있는 편이지만 주목받지 못하던 지역이었다. 하지만 GTX-A 창릉역 신설로 가장 큰 수혜를 입게 됐다.

    3호선의 종점인 대화역과 GTX-A 킨텍스역 예정지 인근에 위치한 ‘킨텍스꿈에그린 아파트’ 전용면적 84㎡는 지난해 12월 26일 14억원에 거래됐다. 같은 GTX-A 노선 중 창릉역이 서울과 더 인접해 있기 때문에 최소한 킨텍스역 인근 아파트값 수준까지는 올라갈 것이라는 예상이다.

    GTX 정차역으로만 거론돼도 호가가 바로 뛰는 상황이다. 경기도 안산시 상록수역에 GTX-C 노선이 정차할 수 있다는 소문이 돌자 인근 아파트 값이 2억원 넘게 뛴 사례가 대표적이다. 상록수역과 인접한 월드아파트 전용면적 44㎡의 시세는 1월 2억8000만원에 그쳤지만 최근 호가는 4억원 후반대다. 한국부동산원조사에 따르면 안산시는 2월 둘째 주 경기도에서 집값이 가장 많이 올랐다.

    [김태준 매일경제 부동산부 기자]

    [본 기사는 매경LUXMEN 제126호 (2021년 3월) 기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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