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수억 명퇴금에 부러움 사는 은행원들

    2021년 03월 제 126호

  • 은행권에서 명예퇴직자 연령은 내려가고 보상금은 올라가는 현상이 강화되고 있다. 과거 ‘눈물의 명퇴’와는 사뭇 분위기가 달라지면서 은행 측은 비용절감을 위해, 은행원들은 ‘제2의 인생’을 위해 기꺼이 명퇴를 수용하는 분위기다.

    은행권 노사 협상에서도 명퇴 조건은 큰 이견 없이 타협점을 찾을 정도로 수월해졌다는 얘기도 솔솔 나온다. 이에 따라 억대 명퇴금을 받는 은행원들이 수두룩하며 이들 중 정보기술(IT) 전문가들은 핀테크 업체에서 서로 모셔가려고 줄을 서는 실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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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올해 명퇴자 2500명… 작년보다 41%↑

    올해 은행권(KB국민·신한·하나·우리·NH농협은행 기준) 명퇴 규모가 작년보다 41.1% 늘어난 2487명으로 집계됐다. 초저금리와 디지털 전환에 따른 은행들의 구조조정 의지와 거액의 명퇴금을 종잣돈으로 새 인생에 도전하는 은행원들의 이해관계가 맞아떨어지면서 명예퇴직자들에 대한 시선도 안타까움에서 부러움으로 바뀌고 있다. 시중은행들은 인력 구조조정을 위해 희망퇴직 신청 요건을 임금피크제 대상자(만 55세 이상)뿐만 아니라 젊은 층으로까지 확대하고 이들에 대한 보상 규모도 키웠다.

    국민은행이 5대 시중은행 가운데 명퇴 규모가 가장 크고 우여곡절도 겪었다.

    지난해 462명에서 올해 800명으로 1년 새 2배 가까이 증가했다. 기존대로면 올해는 1965~1968년생 대상인데 이를 1965 ~1973년생으로 확대했다. 특별퇴직금으로 23~35개월 월급과 학자금 또는 재취업 지원금 등을 제공한다.

    이 은행의 경우 당초 작년에 희망퇴직이 마무리될 것으로 예측했으나 노조와의 이견으로 일정이 다소 미뤄졌다. 노조 입장에선 코로나19 상황에서도 예상보다 좋은 실적을 거두는 데 직원들이 일조한 만큼 조건을 더 높이자는 주장이었다. 국민은행의 희망퇴직 접수 지연으로 이 은행 지점장 인사가 다소 미뤄지기도 했다. 그러나 별다른 논란 없이 마무리된 것은 노사 간 입장 차이가 크지 않았기 때문이다.

    국민은행 관계자는 “2008년부터 도입한 명예(희망)퇴직은 급변하는 환경변화에 적합한 인사 체계 구축과 희망하는 직원에 한해 제2의 인생 설계를 할 수 있도록 실시하고 있다”고 말했다. 신한은행에선 220명이 명퇴 이름으로 은행에서 짐을 쌌다. 지난해 250명보다는 규모가 약간 줄었다. 희망퇴직 신청 대상은 근속연수 15년 이상, 1962년 이후 출생자로, 출생 연도에 따라 최대 36개월 치 임금과 자녀학자금, 건강검진비, 창업지원금을 지원하기로 하는 등 작년과 같은 조건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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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우리은행은 468명이 희망퇴직을 했다. 전년까지 희망퇴직 신청이 임금피크제 대상자로 한정됐으나 이번에는 1974년생 책임자까지로 신청 범위가 확대되면서 신청 인원이 전년(326명)보다 140명가량 늘었다. 1965년생에게 24개월 치, 1966년생부터는 36개월 치 급여를 지급하고 이와 별도로 자녀학자금(1인당 최대 2800만원), 건강검진권, 재취업 지원금, 여행상품권을 지원한다. 하나은행과 농협은행에서는 2020년 12월 말에 은행원 각각 511명, 488명이 일찌감치 짐을 쌌다.

    하나은행은 만 15년 이상 근무하고 만 40세 이상인 일반 직원 285명이 ‘준정년 특별퇴직’ 제도를 통해 회사를 떠났다. 준정년 특별퇴직은 임금피크제 돌입 전 직원들을 대상으로 진행하는 희망퇴직으로 27~33개월 치 평균임금과 함께 자녀학자금(1인당 최대 2000만원), 의료비, 재취업·전직 지원금이 지급된다. 준정년 특별퇴직금으로 24~27개월 치 평균임금을 줬던 지난해보다 조건이 대폭 강화되면서 특별퇴직 인원은 전년 92명에 비해 3배 가까이 늘었다.

    하나은행에선 1965년생과 1966년생 일반 직원 226명도 특별퇴직했다. 이들은 각각 25개월 치, 31개월 치 평균임금과 자녀학자금, 의료비, 재취업·전직 지원금을 받았다.

    농협은행도 특별퇴직 보상을 대폭 늘리면서 이번 희망퇴직 신청자가 2020년(356명)보다 37% 늘어난 488명을 기록했다. 만 56세는 28개월 치, 만 54와 55세는 각각 37개월, 35개월 치를 지급하고 3급 이상 직원 가운데 1967∼1970년생은 39개월 치, 1971∼1980년생은 20개월 치 임금을 특별퇴직금으로 줬다. 여기에 전직 지원금도 추가로 지급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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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카카오뱅크는 앞으로도 지속적으로 경력 개발자 공채를 진행해 우수 인재를 대거 영입하겠다는 방침이다.
    ▶10억원 넘는 퇴직금 명퇴자 또 나오나

    하나은행에 다니던 김 모 씨는 지난 2019년 말 퇴직하면서 12억1200만원을 받았다. 급여 1억7500만원에 상여 5600만원, 우리사주조합 인출 900만원에 일반퇴직금과 특별퇴직금을 합쳐서 9억7200만원가량을 받았다. 김 씨는 해당연도 하나은행이 신고한 5억원 이상 보수자 상위 5명에 속했다.

    그만큼 요즘 은행을 떠나는 사람들 중 일부는 ‘로또’ 수령액 못지않은 돈을 받는다.

    올해도 작년과 마찬가지로 5억원 이상 거액의 퇴직금을 받는 은행원들이 속출할 것으로 예상된다. 매년 은행들은 연간 보수가 5억원 이상인 임직원 명단을 공개하는데 올해도 일부 명퇴 직원들은 이 명단에 포함될 것이란 예상이다.

    시중은행 관계자는 “지점장급으로 꾸준히 좋은 평가(S등급)를 받으면서 퇴직금 중간정산 없이 명예퇴직하는 경우 보상 규모가 은행장 연봉을 넘기도 한다”며 “2015년부터 명예퇴직 조건이 좋아지면서 상대적으로 젊은 일부 직원들은 명예퇴직 나이가 되기를 기다리는 경우도 있다”고 말했다.

    매년 은행들은 연간 보수가 5억원 이상인 임직원 명단을 공개하는데, 4대 은행 평균으로는 명퇴자의 전체 퇴직금 규모 평균이 8억원 수준이다.

    지난 2019년 명예퇴직한 일부 직원의 특별퇴직금을 포함한 전체 퇴직금은 10억원을 넘기도 했다. 지난해 은행들의 실적이 코로나19 영향으로 다소 줄어들기는 했으나 평가가 좋은 부장급 직원들이 중간정산을 하지 않았다면 올해도 10억원대 퇴직금을 수령하는 명퇴자가 나올 것이란 예상이다. 시중은행의 사업보고서를 종합하면 2019년 국민·신한·우리·하나은행에서 5억원 이상 보수를 받은 직원은 모두 17명으로 집계됐다.

    이들 은행별 평균 보수에선 하나은행이 11억8000만원으로 가장 많았고 이어 국민은행(8억6600만원), 신한은행(8억5400만원), 우리은행(7억9800만원) 순이었다. 일반 연봉을 빼고 평균 퇴직급여만 따져도 하나은행이 9억5600만원, 국민은행(8억800만원), 우리은행(7억6400만원), 신한은행(7억5400만원)으로 나타났다.

    퇴직금에는 통상 일반(기본)퇴직금과 특별퇴직금으로 구성된다. 은행들이 퇴직금 조건으로 평균임금의 몇 개월 치를 주겠다고 공고하는 것이 바로 특별퇴직금이다. 한 은행 관계자는 “대다수 은행이 최대 3년 치 임금에 자녀 학자금, 창업·전직 지원금 등으로 희망퇴직 조건을 후하게 주면서 자발적으로 은행을 떠나는 직원들이 늘고 있다”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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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희망퇴직, 금융지주 희비 갈라

    초저금리에 코로나19 사태로 은행을 포함한 금융지주들의 관심사는 비용 줄이기다. ‘영끌(영혼까지 끌어모음)’ 투자가 유행이라지만 금융당국이 신용대출 조이기에 나서고 있어 공격적인 영업이 사실상 불가능한 실정이기 때문이다. 특히 은행 입장에서 비용이 되는 지난해 명퇴비는 4대 금융지주의 희비를 갈랐다는 평가가 나오고 있다. 4대 금융지주의 총영업이익경비율(CIR)을 보면 실적 대비 명퇴 부담을 알 수 있다. 2020년 기준 CIR로 보면 하나금융과 신한금융의 비용이 크게 개선됐다.

    2019년 대비 작년 하나금융의 CIR는 50.3%에서 45.3%로, 신한금융은 같은 기간 46.1%에서 45.2%로 하락했다.

    KB금융은 2019년보다 소폭 떨어졌지만 여전히 50%대(54.7%)를 유지했다. 우리금융은 나 홀로 52%에서 55%로 올랐다.

    CIR는 은행의 경영 효율성을 나타내는 지표로, 영업이익에서 인건비 등 경비가 차지하는 비중이다. 이 수치가 높아질수록 경영상 효율성이 떨어진다는 뜻이다.

    이 같은 작년 CIR 추이는 희망퇴직 규모와 조건이 좌우했다는 평가다.

    KB금융이 50%대를 유지한 것은 지난해 은행을 중심으로 희망퇴직 규모가 크게 늘었고, 푸르덴셜생명 등 인수합병(M&A) 관련 일회성 비용 증가가 영향을 미쳤다는 분석이다. KB금융 관계자는 “그룹의 희망퇴직 등 특이 요인을 빼고 보면 CIR는 49.4% 수준”이라고 답했다.

    CIR가 눈에 띄게 개선된 하나금융의 경우 퇴직급여와 인건비 등이 전년 대비 모두 줄었다.

    우리금융은 작년 순이익이 전년 대비 떨어진 상황에서 판매관리비가 크게 늘어난 것이 CIR를 높인 계기가 됐다. 이 기간 인건비를 포함한 판매관리비는 3조6100억원에서 3조7540억원으로 증가했다.

    또 다른 금융권 관계자는 “희망퇴직처럼 일회성으로 큰 비용이 나가지 않는 이상 CIR는 매 분기마다 비슷한 수준을 보인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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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모바일 금융 플랫폼 ‘토스’를 운영하는 비바리퍼블리카가 올해 1분기에 300명 이상을 채용하겠다고 밝혔다.
    ▶은행원 짐 쌀 때 핀테크는 채용 늘려

    “은행원들 1년에 한두 번 볼까 말까입니다. 스마트폰으로 돈 송금 등 다하는데 굳이 은행 갈 필요가 없습니다.”

    이처럼 비대면·디지털 금융이 일상이 되면서 은행 영업점(점포) 수는 매년 감소하고 있고, 필요한 인력도 점점 줄고 있다. 이에 따라 은행들은 전년보다 더 좋은 조건을 내걸면서 희망퇴직자 대상을 확대하는 분위기다. 은행들의 디지털화가 더욱 빨라지고 있는 만큼 이 같은 현상은 그치지 않고 더욱 강화될 것으로 보인다.

    금융당국이 앞으로 은행들이 점포를 없앨 때 사전에 영향평가를 하고, 외부인이 참가해 검토하는 등 ‘장벽’을 쌓고 있지만 초저금리로 순익이 줄고 있는 은행 입장에선 어떻게든 몸집을 줄여야 살아남을 수 있다는 논리다. 은행들이 필요한 인력은 대부분 IT·디지털 인력이다.

    신규 채용의 경우 디지털 인력 등 전문 인력 채용에 더욱 중점을 두고 있어 사실상 은행 취업문도 점점 좁아지고 있다. 비디지털 인력에 대해선 채용의 문을 닫고, 한편에선 명퇴를 활성화하며 구조조정을 하는 양상은 계속된다는 뜻이다.

    반면 핀테크 기업의 경우 인재 영입에 공을 들이며 은행과의 ‘전면전’을 준비 중이다. 올해부터 마이데이터(본인신용정보관리업) 사업 시작 등에 따라 은행권과 핀테크 기업이 동등한 위치에서 경쟁하면서 핀테크 기업들이 인력 확충을 통한 기술 강화에 혈안이 돼 있다.

    핀테크 업체 ‘핀다’는 마이데이터 사업 인프라 확충과 신사업 박차를 위해 지난 1월 말까지 경력 개발자 공채 접수를 받았다. 애플 운영체제(iOS), 시스템 엔지니어, 보안정책 담당자 등 5개 부문에서 두 자릿수 이상을 모집했다.

    카카오뱅크는 금융서비스 혁신 역량 강화를 위해 올해 세 자릿수 경력직 채용을 실시한다.

    모집 분야는 ▲금융 IT 개발 ▲서버 개발 ▲리스크 ▲비즈니스 ▲서비스 기획 ▲준법 감시 ▲감사 ▲고객서비스 등 8개 분야로 세부 직무는 43개다.

    직원 복지에도 관심이 쏠린다. 만 3년 근속 시 1개월 유급 휴가와 휴가비 200만원을 제공하고 본인과 가족의 의료비와 건강검진을 지원한다.

    또 다른 인터넷은행 ‘케이뱅크’는 대출 영업 정상화 이후 개발 인력 충원 등 직원 채용에 힘을 쏟고 있으며 출범을 앞둔 비바리퍼블리카의 토스뱅크(가칭)도 올해 1분기에만 300명의 인력을 추가로 뽑는다.

    시중은행 명퇴 대상이 40대로까지 넓어진 것은 이 같은 이직처가 늘었기 때문이란 분석도 있다.

    은행권 관계자는 “디지털 가속화로 새로운 사업 아이템을 찾아 떠나는 직원들이 많아졌고 카카오뱅크나 케이뱅크 등의 인력 확대로 은행원의 이직처가 늘어났기 때문”이라고 밝혔다.

    모바일 금융플랫폼 ‘토스’를 운영하는 ‘비바리퍼블리카’는 오는 3월까지 330명을 채용할 예정이다. 특히 비바리퍼블리카는 토스뿐 아니라 토스인슈어런스·토스페이먼츠를 운영하고, 토스증권·토스혁신준비법인(가칭 토스뱅크) 출범을 앞두고 있는 등 몸집을 확장하고 있다. 이번 채용이 이뤄지면 토스와 전 계열사의 조직 규모가 올해 1분기 안에 1000명을 넘어설 것이란 예상이 나온다.

    금융권 관계자는 “은행의 디지털화로 은행들은 기술을 갖춘 젊은 인력들을 필요로 하고 있는데, 이들은 좀 더 자유로운 분위기를 선호해 핀테크 기업을 선호하는 추세”라며 “핀테크 기업에서는 필요에 따라 더 유연하게 채용 공고를 내고 파격조건을 내걸면서 인재 확보에 나설 수 있어 화제가 되고 있다”고 말했다.

    [문일호 매일경제 금융부 기자]

    [본 기사는 매경LUXMEN 제126호 (2021년 3월) 기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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