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질주하던 증시, 외국인·기관은 꾸준히 파는데… 금리·백신·실적이 3대 변수, 장기투자할 때

    2021년 03월 제 126호

  • 한국 증시가 질주하고 있다. 절대로 넘을 수 없는 벽 같았던 코스피 3000을 새해 벽두부터 돌파한 뒤 좀처럼 아래로 밀려나지 않고 있다. 코스닥 지수 또한 2000년 정보기술(IT) 버블이 터진 뒤 처음으로 1000을 장중 돌파하기도 했다. 지하철에 앉아서 ‘모바일트레이딩시스템(MTS)’을 들여다보는 광경은 일상으로 변모했고 누굴 만나도 주식을 주제로 대화의 꽃이 펼쳐지고 있다. 부동산에 밀려 찬밥 신세를 면치 못했던 주식이 올해만큼은 ‘국민 재테크’ 수단으로 떠올랐다. 상전벽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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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어떤 사람들은 드디어 부동산 위주로 구성된 자산 구조가 변화를 맞을 기회를 맞았다고 찬사를 보내기도 한다. 부동산은 생산으로 이어지지 않는 자산이라며 주식 투자 광풍은 긍정적인 신호라고 포장하기도 한다. 하지만 어떤 사람들은 과속 질주 뒤에는 반드시 사고가 난다며 경계하는 눈빛을 보낸다. 코스피가 국내 경제 체력보다 높다며 외국인 투자자와 기관투자가는 하락을 예상하고 꾸준히 선물시장에서 내다 팔고 있다.

    이들보다 정보가 부족한 개인들은 주가 상승을 예견하고 지수가 하락할 때마다 대규모로 매수에 나서고 있지만, 주의해야 하는 것만은 분명하다. 증권가 전문가들은 ▲미국 장기금리 ▲코로나19 백신 보급 ▲기업 실적 등의 변수를 눈여겨봐야 한다고 조언한다. 현재 주식 열풍이 다분히 지난해부터 시작된 유동성 공급에 따른 만큼 유동성 자체의 향방만으로 주가는 크게 흔들릴 수 있기 때문이다. 코로나19 백신 또한 마찬가지다. 세계 각국의 중앙은행은 코로나19 확산이 수그러들면 어느 순간 긴축 버튼을 누르려고 할지도 모른다. 기업 실적이 확연하게 ‘V자’ 반등을 이뤄낸다면 추가 유동성 공급에 대한 명분이 약해질 것이다. ‘유동성 장세’를 대응하려면 유동성을 거두는 ‘사람’의 눈길이 어디로 향하는지 반드시 주의 깊게 봐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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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美 장기금리 상승 괜찮을까

    미국 장기금리는 유동성 흐름을 결정할 때 사용하는 핵심 지표다. 대체로 미국 10년물 국채금리를 장기금리라고 하는데, 이를 가지고 경기를 판단하니 투자자는 반드시 눈여겨봐야 한다. 만약 장기금리가 빠르게 오르면 연방준비제도(연준·Fed)는 인플레이션을 막기 위해 유동성 회수를 고민하기 때문이다. 다소 복잡해 보이지만 이는 생각보다 단순한 원리에 따른 것이다. 금리는 쉽게 말해서 ‘돈의 가격’이다. 시장에서 돈이 많이 필요하면 앞다퉈 금융기관은 돈을 빌려줄 때 높은 값을 받으려고 하는데, 이것이 바로 ‘금리(이자율)’다. 물론 돈의 가격은 여느 재화와 마찬가지로 수요뿐만 아니라 공급에 따라 움직이기도 한다. 앞서 사례는 물론 수요에 따라 금리가 움직이는 것이다. 대체로 우리가 말하는 인플레이션은 이런 이유로 발생한다. 이와 별개로 금리는 돈의 공급에 따라 움직이기도 한다. 중앙은행이 돈을 시장에 빠르게 풀면 돈의 가치는 떨어지고 금리는 하락한다. 반대로 시중에 풀린 돈을 중앙은행이 회수하면 금리가 상승하는 것은 당연하다.

    2월 들어 미국 장기금리(10년물 국채금리)는 1.3% 안팎으로 올라왔다. 지난해 3월 세계보건기구(WHO)가 코로나19 대유행을 선언하기 직전 미국 장기금리는 1.3% 수준이었다. 미국 장기금리가 1.3%를 넘어선다면 이는 미국 경기가 코로나19 사태를 극복했다는 것을 의미한다. 연준은 당연히 긴축 카드를 고민할 수밖에 없는 것이다. 지난해 전 세계 증시는 전 세계에 풀린 달러의 힘으로 ‘V자’ 반등에 성공했다. 만약 연준이 돈을 회수한다면 금융시장은 요동칠 수밖에 없다. 이미 미국 장기금리 수준만 봤을 때는 유동성 회수가 목전에 달한 것처럼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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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미국 연방준비제도(Fed·연준)가 경제 회복까지는 갈 길이 멀다며 현재 수준의 통화 완화 정책을 유지하겠다고 밝혔다. 사진은 제롬 파월 미국 연방준비제도 의장.


    변수는 남아있다. 연준은 다른 나라의 중앙은행과 달리 특별한 정책 목표를 하나 더 가지고 있다. 바로 고용 확대다. 전 세계 중앙은행은 ‘물가 안정(인플레이션 방지)’을 정책 목표로 설정하고 기준금리를 결정하지만, 연준만큼은 고용을 늘리는 역할을 추가로 담당하고 있다. 고용은 경기가 확장 국면에 접어들면 늘어나는 것인데, 과도한 인플레이션은 또한 억제해야 하니 연준의 셈법은 복잡해질 수밖에 없다. 지난 1월 미국 실업률은 6.3%. 지난해 4월 14.8%까지 치솟았던 것을 감안하면 빠르게 안정화되고 있지만, 여전히 높은 수준을 유지하고 있다. 지난해 3월 코로나19 대유행 직전 미국 실업률은 4.4%에 그쳤기 때문이다. 연준이 유동성 회수에 나서기에는 여전히 갈 길이 멀다는 뜻이다. 만약 미국 실업률이 코로나19 대유행 이전 수준까지 떨어진다면 연준은 유동성 회수를 심각히 고민하기 시작할 것이다. 다만 제롬 파월 연준 의장이 지난해 9월 ‘제로금리(기준금리 0.00~0.25%)’를 2023년까지 유지하겠다고 공언한 것은 기억해 둬야 한다. 연준은 전 세계 금융시장을 좌우하는 공적 기관이기 때문에 특별한 사정이 없으면 말을 뒤집지 않는다. 물론 파월 의장의 임기가 2022년 2월까지인 것은 감안해야 하지만, 연준이 갑자기 긴축으로 돌아설 가능성은 여전히 낮다고 보면 된다.

    문제는 한국이다. 한국 정부는 최근 들어 재난지원금 재원을 국채를 발행해 조달하겠다고 밝혔는데, 이는 필연적으로 인플레이션을 유발할 수 있다. 국채를 발행하면 국채 가격이 떨어지고 이는 국채 금리 상승으로 귀결된다. 국채 수급 변화로 일시적인 금융시장 혼란이 발생하면 연준과 무관하게 한국 금융시장이 발작 증세를 보일 수 있다. 물론 정부가 발행한 국채를 한국은행이 인수하는 방안까지 나오고 있는데, ‘가보지 않은 길’에 불안함을 느끼는 투자자들이 여전히 많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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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코로나19 백신 보급은 어떻게

    영원히 질주할 것만 같았던 코스피는 올해 2월부터 힘을 받지 못하고 있다. 외국인과 기관이 주식 가격이 지나치게 오른 것을 경계해 꾸준히 팔아 치우고 있기 때문이다. 개인투자자가 이들이 던지는 물량을 받아들이고 있지만 이른바 ‘동학개미(국내 주식에 직접투자하는 개인투자자)’만으로는 힘에 부칠 수밖에 없다. 그렇다면 과연 어떤 이유로 최근 들어 한국 증시가 주춤하게 된 것일까. 이 같은 배경에는 바로 코로나19 백신의 보급이 깔려 있다.

    한국 증시가 지난해 연말부터 급격히 주목을 받은 배경에는 이른바 ‘K방역’의 성공이 깔려있다. 미국과 유럽, 일본 등 선진국보다 효과적으로 코로나19 확산을 저지하면서 국내 기업 실적은 빠르게 회복하기 시작했다. 다른 나라가 여전히 코로나19의 늪에서 헤어나지 못하고 있을 때 한국이 독주하는 모양새를 연출하니 투자 심리를 자극할 수밖에 없었다. 특히 개인투자자의 활약이 두드러졌다.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지난해 연간 기준으로 외국인이 유가증권시장에서 팔아 치운 금액만 24조5652억원어치에 달한다. 기관이 25조5372억원어치를 같은 기간 순매도했으니 주가 지수는 떨어져야 정상이었다.

    한국 증시를 떠받친 주체는 개인이었다. 지난해 한 해 동안 유가증권시장에서만 47조4907억원어치를 사들인 것이다. 당분간 경기가 바닥을 칠 것으로 예상한 외국인과 기관이 주식을 팔 때 개인이 이를 받아들이며 코스피를 끌어올린 것이다. 이른바 ‘K방역’으로 다른 나라보다 경기가 양호한 수준을 유지했고, 개인은 코로나19 사태를 곧 헤쳐 나갈 것으로 판단해 과감하게 주식에 올인했다. 부동산 가격이 최근 지나치게 빠르게 급등해 반발 심리가 퍼진 것도 한몫하기도 했다. 코로나19 사태가 백신 개발과 함께 진정세를 보이자 외국인 또한 올해부터 한국 증시에서 순매도 규모를 줄이고 있다. 올해 들어 지난 2월 17일까지 기관은 유가증권시장에서 21조7954억원어치를 팔았지만, 외국인은 4조2469억원어치 순매도에 그쳤다. 기관은 연기금의 주식 비중이 늘어 기계적인 매도로 일관했다면 외국인 매도세는 다소 진정된 것으로 보인다. 여전히 선진국보다 코로나19 감염률이 낮은 수준에 머물고 있고 백신 또한 개발됐으니 금상첨화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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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옥스퍼드 아스트라제네카 COVID-19 백신


    분위기는 최근 선진국을 중심으로 코로나19 백신 접종이 속도를 내면서 전환되기 시작됐다. 점차 미국, 유럽, 일본 등 선진국을 중심으로 코로나19 백신이 효과를 내기 시작하면서 ‘K방역’ 프리미엄은 급속도로 힘을 잃고 있다. 최유준 신한금융투자 연구원이 2월 18일 발표한 보고서 <외국인 수급은 리플레이션에 무게>에 따르면 국내 증시서 외국인의 영향력은 1월 중순부터 확대하기 시작했다. 올해 들어 코스피가 3100 안팎에서 횡보를 이어가자 개인의 주식투자 열풍은 다소 진정된 반면, 약달러와 저금리를 피해 외국인 패시브 자금이 한국 증시로 밀려온 결과다.

    물론 지난해 연말과 같이 한국이 코로나19 방역에서 독보적인 성과를 냈다면 한국 증시가 더욱 힘을 받을 수 있었겠지만, 최근 코로나19 백신 보급과 함께 분위기는 바뀌고 있는 것이다. 최 연구원은 “선진국을 중심으로 코로나19 백신 접종이 빨라지면서 국가별 ‘키 맞추기’ 장세가 지속되고 있다”면서 “올해 초까지만 해도 백신 접종 속도와 효과에 의구심이 있었지만 이스라엘에서 효과가 나타나면서 우려가 사라지고 있다”고 밝혔다. 이스라엘 다음으로 백신 접종에 열을 올리고 있는 영국의 경우 이미 접종률이 20%를 넘어섰고 주가 지수 또한 반등하기 시작했다. 아무래도 코로나19 백신 보급에 따라 선진국으로 ‘머니 무브’가 일어나면 올해 들어 가장 빠르게 오른 한국 증시는 당분간 조정을 거칠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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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기업들 실적은 반등에 성공했나

    지난 1월 말부터 한국 기업들은 속속 지난해 잠정실적을 발표하고 있다. 국내 기업들의 실적을 판단하려면 삼성전자를 먼저 보면 된다. 올해 삼성전자가 코스피에서 차지하는 비중은 24%에 달한다. 삼성전자 실적이 좋으면 외국인은 한국 증시를 양호하게 보고 투자를 결정할 수 있다. 외국인 자금 대부분이 패시브 펀드인 것을 감안하면 외국인 수급은 삼성전자가 결정한다고 보면 된다. 일단 지난해 삼성전자가 내놓은 성적은 ‘A+’였다. 지난 1월 발표한 삼성전자 잠정실적에 따르면 연결 기준으로 지난 한 해 동안 거둬들인 영업이익은 무려 35조9939억원에 달한다. 2019년보다 무려 29.62% 급등한 것이다. 지난해 코로나19 사태로 전 세계 경기가 급락했던 것을 감안하면 놀라운 실적이었다.

    삼성전자의 올해 실적 전망 또한 밝다. 금융정보업체 에프앤가이드가 증권사 예상치를 집계한 결과 올해 삼성전자는 영업이익으로 45조9433억원을 거둘 것으로 예상된다. 무려 지난해보다 27.64% 늘어난 수치다. 특히 디램(DRAM) 경기가 상승 추세에 접어든 것이 고무적이다. 삼성전자가 미래 먹거리로 육성하고 있는 반도체 파운드리(위탁 생산) 분야 또한 급속히 경쟁력을 높이고 있는 모양새다. 당분간 삼성전자의 힘으로 한국 증시가 힘을 받을 것으로 예상되는 이유다. 서승연 흥국증권 연구원은 “업황 전체를 훼손하는 수준으로 투자를 집행할 가능성은 낮아 당분간 디램 가격의 상승은 계속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서 연구원은 또한 “파운드리 부문은 공정 난이도가 높아지고 제반 비용이 늘고 있어 후발업체가 진입하기에 기술 장벽이 높아진 상태”라고 덧붙였다. 삼성전자가 이른바 ‘경제적 해자’를 확실히 구축한 만큼 투자 매력은 충분하다는 분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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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서울 중구 하나은행 본점 딜링룸에서 딜러들이 업무를 보고 있다.


    삼성전자 반등에 힘입어 한국 기업 전반으로 온기는 확산되고 있다. 에프앤가이드에 따르면 올해 유가증권시장 상장사 순이익 전망치는 지난해보다 52.02% 늘어날 것으로 집계됐다. 이는 지난해는 물론 2019년 수준을 넘어서는 수치다. 한국 기업이 역대급 호황을 누리던 2018년 수준으로 단숨에 복귀하는 것이다.

    한국 기업의 미래 또한 외국인들이 높게 평가하고 있다. 미래 성장산업으로 꼽히는 이른바 ‘BBIG(바이오·배터리·인터넷·게임)’가 한국 시가총액 상위권을 휩쓸고 있는 것이다. 국내 대기업들이 코로나19 사태 와중에도 과감하게 성장 산업에 투자하면서 미래 산업으로 빠르게 전환하고 있는 것이다. 대표적인 기업이 LG화학이다. 그동안 소재 산업 위주의 사업 구조를 보유하던 LG화학은 배터리 자회사 LG에너지솔루션을 분할하면서 더욱 사업 확장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SK하이닉스, 삼성바이오로직스 또한 지주사가 오너의 경영 판단에 따라 과감한 자본재배치로 신사업에 진출해 성공한 사례로 꼽힌다. 현대차는 정의선 회장이 지난해 10월 취임한 뒤로 빠르게 미래차 혁신을 추진하면서 투자자들의 호평을 받고 있다. 한국 기업처럼 안정적인 실적과 높은 성장성을 함께 보유하는 사례는 미국 정도에서만 찾을 수 있다. 코로나19 사태를 넘어 ‘비욘드 코로나19’를 판단하고자 한다면 한국 기업을 면밀히 분석해 보면 답은 나올 것 같다. 올해 들어 한국 증시가 다소 주춤하고 있지만, 우량 기업을 골라 장기투자한다는 투자 원칙을 지킨다면 결코 미래는 어둡지 않을 것이다.

    [김규식 매일경제 증권부 기자]

    [본 기사는 매경LUXMEN 제126호 (2021년 3월) 기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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