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버는 만큼 빌려라’ 강화되는 대출 규제, 전세대출에 DSR 적용하고 신용대출 분할상환까지

    2021년 03월 제 126호

  • 올해는 대출 문턱이 더욱 높아질 전망이다. 정부가 대출자의 전체 빚과 소득을 파악해 상환 능력에 따라 돈을 빌려주는 총부채상환비율(DSR)을 전체 대출에 적용하겠다고 밝히면서다. 일정 금액이 넘는 고액신용대출을 나눠 갚도록 하는 방안도 추진된다. 정부가 DSR 규제를 확대하는 이유는 우리나라 가계부채가 급격히 증가하고 있다고 판단해서다. 한국은행에 따르면 은행 가계대출 잔액은 지난해 말 988조8000억원으로 1년 사이 100조5000억원이나 늘었다. 2004년 통계를 작성한 이후 최대 증가폭이다. 증가 속도도 빠르다. 지난해 가계대출 증가율은 5년 만에 두 자릿수(10.2%)를 기록했다.

    가계부채가 급격히 증가하는 데엔 저금리에 코로나19로 풍부한 유동성이 풀리면서 부동산과 주식 등 자산가격이 급격히 상승했기 때문으로 분석된다. 이에 ‘패닉바잉(공포구매)’과 ‘빚투(빚내서 투자)’ 수요가 늘어났다.

    대출 규제 외에 새롭게 바뀌는 대출 상품도 있다. 금융위는 청년과 신혼부부 등을 위한 40년 장기 모기지 상품을 올 하반기 내놓을 예정이다. 이는 목돈이 부족한 청년들이 주택을 구매하는 데 도움이 될 수 있다. 연 2%대 금리로 빌릴 수 있는 청년 전·월세 지원도 확대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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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DSR?… “버는 만큼 빌려라”

    우선 금융위원회는 총부채상환비율(DSR)을 주택담보대출 등 전체 대출로 확대하기로 방향을 잡았다. DSR는 주택담보대출, 비주택담보대출, 신용대출, 전세보증금담보대출, 기타대출 등 거의 모든 빚의 연간 원리금 상환액을 연간소득으로 나눈 비율이다. 쉽게 말하면 대출을 받을 때 대출자의 소득 등을 엄밀히 따져 상환능력을 보겠다는 의미다.

    은성수 금융위원장은 지난 2월 17일 열린 국회 정무위원회 전체회의에서 “가계대출은 자신의 능력 범위 내에서 받으면 된다”며 “2월 말이나 3월 초 금융위와 금감원이 협의해서 가계대출을 안정화할 정책을 내놓을 예정”이라고 했다. 지금은 주택담보대출을 받을 때 총부채상환비율(DTI)이 적용된다. 총부채상환비율은 주택담보대출 원리금과 기타부채 이자를 더해 연간 소득으로 나눈 비율이다. DSR가 이자뿐만 아니라 원금까지 포함되는 점을 고려할 때 DSR를 적용하면 대출 문턱이 더욱 올라간다. 정부는 지금까지 금융사의 평균 DSR와 소득의 70%가 넘게 원리금을 상환하는 이른바 ‘고(高)DSR 대출자’의 대출 비중을 업권별로 관리해왔다. 시중은행은 DSR를 ‘평균 40% 이하’로 관리한다. 예컨대 은행이 A씨에게 DSR 60%를 적용해 돈을 빌려줬더라도, B씨에게 DSR 20%를 적용했다면 문제가 없다. 금융사별로 평균 DSR 기준이 조금씩 다른데, ▲특수·지방은행 80% ▲카드사 60% ▲보험 70% ▲저축은행·캐피털사 90% ▲상호금융 160% 등이다.

    ‘고(高)DSR 대출자’ 대출 비중은 업권별로 관리된다. DSR 70% 넘는 대출과 90% 넘는 대출이 그 대상이다. 금융위는 지난해 말 은행권 고위험 대출을 엄격하게 관리하려 고DSR 대출 비중 관리 기준도 강화했다. DSR 70%의 경우 시중은행은 5%, 특수·지방은행은 15% 이내로 관리해야 한다. DSR 90% 넘는 대출의 경우 시중은행 3%, 지방·특수은행이 10% 이내로 관리한다.

    대출자별 DSR 규제는 더 좁게 적용한다. 현재 주택담보대출의 경우 투기지역과 투기과열지구에서 9억원 이상 아파트를 샀을 때만 DSR 40%(비은행권 60%)가 적용된다.

    지난해 11월부턴 주택담보대출이 없어도 소득 8000만원 넘는 사람이 1억원 이상 신용대출을 빌렸을 때도 DSR 40%가 적용된다. 금융위는 DSR 규제를 조금씩 넓혀 대출자별로 적용할 계획이다.

    DSR 기준은 40% 안팎에서 결정될 가능성이 크다. 매년 갚아야 할 원금과 이자 총액이 연 소득의 40%를 넘지 않는 선에서 대출을 받을 수 있다는 의미다.

    DSR 계산 방식을 살펴보자. 예를 들어 연소득 6000만원인 직장인이 연 3% 금리로 7000만원으로 신용대출을 받았고, 원리금균등상환방식으로 연 3% 금리 주택담보대출 3억원을 빌렸다고 가정해보자. 신용대출 원금은 DSR 계산 시 10년간 나눠 갚는 것으로 본다. A씨는 신용대출만으로 한 해 910만원을 갚아야 한다. 주택담보대출 원리금 1517만원을 더하면 연간 대출 원리금 상환액은 2427만원이 된다. 이 사람의 DSR는 40.45%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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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미래 소득 따진 DSR, 청년들에게 유리… 자영업자는 ‘갸우뚱’

    DSR 확대는 대출 규제가 강화된다는 의미지만, 현재 소득이 없는 청년들에겐 유리할 수도 있다. 금융위는 소득이 적은 청년과 일시적 소득 감소자에겐 융통성 있게 DSR를 적용하기로 했다.

    우선 금융위는 적은 소득 탓에 대출을 받기 어려운 청년의 미래예상소득을 산출할 수 있는 제도를 만든다. 앞으로 근로소득이 늘어날 청년의 대출액을 현재 임금 수준으로 정하는 게 비합리적인 탓이다. 예를 들어 연봉 5000만원을 받는 30세 청년이 20년 만기 주택담보대출을 받을 때, 현재 소득이 아닌 경제 활동을 계속해 20년 뒤 연봉 1억원을 받을 수 있다고 가정해 대출액을 산정하는 것이다.

    반면 연봉 1억원을 받는 65세 노인은 더 이상 경제활동을 하기 어려워 받을 수 있는 대출액이 줄어들 수 있다. 대출 신청 시 금융사가 상환 일정 정보를 주고 이에 맞는 ‘상환계획서’를 받는 방식도 가능하다.

    다만 소득이 일정하지 않고 불투명한 자영업자의 소득을 어떻게 산정할지가 관건이다. 자칫 DSR 제도에서 자영업자가 불리한 처지에 놓일 수 있어서다. 이 때문에 소득산정 기준을 정교하게 하는 것도 중요하다. 특히 우리나라의 경우 전체 일자리의 20%가 자영업자이기 때문에 이같은 논의가 중요하다. 금융당국은 기존에 사용하던 카드결제 승인액을 포함해 소득을 정확히 파악할 수 있는 세금 등의 보조 지표를 적극 개발할 계획이다.

    자영업자에도 “신고한 소득만큼 대출을 받아라”라는 원칙이 적용된다. 보통 세금 등의 우려로 자영업자들이 소득 신고를 피하는데, 소득이 적게 잡히면 대출도 조금밖에 받지 못한다. 대출을 제대로 받으려면 정확한 소득 신고가 필수라는 의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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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고액 신용대출, “원금 분할상환해라”

    일정 금액 이상 신용대출을 받으면 이자와 함께 원금까지 갚는 분할상환제도도 도입된다. 지금까지 신용대출(마이너스통장 포함)은 매달 이자를 내다가 만기에 원금을 한꺼번에 갚았다. 그런데 이를 주택담보대출처럼 이자와 원금을 동시에 상환하는 방식으로 바꾼다는 의미다.

    예를 들어 1억원을 연 3%의 신용대출로 5년간 빌리면 지금까지는 매달 이자 25만원만 냈다. 분할상환제도가 도입되면 매달 180만원씩 갚아야 한다. 고액 신용대출 기준은 정해지지 않았지만, 현재 금융위는 1억원 이상 신용대출의 경우 차주별 총부채원리금상환비율(DSR)을 적용한다.

    이 같은 소식이 전해지며 시장이 혼란스러워지자 금융위는 질의응답 자료를 별도로 내기도 했다. 이번 원금 분할상환 신용대출엔 마이너스통장은 제외됐다. 마이너스통장은 약정 한도 내에서 필요할 때 꺼내 쓰는 방식이라 분할상환이 불가능하기 때문이다.

    기존 대출을 갱신할 때는 분할상환 방식을 적용하지 않기로 했다. 원금 전체를 나눠 갚을지, 일부 금액만 우선 갚으면 되는지 등은 정해지지 않았다. 금융위 관계자는 “차주 상황을 고려해 원금 일부에 대해 단계적으로 분할상환하는 방식을 검토하겠다”고 밝혔다.

    제도 도입 전에 신용대출을 받으려는 수요가 한때 폭증하기도 했다. 한국은행에 따르면 1월 가계대출은 7조6000억원 증가했다. 2004년 통계 작성 이후 1월 중 역대 최대 증가치다. 이 중 신용대출은 은행권에서 2조3000억원 늘었다. 금융권 전체로 따지면 4조3000억원 늘었다. 특히 KB국민·신한·하나·NH농협·우리은행 등 5대 은행에 따르면 1월에만 마이너스통장이 4만3000개 개설됐다.

    하지만 은행 신용대출 문은 점차 좁아지고 있다. 각 은행은 대출 한도를 낮추거나 금리를 인상하는 방식으로 대출을 옥죄고 있다. 신한은행은 ‘엘리트론Ⅰ·Ⅱ’ ‘쏠편한 직장인대출SⅠ·Ⅱ’ 등 직장인 대상 신용대출 4개 상품의 건별 최고 한도를 각각 2억원에서 1억5000만원, 1억5000만원에서 1억원으로 줄였다.

    우리은행은 ‘우리 주거래 직장인대출’ ‘우리 스페셜론’ ‘우량협약기업 임직원 신용대출’ ‘우리 로얄 그룹 대출’ ‘우리 금융인클럽 대출’ ‘신혼부부 우대대출’ 등 6개 마이너스통장 대출 상품의 최고 한도를 기존 1억원에서 5000만원으로 각각 줄였다.

    KB국민은행과 하나은행 등 다른 시중은행들도 지난해부터 신용대출 한도를 줄이고 금리를 높여왔다.

    인터넷전문은행들도 상황은 비슷하다. 카카오뱅크는 고신용 직장인 대상 신용대출 상품의 최대한도를 1억5000만원에서 1억원으로 낮추고 금리를 0.34%포인트 인상했다. 케이뱅크도 직장인 대상 신용대출과 마이너스통장 대출 최저 금리를 각각 0.2%포인트, 0.1%포인트 높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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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은성수(왼쪽) 금융위원회위원장과 윤석헌(오른쪽) 금융감독원장이 DSR(총부채원리금상환비율) 강화를 골자로 한 ‘가계부채 선진화 방안’을 조만간 발표한다는 계획을 밝혔다.
    ▶정부, 40년 초장기 주택담보대출도 도입

    정부는 대출 규제 외에 ‘당근’으로 40년 초장기 주택담보대출(모기지)도 도입한다. 도입 시기는 올해 하반기로 예상된다. 이 상품이 도입되면 매달 갚을 원리금 부담이 줄고 전체 대출한도가 늘어난다. 목돈이 부족한 청년과 신혼부부가 집 마련을 보다 쉽게 할 수 있을 것이란 기대가 나온다.

    은성수 금융위원장은 최근 기자간담회에서 “대출만 가지고 어떻게 집을 사느냐는 말이 있다”며 “30·40년 모기지를 도입해 매달 월세를 내면 30·40년이 지나면 자기 집을 마련하는 것을 검토할 시기가 됐다”고 말했다.

    이 상품은 기간이 늘어날수록 금리가 높아지는 구조다. 하지만 매달 갚아야 하는 원리금이 줄어든다. 현재 주택금융공사는 최대 30년 모기지를, 시중은행은 최대 35년 모기지를 운영한다. 금융위는 주금공을 통해 40년 정책 모기지를 시범 운영한 뒤 시중은행 등으로 이를 확대할 계획이다.

    신청 요건은 다른 정책금융상품과 같을 가능성이 크다. 현재 주금공 보금자리론은 연소득 7000만원 이하(신혼부부 8500만원 이하), 6억원 이하 주택(시세)이어야 한다.

    실제 박수영 국민의힘 의원실이 시뮬레이션한 결과 40년 모기지를 도입하면 매달 갚아야 하는 원리금이 15% 이상 줄어드는 것으로 나타났다. 예컨대 주택 가격이 3억원이고 주금공이 운영하는 보금자리론에 최대 주택담보대출비율(LTV) 70%를 적용하면 대출금은 2억1000만원이다.

    금리는 현행 30년 모기지의 경우 연 2.55% (고정)이지만 40년 모기지의 경우 연 2.58 %로 0.03%포인트가 올라간다. 30년 모기지의 월 원리금 상환액은 83만5000원이지만 40년으로 늘어나면 70만2000원으로 낮아진다. 월 상환 부담액이 15.9% 줄어든 셈이다. 이자 부담은 전체적으로 5600만원 늘지만, 당장 상환 부담이 줄어 청년들에게 유리하다는 것이다.

    40년 모기지가 도입되면 기존보다 대출 가능한 금액도 늘어난다.

    특히 대출자별 DSR 40%를 적용하면 차이가 커진다. 우선 금리가 연 2.5%라고 가정하고 연봉 8000만원인 대출자가 신용대출로 1억원을 빌리면 30년 모기지의 경우 총 4억1100만원을 빌릴 수 있다.

    반면 40년 모기지로 빌릴 땐 4억9200만원까지 가능하다. 모기지 기간이 10년 늘어나면서 8100만원을 더 빌릴 수 있는 셈이다.

    만 34세 이하 청년들을 위한 전·월세 지원도 확대된다. 금융위는 현재 4조1000억원으로 정해져 있는 한도를 폐지하고 1인당 받을 수 있는 금액을 높이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

    청년 전·월세 대출 지원을 받으려면 만 34세 이하 무주택 가구주 중 본인과 배우자 합산 연소득이 7000만원 이하여야 한다. 조건을 충족하면 연 2%대로 전세대출을 받을 수 있다.

    단 수도권 5억원 이하, 수도권 외 지역은 3억원 이하 주택이어야 한다. 개인별 대출 한도는 보증금 7000만원(월세 50만원)이다. 하지만 지난 2019년 5월 도입된 이후 전셋값이 급등하면서 정부가 제도를 재검토하기 시작했다.

    분할상환 전세대출도 활성화된다. 전세대출은 보통 2년 만기로 일시에 상환하는 구조다. 이 역시 고액 신용대출처럼 미리 조금씩 갚게 해 이자 부담을 줄이겠다는 게 금융당국 생각이다.

    현재 주금공이 분할상환 전세대출을 운영하고 있는데, 민간보증기관인 SGI서울보증보험도 같은 상품을 공급할 계획이다. 금융위는 또 분할상환 전세대출을 많이 취급한 은행에 주택신용보증기금 출연료를 낮춰주는 등 유인책을 줄 계획이다. 분할상환 전세대출도 은행의 분할상환 대출 실적으로 인정하는 방안도 검토 대상이다. 금융위는 분할상환 주택담보대출 비중 등을 파악하고 있다.

    [이새하 매일경제 금융부 기자]

    [본 기사는 매경LUXMEN 제126호 (2021년 3월) 기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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