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건강·다이어트 이유로 판 커지는 무알코올 맥주 시장 “맛에 취하고 분위기에 취하는데 몸은 안 취하네”

    2021년 03월 제 126호

  • 음주 문화가 변하고 있다. 과거에는 취하기 위해서 마셨다면 요즘은 딱 적당히 기분 좋게 마시는 문화가 퍼지고 있다. 주류 문화가 변화한 이유는 코로나19로 인한 집콕 생활로 홈술, 혼술 인구가 늘어났기 때문이다. 지난해 9월 농림축산식품부와 한국농수산식품유통공사(aT)가 발표한 <2019 주류시장 트렌드 보고서>에 따르면 코로나19 이후 술 마시는 장소에 변화가 있었다고 답한 응답자는 65.7%였다. 이 중에는 음주 장소를 집으로 바꾼 사람들이 87.3%로 압도적으로 많았다. 주류 문화의 변화와 더불어 건강, 다이어트 등을 이유로 주류를 대체할 무알코올 음료에 눈을 돌린 소비자들이 늘고 있다.

    변화에 힘입어 무알코올 주류 시장이 뜨고 있다. 특히나 대표적인 무알코올 주류인 무알코올 맥주의 인기가 높다. 코로나19 상황은 무알코올 맥주 시장을 성장시키는 주요 요인이 되고 있다. 특히 건강에 대한 관심이 커지면서 알코올과 칼로리 문제에서 비교적 자유로운 무알코올 주류에 대한 인기가 커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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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국내 주세법은 알코올 도수 1% 이상인 제품에 대해서만 ‘법적 주류’로 인정하고 있다. 1% 미만 맥주는 ‘탄산음료’나 ‘혼합음료’로 분류된다. 통칭해서 무알코올 주류로 부르고 있지만 정확히는 알코올이 전혀 없는 ‘무알코올(Alcohol Free)’과 1% 미만 알코올이 들어간 ‘비알코올(Non Alcoholic)’로 구분된다. 법적으로 주류가 아닌 음료에 해당하기 때문에 온라인 통신판매 등이 가능하다. 다만 청소년보호법, 어린이식생활안전관리특별법 등에 따라 주류로 분류돼 미성년자는 살 수 없다.

    따라서 온라인상에서 성인 인증을 받은 소비자만 구매가 가능하다. 또한 통칭해서 무알코올로 부르고 있지만, 1% 수준의 소량의 알코올이 들어있는 경우도 적지 않다. 술을 마셔서는 안 되는 임산부, 운전자, 환자 등은 무알코올 음료라고 해도 알코올 성분을 반드시 확인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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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카스 0.0, 하이트제로 0.00, 클라우드 클리어 제로, 칼스버그 0.0, 칭따오 논알코올릭 캔
    ▶혼술, 홈술 등 음주 문화 변화가 주된 이유

    과거에도 종교적인 이유, 식량 부족, 건강 등으로 물에 희석시킨 저도수 주류가 있었다. 특히 유럽의 경우 물에 석회질 성분이 강했기 때문에 물 대신 와인이나 맥주를 마셔야 하는 경우가 많았다. 현대적인 방식을 적용한 무알코올 주류가 등장한 것은 1919년 미국의 금주법인 ‘볼스티드법(Volstead Act)’이 제정되면서 시작됐다. 볼스티드법에 따르면 알코올 농도가 0.5% 이상이면 불법으로 규정됐다. 미국 대형 양조장들이 0.5% 미만의 알코올이 들어간 맥주인 이른바 ‘니어 비어(Near Beer)’를 개발하면서 현대적인 개념의 무알코올 맥주가 나타났다.

    무알코올 주류를 만드는 과정은 크게 두 가지로 나뉜다. 우선 발효 과정이나 증류 과정 없이 향을 첨가하는 방식이 있다. 무알코올 맥주의 경우 맥아 엑기스에 홉과 향을 첨가해 맥주의 맛과 향을 낸다. 다음으로 일반적인 맥주의 제조와 동일한 과정으로 제조한 후 병이나, 케그 등에 담아 포장하기 전에 알코올을 제거하는 과정을 거친다. 일반적으로 알코올의 끓는점이 물의 끓는점보다 높은 점을 활용해 물은 남기고 알코올을 날리는 것이다. 다만 알코올이 빠져나가는 과정에서 향과 맛이 빠져 나가는 문제가 있다. 이러한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진공상태를 만든다. 진공상태에서는 알코올의 끓는점이 낮아져서 맛과 향을 덜 파괴하면서 알코올을 제거할 수 있다. 최근에는 필터를 활용하거나 제거 과정에서 알코올을 제거하는 등의 방식을 활용하기도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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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무알코올 맥주는 술이 금지된 이슬람 문화권에도 자리 잡고 있다. 이란 산업부에는 73개의 무알코올 맥주 생산업체가 등록돼 있다. 이 가운데 비노쉬는 가장 큰 기업으로 250개가 넘는 딜러를 보유하고 있다. 모든 생산업체 중 비노쉬만 1979년의 이슬람 혁명 전부터 맥주를 생산했고 이슬람 혁명 이후에는 무알코올 맥주 생산업체로 변신했다. 이 회사는 세계에서 가장 큰 무알코올 맥주 생산기업이기도 하다. 코트라(KOTRA)에 따르면 2020년 이란의 연간 1인당 무알코올 맥주 소비량은 10에 달할 것으로 예상된다. 업계에 따르면 2016년 100억원대였던 무알코올 음료 시장의 규모는 2019년 150억원 규모에 도달했다. 2012년 하이트진로음료가 무알코올 맥주인 ‘하이트제로 0.00’을 처음 선보였을 당시 시장 규모가 13억원에 불과했던 것을 감안하면 7년 새 11배가량 성장한 셈이다. 업계는 현재 추세대로라면 5년 내 2000억원대로 확대될 것으로 보고 있다.

    국내뿐만 아니라 무알코올 시장의 성장세는 전 세계에서 거세다. 세계 시장 조사 연구 기관 글로벌 마켓 인사이트(Global Market Insights)는 세계적으로 무알코올 시장의 규모가 2017년 160억달러에서 2024년까지 연 평균 7.6% 증가할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국제주류시장연구소(IWSR)에 따르면 미국 주류 시장 규모는 2016년 이후 감소세를 보여왔으며 해마다 그 감소폭이 커지고 있다. 지난 2018년 미국의 주류 판매량은 전년 대비 0.8% 감소해, 2017년 전년 대비 0.7% 줄어든 것에 비해 감소율이 증가했다. 특히 맥주의 경우 2018년도 판매량은 전년 비 1.5% 감소해 2017년 대비 0.4% 포인트 더 하락했다. 미국의 1인당 알코올 소비량은 지난 수십 년간 지속적으로 하락해 1980년 10.34에서 2017년 8.65로 줄었다. IWSR는 현재까지 무알코올, 혹은 도수가 낮은 술의 판매 비중은 전체 시장에서 미미한 수준이지만 지난 5년간 해당 품목의 판매가 3배로 증가했다고 조사결과를 발표했다. 또 2018~2022년 판매율이 32.1% 늘어날 것으로 전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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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5년 내 2000억원대 시장으로 성장할 전망

    주류 소비량이 줄어들고, 무알코올 혹은 도수가 낮은 술이 인기를 끌면서 주요 주류 업체들이 신제품 개발에 집중하고 있는 모습이다. 주류 소비량이 감소하고, 무알코올 맥주 및 와인 등이 시장의 주목을 받기 시작하면서, 주류 업체들이 음료 업체로 변신을 시도하고 있다. 주류 제조업체들이 차, 커피, 코코넛 워터, 에너지 드링크 등 무알코올 음료로 사업을 확장하고 있는 추세다. 버드와이저, 코로나 등 유명 맥주 브랜드를 보유하고 있는 맥주 제조업체인 AB인베브는 매출의 10%는 무알코올 제품이 차지하고 있다. AB인베브는 ‘무알코올 음료의 최고’가 되겠다는 글로벌 포지셔닝 전략을 내세우고 무알코올 제품을 판매 중이다. 하이네켄도 무알코올 맥주인 ‘하이네켄 0.0’을 2017년부터 판매해왔다. 2015년부터 무알코올 맥주를 생산 중인 칼스버그는 무알코올 맥주의 매출이 전체 맥주 판매량에 비해 3배 이상 빠르게 증가할 것이라고 기대하고 있다. 맥주 업체 몰슨쿠어스는 주력 브랜드인 쿠어스 라이트의 매출이 줄어들면서 쿠어스 라이트 측은 “무알코올 맥주를 비롯한 브루잉(Brewing)할 수 있는 모든 음료를 제품 포트폴리오에 포함시킬 수 있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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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오비맥주 ‘카스 0.0’ 쿠팡 판매 7일 만에 초도 물량 완판


    국내보다 앞서 무알코올 음료를 선보인 일본 시장은 2009년 기린맥주의 ‘기린프리’를 시작으로 산토리, 아사히 등 주요 맥주 기업이 잇따라 알코올 0% 제품을 선보이면서 5년 만에 7000억원 규모로 급성장했고, 현재는 약 8000억원 규모의 시장을 꾸준히 유지하고 있다. 산토리홀딩스의 조사에 따르면, 2019년 무알코올 음료 시장규모는 2265만 케이스로 10년 전과 비교해 4배 이상이 되었다. 특히 최근 일본에서는 산토리, 기린, 삿포로 등이 기능성 표시가 있는 무알코올 맥주를 출시하며 큰 인기를 끌고 있다. 산토리는 내장 지방을 감소시키는 효과가 있는 티리로사이드를 넣은 제품을, 산토리는 유제품 제조사와 함께 유산균을 넣은 무알코올 맥주 등을 출시했다. 단순히 맥주맛을 내는 것을 넘어서 건강 기능성까지 경쟁하고 있다.

    국내 무알코올 맥주 시장에서는 하이트진로음료의 하이트제로 0.00이 지난해 급성장세를 보이며 시장 1위를 공고히 했다. 하이트진로음료는 무알코올 음료 하이트제로0.00이 지난해 1월부터 9월까지 누적 판매량 791만 캔을 돌파했다. 이는 전년 같은 기간과 비교해 33% 증가한 것이다. 이는 9개월간의 판매량만으로 2019년 연간 판매량(767만 캔)을 넘어선 수치다. 지난 2012년 11월 출시 이후 지난해 11월까지 누적 판매량은 6000만 캔에 달한다. 지난해 연 매출액은 전년 대비 34% 증가했다. 하이트진로음료는 최근 코로나19 사태도 무알코올 시장 확대에 영향을 끼쳤다는 분석이다. 수도권에서 사회적 거리 두기 2.5단계가 시행됐던 지난해 9월 한 달간 하이트제로 0.00의 판매량은 전년 동기간 대비 71% 성장하며 두드러지는 실적을 거뒀다.

    하이트제로 0.00은 엄선된 100% 유럽산 최고급 아로마 호프를 사용해 상쾌한 풍미를 즐길 수 있는 알코올 0.00%의 맥아음료다. 차별화된 제조공정을 통해 알코올을 포함하지 않았지만 하이트진로의 드라이 밀링(Dry Milling) 공법으로 부드러운 거품과 시원한 목 넘김을 그대로 느낄 수 있다. 0.00%의 알코올과 60kcal의 낮은 칼로리로 운전이나 운동 중 어느 때에도 성인이라면 누구나 걱정 없이 맥아의 깊은 풍미와 청량감을 즐길 수 있다. 하이트진로음료는 지난 2월 하이트제로 0.00의 이름을 제외한 맛과 디자인, 브랜드 콘셉트 등을 모두 바꿔 출시 8년 만에 대대적으로 리뉴얼했다. 하이트진로음료 측은 “맥주에 가장 가까운 맛과 청량감을 구현하는 데 중점을 뒀다”며 “하이트맥주의 패밀리룩 디자인을 적용했다. 기존 제품에서 느껴지는 미세한 잡미와 잡향을 완전 제거했다”고 밝혔다.

    오비맥주는 지난해 10월 비알코올 음료 카스 0.0을 출시했다. 발효과정 없이 맥아 엑기스에 홉과 향을 첨가하는 기존 형태의 무알코올 맥주와 달리, 카스 0.0은 일반 맥주와 같은 원료를 사용하고 동일한 발효 및 숙성 과정을 거쳐 비알코올 음료지만 맥주 고유의 짜릿하고 청량한 맛을 그대로 느낄 수 있는 것이 특징이다. 맥주와 같은 원료를 사용하고 동일한 숙성과 발효 과정을 거쳐 마지막 여과 단계에서 ‘스마트 분리공법’을 통해 알코올만 추출한다. 도수는 0.05% 미만으로 알코올 부담 없이 맥주의 맛을 느낄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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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하이트진로, 오비, 롯데칠성 등 국내 시장도 치열한 경쟁 중

    2017년에 출시된 롯데칠성음료의 클라우드 클리어 제로는 ‘비발효 제조공법’으로 만들어진 무알코올 음료로 알코올 함량 0.00%에 당류 0g, 30kcal의 저칼로리 제품이다. 맥주 제조공정 중 효모가 맥즙 내 당분을 먹고 알코올을 만드는 발효 단계를 거치지 않는 비발효 제조공법이 적용되었으며, 수차례 여과 공정을 거친 농축 맥아 엑기스에 100% 유럽산 홉 등을 최적의 비율로 블렌딩해 맥주 특유의 풍미를 담아냈다. 칭따오 논알코올릭은 칭따오가 2020년 6월 국내에서 선보인 신제품으로, 라오산 지역의 깨끗한 광천수와 전용 농장에서 재배한 홉을 사용해 라거의 맛과 향을 그대로 구현했다.

    맥주 맛을 흉내 낸 유사음료들과 달리, 칭따오 논알코올릭은 칭따오 브루어리 공법 그대로의 절차를 따르되 맨 마지막 공정단계에서 알코올만 제거해 맥주 본연의 맛을 담아냈다. 여기에 기존 라거 맥주보다 2배 이상의 몰트를 더 첨가함으로써 맥주 고유의 깊은 풍미를 고스란히 살렸다. 잔에 따랐을 때, 풍성한 거품이 일고 거품 유지력도 강해서 무알코올임에도 맥주를 즐기는 느낌과 감성까지 그대로 선사한다. 칭따오 논알코올릭은 병(330㎖)과 캔(330㎖)을 판매하고 알코올도수는 0.05%이다. 올해 1월에는 프리미엄 글로벌 칼스버그가 선보인 무알코올 맥주 ‘칼스버그 0.0’이 국내 시장에 출시됐다.

    ‘칼스버그 0.0’은 ‘칼스버그 필스너’의 원재료와 제조 방법을 그대로 사용하고 도수만 낮췄다. 발효 후 저온 진공증류 기법을 적용하여 알코올을 제거, 맥주의 풍미를 극대화하는 칼스버그만의 홉을 한 번 더 첨가하여 풍부한 보디감과 균형감 있는 풍미를 그대로 유지했다. 도수는 0.05% 미만으로, 취하지 않고 가볍게 음용할 수 있으면서 동시에 ‘칼스버그’만의 청량감과 깊은 풍미를 느낄 수 있다. 또한 ‘칼스버그 0.0’은 100㎖당 14kcal로 낮은 칼로리 및 지방을 가지고 있으며, 콜레스테롤을 함유하지 않아 보다 건강한 맥주 경험을 제공한다. 업계 관계자는 “다양한 업체들이 제품을 출시하며 국내 무알코올 음료 ‘춘추전국시대’가 예고된다”며 “지금과 같은 추세라면 3~5년 사이 국내 무알코올 음료 시장은 계속 확대되어 2000억원 규모로 성장할 것으로 전망된다”고 말했다.

    [강민호 매일경제 유통경제부 기자]

    [본 기사는 매경LUXMEN 제126호 (2021년 3월) 기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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